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시 북동쪽 해역서 규모 4.3 지진 발생...동해시 재난상황실은 40여분 지나서야 문자 보내
연합뉴스, 지진 2분 뒤 속보 보내...시민들 자의로 행동한 뒤 인터넷 보고서야 지진 상황 확인
재난문자, 보내는 기준도 다르고 송신범위도 모호...전담부처도 없어
제보자 "평소 문자 남발하던 재난안전처는 조용하고 지자체에서만 재난문자...이게 정상적인 나라인가"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19일 오전 11시 16분 강원도 동해시 북동쪽 해역에서 지진이 발생했다. 동해시 시민들에게 재난 관련 사항을 안내해야 할 동해시 재난상황실은 지진 40여분이 지나서야 재난 문자를 발송했다.

기상청은 이날 북위 37.88, 동경 129.54 위치(동해시 북동쪽 54km)의 깊이 32㎞로 추정되는 해역에서 규모 4.3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규모 4의 지진은 ‘실내에서 많은 사람이 느끼고, 밤에는 잠에서 깨기도 하며, 그릇과 창문 등이 흔들리는 정도’다. 계기 진도(지역에 따라 진동을 느끼는 정도)의 경우도 경북은 3, 경기와 충북 일부 지방에서는 2로 분석됐다. 국내에서 규모 4.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 것은 지난 2월 10일 포항 이후로 두 달여 만이다.

그런데 시민들에게 재난 관련 사항을 즉시 안내해야 할 동해시 재난상황실은 지진 40여분이 지난 11시 55분경에서야 재난 문자를 송신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연합뉴스는 지진 약 2분 뒤 속보를 통해 소식을 알렸다. 재난 안내를 담당한 지자체가, 민간 언론사보다도 상황 안내가 늦은 셈이다.

지진 발생 2분 뒤 전해진 연합뉴스 속보. (사진 = 연합뉴스 페이지 캡처)

지진 발생 뒤 지자체의 공식 안내가 전무한 상황에서, 동해시 시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이날 오전 11시 35분경 펜앤드마이크에 제보해온 한 독자도 “지진이 발생한지 20분이 다 돼가는데도, 지자체나 재난안전처 쪽에서는 어떤 설명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 독자는 지진 당시 실내에 있다가 진동을 느껴 급히 대피한 뒤 정부, 지자체 안내를 기다렸다고 전했다. 하지만 안내가 이뤄지지 않아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야 지진 상황을 확인했다고 한다.

동해시 인근에 지진이 나는 경우 재난문자 송신을 담당하는 곳은 동해시 재난상황실이다. 동해시 재난상황실 관계자는 펜앤드마이크 측에서 11시 55분경에 통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묻고 나서야 “이제 문자 확인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화기 뒤로는 ‘삐-’하는 재난문자 송신음이 울리고 있었다.

긴급재난문자는 각 지자체가 위급재난과 긴급재난, 안전안내 등 3가지로 분류해 송출한다. 문제는 지자체별로 문자를 보내는 기준이 다르고, 휴대전화 특성상 송신 범위도 모호해 정보를 잘못 전달하는 경우가 잦아 비판을 받아왔다.

재난문자 발송 기준에 대해서도 논란이다. 현재는 위급재난/긴급재난/안전재난 모두 문자 발송 주체가 다르다. 도로 통제는 각 지자체나 행정안전부 등 부처가 맡지만, 기상예보 등은 기상청·보건환경연구원, 지진 발생은 시민안전실 등에서 담당하는 식이다. 또 일부 지자체에서는 한파 경보나 건조 경보 등 ‘재난’ 상황이 아닌 건에 대해서도 긴급재난문자 발송이 이뤄지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미세먼지 저감 시행’ ‘축제 종료’ 등을 ‘긴급재난’으로 알린 사례도 있다.

전문가들은 ‘재난문자 난립’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이 전담 부처의 부재라고 지적한다. 이연 한국재난정보미디어포럼 회장은 “지진 등 재난상황이 잦은 일본에서는 ‘J-Alert’라는 중앙 부서가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재난상황 경보를 담당한다”며 “제주·강원·경상도의 경우 재난문자와 관련한 부서가 있지만, 부서를 별도 편성하지 않은 지자체도 많다”고 말했다.

이날 동해시 인근에 발생한 지진은 규모는 4.3으로 체감할 수 있을 정도였지만, 육지에서 먼 해역에서 발생해 별도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던 문재인 정부에서 ‘중구난방’식 재난 문자 송신이 반복되는 데 대한 비판은 높아지고 있다. 이날 펜앤드마이크에 제보한 독자 박모 씨도 “오늘 지진은 다행히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시민들은 아무런 안내가 없던 20여분 동안 불안에 떨어야 했다”며 “평소 사소한 부분에서까지 재난문자를 보내던 재난안전처는 조용하고 지자체에서만 재난문자가 왔다. 이게 정상적인 나라인가”라 비판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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