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칼럼] 명분은 매력적, 결과는 치명적. 이재명 기어이 기본소득제를 시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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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19.04.30 21:08:10
  • 최종수정 2019.05.0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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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기본소득제 부결시킨 스위스인과 같은 책임감이 있을까
김정호 객원 칼럼니스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기어이 기본소득제를 시작했다. 경기도에 3년 이상 거주한 24세 청년은  분기별로 25만원, 1년에 1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아무 조건도 없다. 실업자가 아니어도, 소득이 아무리 높아도 그냥 그 나이의 경기도 주민이면 연 100만원씩을 준다.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무조건 돈을 주는 것이 기본소득제다. 지금은 24세 청년만 대상이지만 인기가 높아지면 아마도 전 경기도민 대상으로 확대될 것이다. 그리고 과거에 무상급식이 그랬던 것처럼 다음 대선에는 기존소득제가 중요한 공약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일견 터무니없어 보이는 제도이지만 알 만한 사람들 중에 지지자들이 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설립자인 일론 머스크, 페이스북의 설립자 마크 저커버그다. 앞으로 로봇과 AI, 자율주행차 같은 것들의 보급이 늘어 실업자가 증가할 텐데 기본소득제로 그런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유주의 경제학자인 밀튼 프리드먼 같은 사람도 기존의 복지제도 대신 네가티브 소득세(Negative Income Tax)라는 제도로 일정 수준의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를 제안한 적이 있다.

기본소득제의 명분은 기존 복지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점에서 파생되었다. 실업자나 저소득자가 되어야 복지 혜택이 지급되다 보니 수혜자들의 근로의욕이 떨어지는 폐해가 발생한다. 따라서 모든 사람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함으로써 즉 기본소득을 지급함으로써 복지 혜택을 누리기 위해 실업자나 저소득자가 되는 폐해를 없애자는 것이다. 설득력이 있는 논리다.

이재명 지사는 실험도 없이 덜커덕 시작했지만 다른 나라들에서는 조심스럽게 실험들이 시작됐다.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핀란드의 실험이다. 2017년부터 2년간 1200명의 실업자에게 매달 72만원 정도의 기본소득을 지급한다.

기본소득이기 떄문에 중간에 취업을 하더라도 그 금액은 변함없이 지급된다. 이제 1년이 지났기 때문에 잠정적인 결과만 알 수 있는데 요약하면 이렇다. 수혜자들의 행복과 건강 수준은 높아졌다. 하지만 근로의욕이 높아졌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 최소한 낮아진 것은 아닌 듯하다.

캐나다의 온타리오주에서도 실험이 있었는데 그곳 역시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수혜자의 행복감은 높아지는 것은 확실한 듯하지만 근로의욕이 높아지는지는 확실치 않다. 경기도의 기본소득제가 청년들의 취업률을 높여줄 수 있을까? 두고 볼 일이다.

그런데 기본소득제를 지지하는 명분은 치명적 허점을 안고 있다. 기본소득제를 시행하면서 기존의 복지제도를 폐지한다는 전제조건이다. 즉 기본소득제를 도입하면 기초생계수급제도, 공공임대주택제도, 저소득층 의료보조, 학비 보조 같은 것들을 모두 없앤다는 전제가 있다.

복지를 소득에 연계해서 나타나는 폐해를 치유하자는 것이 기본소득제의 명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성이 매우 낮은 전제조건이다. 이미 주고 있는 것을 뺏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결국 기존의 복지제도는 그대로 둔 채 기본소득제라는 또 하나의 제도가 얹혀질 가능성이 높다. 그 때문에 기본소득제는 막대한 재원을 필요로 한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기본소득제를 실시된다면 돈이 얼마가 필요할지 계산해보자. 현재의 경기도처럼 1년에 100만원을 5천만명에게 지급한다면 50조원이 든다. 그런데 1년에 100만원을 누구 코에 붙이겠나. 2016년 스위스에서 국민투표에 붙여졌던 기본소득제는 월300만원 정도였다. 우리는 월100만원을 지급한다고 해보자. 그러면 필요재원은 1년에 600조원이다. 2018년 한국의 국내총생산이 1800조원이니까 그것의 33% 이다.

2018년 소득세 총액 85조원, 법인세 71조원, 국세를 모두 합치면 268조원이다. 그것의 두 배도 넘는 금액이 기본소득제를 위해 필요하다. 이 금액을 세금으로 걷는 것은 불가능하고 정치인들이 그렇게 하지도 않을 것이다. 따라서 기본소득제는 국가부채로 충당할 수밖에 없다.

매년 GDP 의 33% 씩 국가부채가 늘어난다. 기존 국가부채비율 40%와 합쳐서 3년이면 140%가 된다. 국가 부도 수준이다. 여러 가지 가정 위에서 하는 예측이지만 이 정부 들어서 진행되는 상황들을 보면 터무니없다고만 말하기 어렵다.

기본소득제의 실상이 이렇기 때문에 스위스 국민들은 국민투표에서 매월 300만원씩 받을 수 있는 기본소득제를 부결시켰다. 그것도 77%라는 압도적인 표로. 스위스 국민들의 책임감을 확인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대한민국 국민은 과연 스위스인들처럼 기본소득제의 치명적 유혹을 뿌리칠 수 있을까. 글쎄... 자신 없다. 혹시 경기도의 24세 청년들이 이재명 지사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지 말라며 항의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면 이야기가 달라질지 모르겠다. 그저 실낱같은 희망을 품어 본다.

김정호 객원 칼럼니스트(김정호의 경제TV 대표, 전 연세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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