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돌연 외무성 국장 명의로 "폼페이오 교체하라" 어깃장
北, 돌연 외무성 국장 명의로 "폼페이오 교체하라" 어깃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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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파'로 여기던 폼페이오에 "끼어들면 일 꼬이는 게 하노이회담 교훈"…美는 직접대응 없어
외무성 국장 권정근, "김정은-트럼프는 가까워…폼페이오보다 원숙한 인물 상대로 나서라"
美국무부 "美는 여전히 北과 건설적 협상할 준비 돼있다" 원론적 입장
지난 2018년 3월31일~4월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북한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왼쪽)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악수하는 모습을 백악관이 사후 공개한 사진. 1년여 지난 2019년 4월 현재까지 미북정상회담이 두차례 열렸지만 북한 비핵화 진전은 없다. 최근 북한 권은 미북대화 결렬 책임을 돌연 폼페이오 장관에게 지우면서 '대화상대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사진 출처=백악관)
지난 2018년 3월31일~4월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북한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왼쪽)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악수하는 모습을 백악관이 사후 공개한 사진. 1년여 지난 2019년 4월 현재까지 미북정상회담이 두차례 열렸지만 북한 비핵화 진전은 없다. 최근 북한 권은 미북대화 결렬 책임을 돌연 폼페이오 장관에게 지우면서 '대화상대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사진 출처=백악관)

북한 김정은 정권이 2차 미북정상회담 결렬 책임을 돌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에게 떠넘기며, '대화상대 교체' 요구로 어깃장을 놓고 있다. 

앞서 북한 관영선전매체 조선중앙통신은 18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미국담당국장' 권정근이 중앙통신 기자 물음에 답변한 내용을 소개하는 식으로 폼페이오 국무장관 비난을 늘어놓았다. 그리고 "앞으로 미국과의 대화가 재개되는 경우에도 나는 폼페이오가 아닌 우리와의 의사소통이 보다 원만하고 원숙한 인물이 우리의 대화상대로 나서기 바랄뿐"이라고 요구사항을 내놨다. 북한은 이같은 권정근 담화문을 이튿날(19일)까지도 대외선전매체들을 동원해 선전하고 있다.

권정근은 담화 초입에서 김정은의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차 회의 시정연설을 거론한 뒤, "이에 대해 미국이 올해 말 전에 계산법을 바꾸고 화답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으로 만사람이 명백히 이해하고 있는 때에 미 국무장관 폼페이오만이 혼자 연말까지 '미조(미-북) 사이의 실무협상을 끝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잠꼬대같은 소리를 해 사람들의 조소를 자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폼페이오가 이런 언행을 일삼고 있는 것이 정말로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서인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알아듣지 못하는 척 하는 것인지 그 저의는 알 수 없지만 그가 정말로 알아듣지 못했다면 이것은 대단히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4월 18일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이어 이튿날(19일)까지도 다수의 대외선전매체를 동원해 외무성 국장 명의의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비난 담화를 선전하고 있다.(사진=대북동향사이트 캡처)

그는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김정은 지칭)께서 천명하신 바와 같이 미국은 지금의 궁리로는 우리를 까딱도 움직이지 못할 것"이라며, 김정은 시정연설의 의미를 "미국은 우리를 핵보유국으로 떠민 근원, 비핵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을 제손으로 올해말까지 치워야 한다는 것이며 그렇게 되지 않을 경우 조선반도(한반도)정세가 어떻게 번져지겠는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자신들의 대남·대미 위협용 핵무장 강행을 '미국이 떠밀었다'는 취지로 궤변을 편 데다, 원하는 조건을 미측이 맞춰주지 않을 경우 한반도 안보불안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셈이다.

권정근은 "폼페이오가 제멋대로 말을 꾸며대면서 조미(북-미)관계전반을 자기 마음대로 흔들어 자기의 인기를 올려보려고 획책하고 있는 속에서도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와 트럼프 대통령사이의 개인적인 관계가 여전히 좋은 것"이라며 "위원장 동지께서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는데 대해 기쁘게 생각하고 계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하노이 수뇌회담의 교훈에 비춰봐도 일이 될만 하다가도 폼페이오만 끼어들면 일이 꼬이고 결과물이 날아가곤 하는데"라고 전제한 뒤 "앞으로도 내가 우려하는 것은 폼페이오가 회담에 관여하면 또 판이 지저분해지고 일이 꼬일 수 있다"며 대화상대 교체를 요구했다.

한편 북측의 이같은 주장에 미국 국무부는 18일(현지시간) "미국은 여전히 북한과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원론적인 반응을 보였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은 여전히 북한과 건설적 협상에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화상대 교체 요구에 직접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셈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신임하는 최측근 중 한 명으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주도해왔다. 그는 수차례 방북(訪北)하는 등 김정은과 가장 많이 만나면서 처음에 협상파로 분류됐으나, 2차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비핵화 원칙에 타협의 여지가 없음을 거듭 확인해왔다. 지난 2월 하노이 회담 결렬에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폼페이오 장관은 회담 결렬 이후 북한과의 대화를 희망한다면서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 전에 제재 완화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미측 대북전문가들의 평가 역시 북측에 대해 부정적이다.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의 제니 타운 편집장은 "미국이 김정은이 지시하기 때문인 것처럼 보이지 않게 협상단을 바꾸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해, 북측이 실현가능성이 떨어지는 요구를 내놨음을 시사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또 다른 정상회담을 하려는 것 같다"며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을 통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대화 원천 거부' 입장을 낸 것은 아니면서, 폼페이오 장관과 트럼프 대통령을 갈라놓으려는 듯한 언사를 보이자 이같이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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