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 순방 中 전자결재 방식으로 이미선 헌재 후보자 임명 강행
한국당, '강경대응' 방침...20일 광화문에서 '文정권 실격선언 국민 저항 총궐기대회' 개최
황교안 대표 "앞으로 文정부 폭정에 확실히 대응...장외투쟁에 앞장서서 임하겠다"
나경원 원내대표 "文대통령 전자결재 클릭 한 번으로 사법 독립성 무너져"
바미당 "안하무인 靑은 검증 포기...인사청문회는 '통과 의례'이고 국민 판단도 '참고 사항' 전락

문재인 대통령(左),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左),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우즈베키스탄 순방 중 전자결재 방식을 통해 '과도한 주식 거래' 논란으로 야당과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19일 낮 12시 40분(한국시간)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을 재가했다"며 "문 대통령은 헌법재판관의 공백이 하루라도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빈 방문 중인 우즈베키스탄에서 전자결재를 통해 두 헌법재판관의 임명을 결재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이미선·문형배 두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를 18일까지 보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지만,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이 후보자의 '과도한 주식 거래'가 도저히 헌법재판관으로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임명 절대 불가' 방침을 정해 불발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이 후보자 임명을 강행함에 따라 문재인 정권 출범 후 국회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된 헌법재판관은 4명으로 늘어났다. 이날 임명된 이미선·문형배 재판관과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명한 이석태·이은애 재판관이 야당의 반대로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했다.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이 좌파 성향의 법원과 변호사 단체 출신으로 채워진 상황에서 일각의 문 대통령이 향후 정치적으로 코너에 몰릴 때를 대비해 야당과 국민의 반대에도 헌법재판관 임명을 강행한다는 주장이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될 전망이다.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등에 대한 탄핵심판, 정부·국회·법원의 권한쟁의, 위헌정당해산 심판권을 갖고 있는 절대적 헌법 국가기관이기 때문이다.

좌파 성향 6명의 헌법재판관 이력을 살펴보면 유남석 소장과 문형배 재판관은 우리법연구회 출신이고, 김기영·이미선 재판관은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이석태 재판관은 민변 출신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추천한 이은애 재판관은 좌파 성향 법원·변호사 단체 출신은 아니지만 전라도 광주 출신으로 판사 재직 시절 노사 관련 판결에서 노조측 편을 든 사례가 있어 좌파 성향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한편 이 후보자 부부의 '수상한 주식 거래는' 11일 주광덕 한국당 의원에 의해 자세히 밝혀졌다. 주 의원은 "이 후보자의 남편인 오모 변호사가 OCI그룹의 계열사인 삼광글라스와 관련된 중요 공시와 공정위 적발 등을 전후해 주식을 대량 매수하거나 매도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 부부가 주가에 영향을 주는 주요 공시를 전후해 자신들이 보유한 OCI그룹 계열사 주식을 대량으로 사고판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주 의원실에 따르면, 오 변호사는 지난해 3월 중순 이테크건설과 삼광글라스가 지분을 가진 군장에너지가 코스닥에 상정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아 삼광글라스의 주가가 급등하자 이틀에 걸쳐 보유한 삼광글라스 주식 3700주를 주당 5만8000원에서 5만9000원 선에서 집중 매도했다.

매도 2주 뒤인 지난해 3월 29일에는 한국거래소가 삼광글라스의 주식 매매를 정지시켰다. 삼광글라스의 재고자산 처리 문제로 감사보고서에 '한정' 의견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거래정지 이후 삼광글라스 주가가 하한가를 기록해 4만원 초반대까지 폭락하자, 오 변호사는 삼광글라스 주식 1만주를 다시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에도 1월 5일부터 10일까지 오 변호사가 삼광글라스 주식 3500주를 매도한 후, 공정거래위원회가 15일 삼광글라스에 과징금 12억2000만원을 부과해 주가가 급락했다. 오 변호사는 지난 2월에도 삼광글라스 주식 1700주를 다시 매수해 현재 1만5000주, 6억원 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후보자가 자신과 남편이 주식을 가진 OCI 계열사 이테크건설의 재판을 담당했고, 판결 이후 주식을 추가 매수해 이득을 봤다는 것이다. 10일 열린 이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와 오 변호사는 전 재산 42억6000여 만원 중 주식을 35억4887만원 가량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재산의 약 83%에 이른다. 그 중 OCI그룹 계열사인 이테크건설 주식은 17억4596만원 가량, 삼광글라스 주식은 6억5937만원 가량 보유하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中),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左). (사진=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中),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左). (사진=연합뉴스)

한국당은 '장외투쟁' 까지 언급하며 '강경대응'을 천명하고 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19일 오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정치평론가 고성국 출판기념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야당의 반발에도 이 같은 무모한 인사는 정말 안 된다. 정치 파트너와 함께 대화하면서 설명해야 하는데 그런 소통은 전혀 없었다"며 "이미선 후보는 절대 안 된다고 했는데 아무 반응 없이 임명 강행 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앞으로 (문재인) 정부 폭정에 확실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20일 예정된 광화문 총궐기 대회에 대해선 "우리 당의 방침 중 하나가 싸워 이기는 정당이다. 과거와 다른 투쟁의 모습으로 이겨낼 수 있도록 하겠다. 장외투쟁에 앞장서서 임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18일 의원총회에서 "문 대통령이 오늘까지 이미선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재송부 해달라고 하는 것은 국회에 '굴종서약서'를 보내라는 것"이라며 "국회를 향한 감시와 견제라는 숙명을 포기하라는 겁박으로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 후보자의 보고서를 절대로 재송부 하지 않을 것"이라며 "내일(19일) 문 대통령이 (이 후보자) 임명을 강행한다면 우리 당은 원내외 투쟁을 병행할 수 밖에 없다"고 엄포를 놨다.

나 원내대표는 19일에도 "(이 후보자 임명 강행은) 좌파 독재의 마지막 키(key)"라며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가 상실되고 그나마 남은 민주주의마저 권위주의로 퇴보하는 것을 막기 위해선 사법 독립성이 마지막 둑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전자결재 클릭 한 번이 이 마지막 둑을 무너뜨릴 것이다"라고 성토했다.

이에 한국당은 20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인근 등에서 문재인 정부의 인사 임명강행을 비롯한 국정 운영 전반을 비판하는 대규모 장외투쟁을 검토 중이다. 당 내부에선 "전(全)당협 총동원령"이 내려졌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18일 한국당 내에선 각 당원협의회(당협)에 원내지역은 400명, 원외지역은 300명 이상 당원을 집회에 참석시키라는 총동원령이 내려졌다. 당협에 보내진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19일 문 대통령이 이미선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을 강행할 경우 당 지도부 결정사항으로 '문재인 정권의 실격선언 국민 저항 총궐기대회'를 개최한다. 총궐기대회 이후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도 계획됐다. 경찰 집회신고에 따르면 집회 당일 약 5000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른미래당 역시 문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 강행 직후 논평을 통해 "안하무인 청와대는 검증을 포기했으며, 국회의 인사청문회는 '통과 의례'이고 국민의 판단도 '참고 사항'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리적 흠결은 물론 심각한 법적 의혹들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헌법재판관을 임명 강행하는 것은 이미 정상이 아니다"라며 "가장 큰 잘못은 국가를 이끌어 가는 리더와 국가 기관에 대한 국민의 기본적인 신뢰와 존경심을 빼앗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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