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 겸 주필

어쩌자고 이러는지 모르겠다.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 즉, 공수처 말이다. 이 괴물같은 조직은 전국의 모든 일반 행정 기관과 사법권을 갖는 각종 수사기관들 위에 군림하여 호령하는 조직으로 설계되어 있다. 공수처는 두려워할 공(恐)자 공수처다. 검찰의 경쟁하는 수사기관도 아니요 단순히 고위공직자의 수사의 효율성과 고질적인 검찰 부패 문제 때문에 부득이하게 설치해야 하는 불필요한 그러나 불가피한 이중 행정기구도 아니다. 우선 눈에 띠는 몇가지 포인트를 정리해본다.

1. 관할권

우선 각급 기관의 범죄수사를 공수처가 직접 담당할 지, 검찰에 넘길지는 전적으로 공수처장이 결정한다. 검찰이 수사를 하는 중에도 공수처의 부패범죄수사와 중복되는 다른 기관의 범죄수사는 공수처로 이첩하여야 한다(법 제20조1항) 공수처가 아닌 검찰이 수사를 맡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공수처장은 검찰총장 또는 관할 지방검철청 검사장에게 사건을 이첩할 수 있다(제20조2항) 결정은 공수처장이 한다. “잔말 말고 내가 시키는대로 해!”가 공수처법이 정하는 다른 국가기관과 공수처의 관계다.

검찰 등이 수사 중인 사건도 공수처장이 요구하면 공수처에 넘겨야 하고 공수처장의 결정과 사실상의 지시에 따라 검찰은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를 마무리해야 한다. 범죄수사의 최종 결정권자요 검찰을 수하에 두고 지시 명령할 수 있는 조직 위의 조직이며 최고의 통제권을 갖는 궁극적 권력이다. 공수처는 검찰 등 사법기관을 총지휘하게 된다. 검찰은 당연히 깡패 창녀 절도 사기 등 잡범들만 취급하는 쓰레기 청소기관으로 전락하게 된다. 약간만 냄새가 나면 공수처가 가져간다. 그리고 검찰 등을 사실상 지휘한다.

2. 판옵티콘: 고발하라! 고발하라!

공수처법 21조도 살벌하다. 고위공직자 또는 그 가족의 부패범죄를 인지한 때, 감사원 국가인권위, 국민권익위,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의 수사의뢰가 있는 때는 수사에 착수한다. 문제는 2항이다. 공무원이 직무수행 중 고위공직자의 범죄 사실 등을 알게 된 때에는 공수처에 이를 고발하여야 한다. 그리되면 고발과 감시가 국가 기관내부에 구조화된다. 도처에 1984의 눈길이 번득인다. 고발하여야 할 자가 고발하지 않으면 당연히 직무유기의 처벌이 뒤따를 것이다. 아니 공범으로 규정될지도 모른다. 고발하라! 고발하라! 감시하라! 감시하라!는 독재자의 감시망이 일반 공무원은 물론 검찰 경찰 등 사찰조직을 통해 구축되는 것이다.

3. 검찰이 대들면, 죽여버릴 테다!

공수처는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할 때 공소제기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당연히 공수처 검사가 시키는 대로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수사결과 어떤 처분을 하더라도 그 전말과 처리내용을 공수처에 통보하여야 하고 만일 불기소 처분을 한 경우에는 이 이유를 서면으로 공수처에 제출해야 한다. 그때 공수처는 검찰의 이 불기소 처분(곧 저항)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4. 인민의 칼춤을 춘다

공수처법 제22조 2항은 검찰이 저항할 경우 공수처의 대응방법을 친절하게도 구체적으로 간단하게 적시해놓고 있다. 공수처는 검찰의 저항 이유서를 서면으로 제출받은 뒤 그 이유를 대중에게 공개하도록 정해놓고 있다. 정말 기발하다. 검찰이 "이건 불기소"라고 내린 결론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공수처는 그 이유를 언론과 대중에게 공개하고 사건을 여론의 인민재판으로 끌고 갈 수 있다. 무서운 인민재판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 공수처가 사법부에 대해서는 어떤 적대감을 가질 것인지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판사도 이제는 인민의 혁명정신에 복종해야 한다. 이 조항은 공수처가 지금 무엇을 하려는지 너무도 명백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 바로 인민의 검찰이 되어 광란의 칼춤을 추겠다는 것이다. 그게 공수처다.

5. 권력 위의 권력

무섭다. 법 제 25조는 ‘관계기관과의 협조’라는 이상한 제목을 갖고 있다. 공수처장은 이 법이 정하는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그 밖의 (모든) 공공기관의 장에게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 공수처의 요청을 받은 기관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협조하여야 한다는 것이 이 조항이다. 읽다보면 소름이 등줄기를 타고 흐른다. 정말 무섭다. 히틀러의 전위기관이었던 게슈타포가 이랬는지 모르겠다. 구소련의 KGB도 늦은 밤 아파트 계단을 쿵쾅거리며 달려가기는 했을망정 여기에는 미치지 못했을 것이다. 전 국가 기관이-사법당국만 아니라-공수처에 협력하여야 한다. 법에서 이런 정도의 권력을 부여한 국가기구는 지금껏 있어본 적이 없다. 이런저런 상상을 해본다. 낡은 영화도 다시 돌려본다. 이렇게 법에서부터 막강한 권력을 부여해주는 권력이 또 있었을까.

6. 공포의 대왕이 하늘에서 내리신다

유신시절의 안기부? 글쎄다. 1980년대의 신군부? 턱도 없다. 그 어떤 국가기구도 모든 중앙과 지방의 국가기관들과 사법당국에 협조를 명령할 권한을 가진 국가 기관은 존재하지 않았다. 심지어 대통령에 대해서도 이런 구체적 권력을 갖는다고 어떤 규정에서도 정하고 있지 않다. 전국가 기관에 협조를 명령하고 있기 때문에 그 의무를 다하지 못하면 당연히 그 자체가 또 다른 피바람을 부르는 범죄를 구성하게 된다. 고위 공무원은 물론 판사와 검사, 경찰에 이어 지자체장, 심지어 군 장성들도 이 법이 규찰하는 잠재적 피의자다. “협조해야 한다!” 이제 ‘공포의 대왕이 하늘에서 내려와 지상에 군림하시고!’를 찬양해야 할 지 모르겠다. 민주당이 이 법에 집착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7. 공수처장

공수처는 대통령도 조사할 수 있다. 물론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러나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모모하는 자들과 같이 배신자의 피가 공수처장이 될 경우라면 로마 황제 경호원들의 쿠데타가 터질 수도 있다. 일명 독립적인 권력이라는 말은 독이 될 수도 있다. 물론 대통령은 절대적으로 신임하는 자를 임명할 것이다. 추천위원회가 있지만 모두 대통령의 수하들로 짜여 져 있기에 있으나 마나다. 공수처장의 권한은 국회에 출석할 수 있는 권한, 국무회의 출석 권한에다가 대통령령을 제출 건의하는 권한까지 틀어쥐고 있다. 어떻게 이런 법을 만드는지 알 수 없다. 최고의 권력이, 총칼을 휘두르는 구체적 방법까지 자기 마음대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공수처는 관련된 모든 수사기관과 국가기관에 지원을 요청하거나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권력은 없었다. 대한민국이 그의 손 아래에 놓이게 되었다. 나는 이런 막강의 권력을 틀어쥐게 될 공수처장이 될 만한 인물을 도저히 알지 못한다.

정규재 대표 겸 주필 jkj@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