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르담 사원의 화재는 인류 문화유산의 소실이라는 점에서 가슴 아픈 일이다. 850년 넘게 프랑스의 자랑이었던 문화유산이 화재로 무너져 내리는 장면을 지켜보는 세계인의 마음은 고통 그 자체였다. 인류가 창조한 유무형의 가치에 애정을 품고 그것이 파괴될 때 슬퍼하고 가슴 아파하는 것은 문명인의 자연스런 심성이다.

파리 시민들은 불타는 노트르담 성당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기도 했다. 엄밀히 말하면 노트르담 사원은 그들의 사유 재산도 아니고 이익을 남기고 처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프랑스와 전 세계의 인류 문명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불길과 연기에 휩싸인 노트르담 사원을 내 것처럼 아꼈고, 우리 일처럼 안타까워 했다. 우리 안에 인류 문명에 대한 애착이 있다는 증거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우리의 일부가 불탔다"는 말이 눈물보다 더 강렬하게 들리는 이유다

대한민국도 국보1호 숭례문이 불탔던 경험이 있다. 불길 속에 태연하게 앉아 있던 숭례문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기에 노트르담 사원의 화재는 우리 대한민국에게는 남다른 감회가 있다. 인류 문명의 일부가 사라지는 것을 무력하게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경험은 가슴 아프다. 위풍당당하던 노트르담 사원의 첨탑이 무너져내리는 장면은 남대문이 불타 망루가 쏟아져 흩어지던 장면과 너무나 유사해서 가슴이 저렸다.​

노트르담 성당이 불타는 것을 보면서 대한민국을 생각한다. 무너져 내리는 첨탑의 참상에서 몰락하는 대한민국을 본다. 사력을 다하고 있지만 무력해 보이는 소방관의 모습에서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국민의 아픔을 본다. 노트르담 사원을 휘감은 화염에서 대한민국을 미워하고 증오했던 세력의 악마성을 본다. 노트르담 사원은 일부만 불탔지만 대한민국은 전체가 불타고 있다.

대한민국은 인류 문명의 위대한 성공작이다. 아무리 거부하려 해도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다. 우리가 인정하기 싫어도 세계인들이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런 대한민국이 노트르담 사원처럼 불길에 휩싸여 있다. 노트르담 사원의 불은 내부에서 발생했다. 밖에서 불이 붙어 안으로 들어간 것이 아니다. 내부에서 발생한 작은 불씨가 노트르담 사원을 태워버렸듯이 대한민국 내부의 작은 적들이 대한민국을 붕괴시키고 있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3권 분립 정신이 짓밟히고, 개인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얼어 붙었으며, 국가의 체면과 국격은 급속히 추락하고 있다. 안보는 마치 적과 내통이라도 한 것처럼 일사분란하게 해체되고, 미래 세대의 주역은 국가에 의존하는 노예형으로 커가고 있다. 세계 속으로 뻗어나가던 기업인의 웅혼과 기상은 포박되어 갇혀 있다. 대한민국을 건국하고, 발전시켰던 가치가 부정당하고 버려지고 있다. 현실은 참혹하고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인류의 자랑이었던 대한민국의 빛나는 성취가 부정당하고, 당당했던 대한민국이 해체되고 붕괴되는 것을 목도하는 것은 노트르담 사원이 불타는 것을 지켜보는 것보다 비교할 수 없이 고통스럽다. 불타는 노트르담 사원을 마치 우리 일처럼 아프게 지켜보았던 것은 노트르담이 인류의 문화유산이고 그 속에 인류의 긍지와 피땀이 서려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다. 빛나던 대한민국이 몰락하는 것을 지켜보는 문명인의 마음도 아플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성취한 대한민국은 그 어떤 인류의 문화 유산보다 값지고 빛나는 것이었다.

노트르담은 곧 복원될 것이다. 이전보다 더 근사하게 복원할 수 있다. 인류는 그런 정도의 기술과 능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한 국가가 해체되고 붕괴되는 것을 막아서고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은 진실로 어려운 일이다. 대한민국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속하게 해체, 붕괴되고 있다. 훼손된 대한민국을 바르게 세우고 다시 도약의 날개를 펴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련과 아픔이 우리 앞에 닥쳐올지 알 수 없다.

망가지고 붕괴된 국가 시스템과 제도는 짧은 시간에 다시 세울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마음에 진하게 자리잡은 미움과 증오의 적개심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을 해체, 붕괴시키고 있는 세력은 그 행위를 진보로 포장하고 역사적 사명이라는 확신에 차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대한민국을 더 많이 부수고 파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것을 지켜보는 대한민국의 애국 시민들은 맨살을 칼로 도려내듯이 아프다. 분명히 인류 문명을 파괴하는 야만적 행동이기 때문이다. 미래를 향한 발전이 아니라 과거 속으로 움츠러드는 문명의 퇴보다.

불길에 휩싸인 노트르담 사원 앞에서 파리 시민들은 눈물을 흘리며 기도했다. 화마 속에 앉아 있는 노트르담 사원이 눈물겹다. 한 치도 꿈쩍 없이 자신을 태우고 있는 사원을 보면서 대한민국을 생각한다. 무너지는 첨탑과 시민들의 탄식이 고스란히 대한민국의 현실과 겹친다. 인류의 문화 유산이 불타는 것을 무력하게 지켜보는 것은 고통스럽다. 가장 빛나던 현대 문명의 하나였던 대한민국이 해체되고 몰락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불길 속에 앉아서 자신을 태우는 것보다 더 뜨겁고 아프다.

​이자성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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