“대북제재 완화·해제는 종교자유 등 인권 개선과 연계해야”

미 국제종교자유위원회가 29일 발표한 ‘2018 연례 보고서’ 표지.
미 국제종교자유위원회가 29일 발표한 ‘2018 연례 보고서’ 표지.

미국 정부 산하 독립기구인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가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에 최대 5만명의 기독교인들이 박해받고 있다며 북한을 종교자유 특별우려국으로 재지정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대북제재 완화나 해제는 종교자유 등 인권의 개선과 연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제종교자유위원회는 29일(현지시간) 발표한 ‘2018 연례 보고서’에서 북한을 종교자유 특별우려국(CPC)으로 재지정해야 한다고 미 국무부에 권고했다.

특별우려국은 정부가 국민의 종교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거나 박해를 용인하는 국가를 말한다. 북한은 2001년부터 미 국무부가 지정하는 종교자유 특별우려국 명단에 올랐다. 이에 따라 1974년 제정된 미 무역법 제402조와 제409조(잭슨-배닛 수정조항)에 따라 무역제재 등을 받고 있다.

국제종교자유위원회는 보고서에서 “북한에 종교나 신앙의 자유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압제사회 가운데 하나로 끔찍한 인권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김정은 정권은 주민들의 고유한 권리인 종교와 신앙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정권이 주민들이 사회적 또는 정치적으로 조직화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종교나 신앙의 표현을 정권에 대한 위협으로 보고 탄압한다는 것이다.

특히 보고서는 악명 높은 정치범 수용소에 8만~12만 명의 정치범이 있으며, 이 가운데 최대 5만 명이 기독교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북한정권은 기독교를 서방세계 특히 미국과 결탁한 최대의 종교 위협 대상으로 보고 기독교인들을 색출하고 있으며, 관리소에 수감된 기독교인들은 열악한 생활환경에서 김 씨 정권의 핵무기와 다른 군사 장비 개발을 위한 강제노동에 혹사당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실제로 일부 탈북민들은 증언을 통해 북한에서 1급 기밀인 풍계리 핵실험장의 지하갱도 건설에 인근의 제16호 화성(명간) 관리소 정치범들이 동원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또한 향후 대북제재 완화나 해제 논의는 북한정권의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종교자유와 인권 기록 개선에 대한 진정성을 입증할 수 있는 노력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보고서는 “미 행정부 안에서 인권과 안보는 서로 배타적이지 않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며 ▲북한정권에 종교자유 등 인권상황을 조사할 수 있는 국제 인권 전문가들의 제한 없는 방북을 허용할 것 ▲북한인권특사의 조속한 임명 ▲인권과 종교자유가 미북 대화에 포함되도록 북한에 관한 혹은 북한과의 공식·비공식 대화에 북한인권특사와 국제 종교자유 대사를 포함시킬 것을 권고했다. 이와 함께 북한주민들이 보다 많은 독립적인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대북 라디오 방송과 다양한 수단을 통한 정보 유입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제종교자유위원회는 북한을 포함해 미얀마, 중국, 에리트리아, 이란,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수단,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에 종교자유 특별우려국 재지정은 권고했다. 또한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나이지리아, 러시아, 시리아,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6개국을 새롭게 특별우려국에 추가하라고 권고했다. 특히 중국의 종교 박해 실태를 설명하는 자료에서 탈북민 강제북송 문제를 강하게 지적했다. 중국 당국이 북한당국과 공모해 탈북민들을 추적해 구금하고 강제로 북송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는 중국이 비준한 유엔난민협약과 의정서 상의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제종교자유위원회는 미 의회가 1998년 제정한 국제종교자유법(IRFA)에 따라 창설된 미 연방정부 산하 독립기구다. 종교자유는 미국 수정헌법 제1조에 명시된 미국의 핵심 가치로 위원회는 전 세계의 종교의 박해 실태를 조사해 정부에 개선책을 권고한다. 위원회는 미 대통령과 국무부, 의회에 국제종교자유 상황에 대한 정책을 직접 자문하기 때문에 영향력이 크다. 미 국무부는 위원회 보고서를 토대로 해마다 국제 종교자유 보고서를 발표하고 종교 자유 박해국에 제재 등을 통해 개선을 압박한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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