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 잔디밭에 축구 골대 세우고 모래밭에 그네도 설치
외빈 교류 늘리고 건물 노후됐다며 16억7000만원 들여 리모델링했지만 행사 열린 적 없어

김명수 대법원장 일가가 세금이 투입되는 대법원장 공관을 ‘사유화’했다는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대법원장 공관 담장 안 사진이 공개됐다.

24일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공개한 대법원 답변서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은 2017년 7월 대법원장에 임명된 뒤 시설 노후와 외빈 초청 등을 이유로 16억7000만원을 들인 공관 리모델링을 지시했다. 리모델링 이후에는 손자들을 위한 놀이터까지 조성됐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리모델링을 지시하기 전의 대법원장 공관 위성사진(좌)과 리모델링 이후의 위성사진(우). 리모델링 이후 건물 외벽이 흰색으로 바뀌고, 손주들의 놀이공간이 들어선 모습이 보인다. (사진 = 서울특별시 항공사진 서비스)
김명수 대법원장이 리모델링을 지시하기 전의 대법원장 공관 위성사진(좌)과 리모델링 이후의 위성사진(우). 리모델링 이후 건물 외벽이 흰색으로 바뀌고, 손자들의 놀이시설이 들어선 모습이 보인다. (사진 = 서울특별시 항공사진 서비스)

펜앤드마이크가 입수한 1년 간격의 위성 사진에는, 2017년 9월까지 존재하지 않던 모래밭과 그네가 지난해 4월 생겨난 것으로 확인된다. 2017년 9월 위성 사진에는 빨간 벽돌로 마감돼있던 건물 외관이, 지난해 위성 사진에는 ‘라임스톤’이라는 고급 석재로 마감돼 하얀 색으로 바뀐 점도 눈에 띈다.

대법원장 공관에 들어선 손주들의 놀이시설. (사진 = 윤한홍 의원실 제공)
대법원장 공관에 들어선 손자들의 놀이시설. 그네 앞에 모래밭이 조성돼 있다(사진 = 윤한홍 의원실 제공)

윤 의원이 공개한 사진에는 대법원 예산 110만원을 들여 설치했다는 그네와, 그네를 타다 넘어져도 완충 작용을 해줄 수 있는 모래밭이 설치돼 있다. 대법원 측에 따르면 이 모래밭은 리모델링 공사에서 남은 자재들로 만든 것이며 직접 예산이 투입되지 않았다고 한다. 또 대법원장 공관 잔디밭 전체를 어린이용 축구장으로 쓸 수 있게 하는 미니 축구 골대의 모습을 담은 사진도 포함됐다.

김 대법원장 측 일가가 들여온 어린이용 축구 골대. (사진 = 윤한홍 의원실 제공)
김 대법원장 측 일가가 들여온 어린이용 축구 골대. (사진 = 윤한홍 의원실 제공)

대법원은 2017년 대법원장 공관 리모델링을 진행하면서, ‘건물 노후’와 ‘외빈 교류 활성화’를 공사 이유로 꼽은 바 있다. 그런데 공관 리모델링 후에 치러진 외빈 교류 행사는 전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3부 요인’ 관사인 국무총리 공관과 국회의장 공관 등에도 매년 수억원의 예산이 유지보수 명목으로 투입되지만, 이 두 공관에는 각종 외빈 초청 행사와 의원 회의 등 일정이 지속해서 있어왔다.

대법원이 밝힌 리모델링 사유와 상세 금액. (사진 = 윤한홍 의원실 제공)
대법원이 밝힌 리모델링 사유와 상세 금액. (사진 = 윤한홍 의원실 제공)

지난해 공개된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은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7억원 상당의 전세 아파트를 가지고 있다. 공관을 제 집처럼 이용하고 있는 김 대법원장의 아들 부부(김한철 전주지법 판사, 강연수 한진 사내변호사) 역시 강 변호사 명의로 서울 서초구 신반포센트럴자이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바 있다. 이 아파트는 입지가 좋아 청약 당시 경쟁률이 168:1에 달했다. 김 대법원장의 아들 부부는 이같은 경쟁률을 뚫고 '로또 청약'에 당첨된 셈이다.

김 대법원장은 입주를 기다리고 있는 아들 부부가 대법원장 공관을 자유롭게 쓰도록 하고, 정부 예산을 사용해 손자들의 휴게 공간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대법원장 공관에 들어와 살던 김 대법원장의 며느리 강 변호사 역시 2015년부터 한진 사내 변호사를 맡고 있어, 김 대법원장이 취임한 후 이뤄진 한진그룹 관련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수도 있다는 의혹을 받는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 (사진 = 연합뉴스)

야권에서는 김 대법원장의 퇴임까지 거론하고 있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이날 ‘무상 거주, 갖은 특혜 꿀물 빠는 김명수 대법원장 판사아들 내외, 가증스러운 좌파의 맨얼굴은 파도 파도 끝이 없다’는 논평을 내고 “김명수 대법원장은 아들 부부를 위해 자신의 공관을 내주며, ‘공관 재테크’를 통한 재산증식을 돕고 있는 것”이라며 “늘상 관용차를 애용하던 분이 인사청문회에 버스를 타고 나타나고, 대법원장 면담에 지하철을 이용해 방문하는 보여주기 식 청렴함만 과시하더니, 현실은 뒤에서 공관 리모델링 궁리나 하며 ‘공관 재테크’에 혈안이 되어 있었던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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