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변희재 씨가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종북’이라고 표현한 것은 명예훼손이 아니라고 대법원이 23일 판결했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이날 ‘변 씨가 이 지사에게 4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종북이라는 말이 포함돼 있더라도 이는 공인인 이 지사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의견표명인 의혹 제기에 불과해 불법행위가 되지 않거나 위법하지 않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변 씨가 이 지사의 정치적 이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의사로 종북이라는 표현행위에 이름으로써 이를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여러 언론에서 제기된 원고의 정치적 행보나 태도를 비판하기 위한 수사학적 과장을 위해 (종북이란 표현이) 사용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종북이라는 표현 등에 정치적 공방을 통해 국민의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이 지사에겐) 충분히 주어졌으므로, 원고(이재명)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의문이나 의혹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문제 제기가 허용될 필요성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종북이라는 표현에 명예훼손 책임을 부정하더라도 ‘거머리떼들’ 등의 모욕이나 인신공격적 표현은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변시는 지난 2013년 1월부터 2019년 2월까지 총 13차례에 걸쳐 소셜미디어에 이 지사를 ‘종북’이라고 비난하는 글을 게재해 왔다.

이에 이 지사는 지난 2014년 5월 “변씨가 합리적 근거 없이 종북 등으로 지칭해 사회적 평가가 심각하게 침해됐다”며 명예훼손으로 손해배상 1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1, 2심에서 “남북이 대치하고 국가보안법이 시행되는 현실에서 북한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한다는 종북으로 지목될 경우 범죄를 저지른 반사회세력으로 몰리고 사회적 명성과 평판도 크게 손상될 것”이라며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와 그의 남편 심재환 변호사가 변씨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도 비슷한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 2심 판결을 뒤집고 변씨가 이 전 대표 등을 ‘종북’ ‘주사파’ 등으로 표현한 것은 명예훼손이나 모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변씨는 현재 JTBC가 최순실 씨의 태블릿 PC 관련 보도가 조작됐다고 주장해 해당 언론사의 명예를 실추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돼 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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