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K뉴스 "北 메모, '조기수확 가능-기초작물 즉각 증대 노력해 식량안보 확보해야' 강조"
수령인은 北 아세안-인니 대사 역임 중인 '안광일'로 드러나…"앞서 韓매체도 메모 보도"
NK뉴스 분석가 "北 식량사정 정말 끔찍했다면 대외매체로 우려 표했을 것" 의심도

북한 정권이 "식량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긴급대책이 4월 내로 필요하다"고 자체 진단한 북한 외무성 문건 내용이 최근 외신을 통해 보도됐다.
 
지난 16일(미 현지시간) 미 대북 전문매체 NK뉴스는 북한 외무성 엠블렘(상징)이 그려져 있는 한글 메모가 "현재 식량 공급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NK뉴스는 한주 전 입수한 이 문건을 토대로 "북한의 지난해 곡물 생산량은 495만1000톤으로 전년보다 50만3000톤이 감소했다"고 전했다. 전년대비 생산량이 10% 가량 줄어든 것이다.

사진=NK뉴스 홈페이지 4월16일(미 현지시간)자 보도 캡처

보도에 따르면 북한 내부상황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이를 '외교 메모'로 지칭했으며, 이 문건은 평양(북한)이 "조기 수확이 가능한 작물과 기초 작물의 생산량이 즉각적인 미래에 증대되도록 노력을 집중해 식량 안보를 확보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 메모는 또 다른 나라로부터의 식량 수입이 "긴급하게" 이뤄져야 한다면서, 수령인 측에게 "현재 식량 상황의 위험성을 파악하고 적절한 시기에 '행동을 취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뒤이어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인지는 거론하지 않았지만, "4월 중에 계획이 실현돼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수령인 명칭으로는 현재 인도네시아·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주재 북한대사를 역임 중인 '안광일'이 문서 하단에 적혀 있다고 NK뉴스는 전했다.

NK뉴스는 한국의 주간지 '시사저널'도 지난 3월 동일한 문서로 보이는 것을 입수해 북측이 안광일 대사에게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다는 정황도 제기했다.

아울러 이 메모를 두고 "지난 2월 김송 유엔주재 북한대사가 작성하고 미국 NBC방송이 입수한 긴급 식량지원 요청 메모의 후속 조치로 보인다"며 "두 메모는 11월 26일부터 12월 7일까지 세계식량계획(WFP)과 북한이 실시한 공동 식량평가에 근거한 통계를 인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NK뉴스는 입수한 문서에 관해 "북한이 20만 톤의 식량을 수입하고 40만 톤의 조기 발효 작물을 생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절대 식량 부족'에 직면해 있다고 나와 있다"며 "(북측은) 곡식 수확이 줄어든 이유 중 하나로 '제재'를 꼽으며, 이들이 '농업용 장비와 재료, 화학비료, 농약, 제초제' 등 '농업용 물자 공급 중단'을 위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앞서 지난 2월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릴 2차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세계식량계획(WFP) 등 유엔기구에 공식적으로 식량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다만 NK뉴스는 북한이 여태 관영선전매체들을 동원해 식량사정 곤란 등을 호소한 바 없다는 점에서, 북측이 극악의 식량난을 겪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도 봤다.

'NK PRO'의 분석가 이민영씨는 이 매체에 "북한 관영매체들의 작년 여름 이후 식량 상황에 대한 보도는 긍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면서 "만약 식량사정이 정말 끔찍했다면 북한은 KCNA(조선중앙통신) 등 대외매체를 동원해 식량난을 상세히 설명하고 국제사회에 도움을 호소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의 가뭄과 홍수의 경우 북한은 대내·대외적으로 우려를 표시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d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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