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언론 "북러회담 큰 성과 없을 듯"
김정은이 북러 정상회담을 위해 24일 오후 6시(현지시간, 한국시간 5시)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역에 도착했다. 김정은은 2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김정은은 전용열차에서 내려 러시아 측 인사들의 영접을 받았다. 이후 전용차량으로 갈아탄 뒤 북러 정상회담장과 숙소로 알려진 루스키 섬 내 극동연방대학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김정은은 이날 새벽 전용열차를 타고 북한에서 출발했다. 김정은을 태운 전용열차는 이날 오전 10시 40분께 함경북도 나진과 러시아 하산을 연결하는 두만강 철교를 건너며 북러 국경을 넘었다.
김정은은 하산역에서 자신을 영접한 러시아 인사들과 만나 “오랫동안 (러시아) 방문을 꿈꿨다”며 “이 나라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라는 이끈 지 7년이 지났고, 나는 이제야 러시아에 올 수 있었다”며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러시아에 대한 큰 사랑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김정은은 “전통에 따라 국가 간의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우호 관계를 맺고 자국을 방문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김정은은 자신의 러시아 방문에 대해 “이건 단지 첫 단계일 뿐”이라며 향후 긴밀한 관계를 맺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이날 러시아 측에선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차관과 알렉산더 마체고라 북한주재 러시아 대사, 올레크 코줴먀코 연해주주지사와 알렉산더 코즐로프 극동개발부 장관 등이 김정은을 영접했다.
김정은은 최소 2박 3일간 블라디보스토크에 머물며 북러 정상회담과 유학생 간담회, 주요 시설 시찰 등의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전해졌다.
푸틴 대통령은 24일까지 러시아 서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일정을 소화하고 25일 오전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김정은은 이날 유리 트루트네프 러시아 부총리 등과 만찬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북·러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24일 새벽 러시아를 향해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평해, 오수용 당 부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리영길 군총참모장 등이 동행했다. 그러나 김영철 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호명되지 않았다. 이날 통신이 홈페이지에 올린 환송식 사진에도 김영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김영철이 김정은의 외국 방문길에 동행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도 호명되지 않아 이번 러시아 방문에 동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박봉주 당 부위원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김정은을 환송했다며 “간부들은 경애하는 최고 영도자(김정은) 동지께서 외국방문의 길에서 안녕히 돌아오시기를 충심으로 축원하였다”고 전했다.
김정은의 전용열차는 함경북도 나선(나진·선봉)지구와 러시아 하산 지역을 연결하는 북러 접경의 두만강 철교를 통과해 북한에서 러시아로 직접 이동하는 루트를 택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정은은 24일 오후 블라디보스토크에 입성해 26일까지 체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크렘린궁의 유리 우샤코프 대통령 외교담당 보좌관은 23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4월 25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우리 대통령(푸틴 대통령)이 방러하는 김정은과 회담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담 의제에 대해선 “핵심 관심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의 정치, 외교적 해결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미국의 언론들은 이번 북러 정상회담이 핵 협상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북한과 러시아 모두 경제협력에 집중할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 열리는 북러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제재완화에 대해 도움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대북제재로 인해 궁지에 몰린 김정은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제재를 완화하는데 도움을 줄 것을 요청하면서 다른 경제적 유대를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푸틴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러시아의 강대국 입지를 확인하면서 자신이 워싱턴의 영향력을 대체할 수 있다고 홍보하려는 야심에 도움이 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WSJ은 “김정은은 계란을 모두 중국이라는 바구니에 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전문가의 분석을 전하며 “모스크바와의 관계 개선은 북한에게 큰 형님 격인 중국에 대한 의존을 완화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 BBC방송은 이번 회담이 북한과 러시아의 상호 필요에 의해 성사된 것으로 분석했다. 북한으로서는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그저 상징적일 뿐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강대국과의 만남이 절실했는데 러시아가 아주 좋은 조건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BBC는 전문가를 인용해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많은 것을 얻지 못할 것”이라며 “이번 만남은 트럼프 행정부와 한국에 보여주는 제스처”라고 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북러회담이 하노이 회담에서 제재 완화를 얻어내지 못한 북한이 해외 지원을 구축하기 위해 펼치는 노력이라며 “북한은 워싱턴과 베이징, 서울에만 의존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전문가 견해를 전했다.
AP통신은 이번 회담에서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보도했다. 유엔 안보리 제재에 따라 올해 말까지 해외 노동자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내야 하는데 북한의 입장에서는 수백만 달러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기 때문이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