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시간에 100만 넘은 '한국당 해산 청원'에 '조작' 의혹 제기돼, 직접 확인해보니 '중복 동의' 가능..."해외 트래픽 증가" 논란도
펜앤드마이크, 직접 개인정보 필요없는 구글 지메일 가입 통해 테스트용 국민청원 '조작'...만들 수 있는 계정 개수 제한도 없어
인터넷, 스마트폰 등 조작 능숙해야 하지만...'드루킹 일당' 매크로 사용하면 조작 절차도 반복적으로 이뤄질 수 있어
청와대, 중복 참여와 해외 참여 논란에도 무대응...국내 정치사회 이슈에 큰 영향 줄 수 있는 국민청원 허술함 비판 커져

펜앤드마이크에서 '가짜'로 생성한 계정 3개(좌). 이 가짜 계정을 통해 테스트용 국민청원을 '조작'했다. 우측은 연합뉴스 자료 그래픽.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 동의 수가 100만건을 넘었다. 대다수 언론에서 더불어민주당 해산 청원과 대비해 “민심이 반영된 것”이라는 식의 보도를 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청원 게시판 동의 과정 보안이 허술한 것으로 드러나 신뢰성 논란이 일고 있다.

30일 오전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보면, 한국당 해산 청원 동의 수는 103만건이다. 전날(29일) 이 청원은 답변 충족 수인 20만건을 넘었다. 이후 언론 보도가 이어지면서 5배가량 동의 수가 늘어난 셈이다. 자유우파 진영 일각에서는 이 청원 동의 건수가 ‘조작’이 아닌가 의심한다. 이들이 지적하는 문제점은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에 별다른 절차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하기 및 청원동의 기능을 사용하는 데 대한 요구조건은 ‘소셜네트워크 로그인’ 하나 뿐이다. 국내 정치사회적 이슈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민청원 등이 별다른 보안장치 없이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몇몇 언론들은 “청원 글을 올리거나 동의하는 사람은 굳이 대한민국 국민일 필요가 없다”면서 중국 등 해외에서도 청원 동의에 동참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달 청와대 홈페이지 접속 트래픽을 분석한 결과 베트남 접속자가 전체 14%에 달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기도 했다.

실제로 이날 펜앤드마이크가 확인한 결과, 한 사람이 동시에 여러 건의 청원 동의를 ‘조작’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메일 발급에 별다른 절차가 필요하지 않은 구글 지메일을 이용, 페이스북에 가입한 뒤 청원을 제기하거나 동의하는 방식이다.

구글 지메일 '가상 계정'을 만드는 과정. (사진 = 김종형 기자)
구글 지메일 가상 계정을 이용해 '가상 페이스북 계정'을 만드는 과정. (사진 = 김종형 기자)
가상 페이스북 계정을 이용해 '테스트용 청와대 국민청원'을 조작하는 모습. (사진 = 김종형 기자)

기자는 ‘고길동’이라는 가상인물의 이름으로 한 계정, ‘테스트’ ’펜앤마’라는 이름으로 두 개의 지메일 계정을 만들어 ’조작’ 절차를 시작했다. 지메일 계정 가입은 별도의 인증절차가 필요없다. 이 지메일 계정을 이용하여 페이스북 아이디를 만들었다. 페이스북 가입 시에는 ‘펜앤마’ ‘태스트’ 등 실명으로 보이지 않는 듯한 이름까지 넣었지만, 가입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휴대폰 어플로 이같이 진행하는 경우 개인정보 동의 없이 가입이 진행되므로, 생성할 수 있는 계정에 개수 제한도 없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기자의 페이스북 계정으로 ‘테스트용 청원’을 제기한 뒤, 가상으로 만든 페이스북 계정들을 이용해 청와대 청원 게시물에 동의했다. ‘테스트용 청원’ 게시글에 총 4건의 동의를 ‘조작’한 것이다. 

다만 이같은 ‘조작’에는 구글과 페이스북 등 SNS플랫폼을 비롯, 인터넷에 능숙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따른다. 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에 하나의 계정으로 로그인한 뒤, 다른 ‘조작’ 계정으로 로그인 하려면 ‘쿠키(인터넷 기록) 삭제’가 필요하다. 이같은 내용은 일반인이 쉽게 따라하긴 어렵지만, 몇몇 인터넷 페이지 등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여러 번 동의하는 방법’ 등의 게시물이 이미 공유된 바 있다. 19대 대선 전 1억여회의 네이버 댓글을 조작한 ‘드루킹’ 일당이 사용하는 매크로 등을 이용하면 ‘조작’ 절차도 반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국민청원 중복 청원' 방법.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국민청원 중복 청원' 방법.

한편 우파 진영 일각에서는 ‘청와대 청원' 자체를 문제삼기도 한다. 청원 페이지의 허술한 보안절차는 차치하고라도, 단순한 지역 내 불편 민원사항이나 응원하는 스포츠 팀의 재경기 요청 등 입에 담기도 민망한 청원 글이 올라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논란이 제기된 ‘한국당 해산’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당은 해산될 만큼의 위헌성, 위법성 등을 보인 적이 없음에도, 민주당 지지자들과 ‘한국당은 친일파’ 프레임을 만든 일반 대중이 ‘떼법’식 밀어붙이기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중복 참여’와 ‘해외 참여’ 등 국민청원과 관련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별도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테스트용으로 제기한 청원에 4개 가상계정을 이용해 동의한 화면. (사진 = 김종형 기자)
테스트용으로 제기한 청원에 4개 가상계정을 이용해 동의한 화면. (사진 = 김종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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