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다음달부터 이란산원유 수입 못해...석유화학업계 충격 불가피
한국 다음달부터 이란산원유 수입 못해...석유화학업계 충격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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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한국시간 22일 밤 공식 발표...이란산 금수조치 예외 연장 불허
한국 등 8개국 모두 예외 승인 안해, 타격 예상...미국, 기자회견 2시간 전 한국에 통보
1월 이란산 비중 2.1%(195만8000배럴)...2월엔 8.6%(844만 배럴)까지 상승
단기적으로 한국에 영향 미칠 듯...제조원가 상승, 소비-투자 위축

미국이 다음달 3일부터 이란산 원유 수출을 전면 봉쇄하기로 결정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이란산 원유 수출 전면 봉쇄 방침’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이란산 원유수입 금지조치와 관련, 한국 등 8개국에 대한 한시적 제재 예외 조치를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해 11월초 발효된 ‘180일 한시적 예외 조항’에 따르면 만료 기한은 5월 2일 밤 12시다. 그러나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면제 조치는 5월 1일 밤 12시에 만료된다”며 이란산 원유 수입 ‘제로(0)화’가 5월 2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지난해 8월 이란 핵 협의를 파기한 뒤 같은 해 11월 5일 '최대한의 압박' 전략의 일환으로 이란산 금과 원유 등에 대한 수출금지 등 경제 제재를 대폭 강화한 바 있다. 다만 원유수입의 안정성 보장 등의 이유로 한국을 포함, 중국·인도·이탈리아·그리스·일본·대만·터키 등 8개국에 대해선 '6개월 한시적 예외'를 인정한 바 있다. 그 조치가 끝나고 이제는 이란산 원유 또는 초경질유를 수입하는 어떤 나라에 대해서도 더 이상 예외 조치를 인정해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폼페이오 장관의 기자회견 약 두 시간 전 한국 정부에 연락해 이란산 원유수입 예외조치를 어느 나라에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발표가 있을 예정이라고 알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언론 보도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이 통보가 있기 전까지 외신으로 소식을 접하며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였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현재 외교부와 함께 미 국무부 측에 사실관계를 요청한 상태이지만 미국이 주말 휴일이어서 다소 시간이 걸리는 듯하다”며 “내용을 먼저 파악한 다음 대응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한바 있다.  

23일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이후 우리나라의 이란산 원유 수입은 감소세를 보이다 올해 2월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3월엔 이란산 수입 비중이 14.0%(1159만7000배럴)로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2위였지만, 8월에는 2.1%(200만 배럴)까지 떨어졌다. 9∼12월에는 이란산 원유 수입이 아예 없었다. 올 들어 수입이 재개되고도 1월에는 이란산 비중이 2.1%(195만8000배럴)에 그쳤다. 그러나 가장 최근 집계인 2월에는 8.6%(844만 배럴)까지 비중이 올라갔다.

국내 정유사들은 이란산 수입금지 조치 현실화에 당황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콘덴세이트(초경질유) 중에서는 이란산이 거의 절반에 이른다. 이란산 콘덴세이트는 나프타 함유량이 70% 이상으로 고품질이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한국에는 이란산 원유수입 예외적 허용 조치를 연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는데, 반대의 결과가 나와 대응책을 강구 중”이라며 “초경질유 도입 지역을 러시아ㆍ카자흐스탄ㆍ나이지리아 등으로 다변화했지만, 이란에서 들어오는 물량이 워낙 많다 보니 충격이 작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세계 6위 원유 수입국인 한국은 석유제품 가격이 오름에 따라 소비와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까지 오르면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0.96% 하락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또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1.25% 하락하고 소비(-0.81%), 투자(-7.56%) 등에도 악재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계에 끼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 유가가 10% 상승하면 석유제품 제조원가는 7.5% 상승 압력을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이란이 원유 수출을 못 하게 되면 글로벌 원유 공급에 영향을 미쳐 국제 유가가 상승하고 단기적으로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22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배럴당 65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북해산 브렌트유 역시 지난해 10월 가격을 회복했다. 미국의 이란 제재 강화 소식이 올 들어 상승세를 보이던 국제 유가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관계자는 “국내 기름값은 국제 유가에 따라 움직이므로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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