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 “볼튼, 3차회담 정상 간 오가는 대화 파악하고 말해야”
김정은, 첫 러시아 공식 방문...23일 평양 출발, 24일 푸틴과 만찬
靑 “文대통령, 김정은에게 줄 트럼프 대통령 메시지 있다”
태영호 “중·러, 김정은에게 산소호흡기 붙여주면 6월 전까지 남북정상회담 개최 힘들 것”

북한이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촉구한 미국의 대북협상 '키맨'들에 대해 거친 비난을 이어가며 러시아를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국을 압박해 협상의 유리한 지렛대를 확보하는 동시에 러시아로부터 경제적 후원을 받아내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의 고위관리가 미북협상을 이끄는 폼페이오 장관의 경질을 요구한 지 이틀 후인 20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해 “멍청해 보인다”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최 제1부상은 이날 북한의 관영 선전매체인 조선중앙통신 기자가 볼튼 보좌관의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 대해 질문하자 “볼튼 보좌관인 언제 한번 이성적인 발언을 하리라고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면 3차 수뇌회담과 관련해 어떤 취지의 대화가 오가는지 정도는 파악하고 말을 해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볼튼 보좌관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3차 정상회담을 개최하려면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한다는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는 진정한 징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 부상은 볼튼의 발언에 대해 “미국 사람들의 발언에서 일반적으로 느끼는 미국식 재치성도 논리성도 찾아보기 힘들다”며 “경고하는데 앞으로 계속 그런 식으로 사리분별 없이 말하면 좋은 일이 없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최 부상의 이날 발언은 지난 18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국장이 차기 미북 협상에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아닌 다른 인물이 나오기를 바란다고 밝힌 지 이틀 만에 나왔다.

북 외무성 권정근 미국 담당 국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폼페이오 장관만 끼어들면 일이 꼬이고 판이 지저분해진다”며 “앞으로 미국과의 대화가 재개되는 경우에도 나는 폼페이오가 아닌 우리와의 의사소통이 보다 원만하고 원숙한 인물이 우리의 대화상대로 나서기 바랄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은 19일 북한의 대화 상대 교체 요구를 일축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미 국무부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만난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변한 것은 없으며 나는 여전히 미국의 대북 협상단을 이끌고 있다”며 “대북협상은 분명히 트럼프 대통령이 총괄적으로 책임지지만 김정은이 약속한 것을 실현하려는 미국의 노력은 자신의 협상단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월 말 베트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북한은 폼페이오 장관과 볼튼 보좌관을 비난하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이어가고 있다. 하노이 정상회담의 결렬은 김정은에게 커다란 모욕이었다. 북한측은 당시 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와 같은 부분적 비핵화와 북한의 석탄 수출과 석유 수입을 금지하는 주요 유엔 대북제재를 맞바꾸기를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측은 북한에 모든 핵무기와 생화학무기의 폐기와 핵무기 생산 시설의 해체 즉 ‘빅딜’을 요구했다. 결국 김정은은 빈손으로 북한으로 돌아갔다.

김정은은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3차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용의를 밝히면서도 미국과의 대화 시한을 올해 연말로 못 박고 미국의 입장 전환을 촉구했다. 이어 지난 17일 신형 전략 무기를 참관했다.

북한의 이러한 움직임은 북한 김정은 정권이 미국의 ‘빅딜’ 요구에 좌절감을 느끼고 있으며, 지난 2017년에 있었던 도발적인 핵무기 실험으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관측을 낳게 한다.

김정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을 위해 23일 평양에서 열차를 타고 출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의 집사’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은 21일 회담 장소로 알려진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섬 내 극동연방대학을 집중 점검했다.

북러 정상은 24일 극독연방대에서 만찬을 한 뒤 다음 날 단독회담과 확대회담을 잇따라 가질 것으로 보인다. 외교가에선 “김정은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현 대외 정책 방향을 수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이날 북한의 ‘탈 중국, 친 러시아’ 경제정책 방향이 명기된 북한의 ‘국가경제발전전략(2016~2020년)’을 입수해 보도했다. 이 문서에는 ‘중국 일변도에서 벗어나 대외 무역 방향을 러시아, 동남아, 중동 등 각국으로 확대한다’는 목표가 명시돼 있다

통일부는 4.27 판문점 선언 1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남측 단독으로 개최한다고 밝혔다. 북한측에 통보조차 이뤄지지 않아 남북 공동 행사가 아닌 ‘반쪽짜리 행사’를 개최하는 것이다. 통일부는 ‘멀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을 주제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남측 지역에서 ‘평화 퍼포먼스’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이 행사를 위해 정부와 국회, 각계 인사 등 500명의 내외빈을 초청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김정은에게 전달할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가 있다며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면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김정은에게 직접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21일 자신의 블로그에 “만일 김정은이 푸틴을 만나 핵과 미사일 실험에 대한 모라토리움을 유지하는 조건부로 올해 말까지 추방 위기에 놓인 수만 명의 북한 근로자들의 체류 연장을 받아내고 5월 중 시진핑의 북한방문이 이루어진다면 6월 전까지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 힘들게 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태 전 공사는 “중국과 러시아가 김정은에게 산소호흡기를 붙여 준다면 김정은의 대미대남 강경 모드는 올해 말까지 갈 수 있으나 중국이나 러시아로부터 충분한 경제적 후원을 받지 못한다면 올해 하반 년에는 슬슬 남북정상회담을 넘겨다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지금 김정은이 군사행보, 비난행보를 이어가면서도 ‘트럼프와의 좋은 관계’를 비추고 있는 것은 아직 중국이나 러시아로부터 경제 후원을 약속을 받지 못했으므로 일단 미국과의 협상판은 계속 열어놓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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