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유조선→제3국 선박→北선박 이중환적 日초계기에 포착, 美태평양사 전달돼
SBS 보도에도 文정부 "유엔 제재결의는 '직접 환적'만 규제" 韓선박 조사도 안해
한국당, 북한석탄반입의혹TF 확대개편해 대북제재위반조사특위 발족 18일 첫 회의
유기준 특위위원장 "현재 대북제재 위반혐의 출항정지-보류선박 총 6척" 사례 소개
"정제유 불법환적도 작년 1월부터 12회나 적발…이번에도 조사 피하면 방관 넘어 동조"
나경원 원내대표 "대북제재 가장 큰 구멍 한국 아닌가, 제재대상 되면 굉장히 위험"

최근 한국 유조선이 제3국 선박으로 석유제품을 환적하고, 3국 선박은 북한 선박으로 석유제품을 다시 옮겨 실은 사실이 적발돼 미국과 일본이 주목하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에선 별다른 조치를 하고 있지 않다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법에 준하는 효력을 갖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對北)제재 결의는 북한에 대한 연간 원유공급 상한을 50만 배럴로 두고 있는데, 북한 정권은 해상에서 선박 대 선박으로 옮겨 싣는 방식으로 감시망을 피해 석유제품 등을 밀반입하고 있다. 

이 과정에 협력한 것으로 확인된 주체는 미국과 유엔발(發) 제3자 제재(세컨더리 보이콧)에 직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침묵이 길어지면서 야당에서 공론화에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2018년 10월26일(미 현지시간) 미국 국무부는 트위터를 통해 같은해 6월7일 파나마 선적 뉴리젠트(NEW REGENT)호와 북한 유조선 금운산(KUM UN SAN) 3호가 호스를 사용해 환적하는 모습 등 대북 정유제품 불법환적 사례들을 소개한 바 있다.(사진=연합뉴스) 

앞서 17일 SBS는 정부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석유제품 환적은 지난달 20일 밤부터 이튿날 새벽 사이에 대만해협 북쪽에서 이뤄졌다"며 "1차적으로는 한국 유조선 A호가 제3국 선박으로 석유제품을 옮겨 실었고, 3국 선박은 북한 선박으로 석유제품을 환적했다"고 보도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2397호는 석유제품 불법 환적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현재 불법환적을 직접 한 것은 제3국 선박이라며 "A호가 실정법을 위반한 것 같지 않다"는 시각 하에 한국 선박에 대한 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SBS는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두단계를 거친 석유제품 대북 불법환적은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가 정밀 촬영해 불법행위 현장이 확인됐다. 일측이 촬영물 일체를 미 인도태평양사령부에 넘겼고, 미측은 문재인 정부에 확인요청과 함께 증거 자료들을 전달했다. 정부 소식통은 "군(軍)을 통해 해당 자료들을 받았다"고 확인하기도 했다.

SBS는 "대북 불법환적 혐의로 루니스 호라는 한국 선박이 억류된 적은 있는데 이번 건은 명확한 증거가 먼저 나온 것"이라며 "한국 선박이 사유를 전혀 짐작도 못한 채 대만해협 북쪽 공해상에서 순수하게 환적을 통해 석유제품을 판매한 건지, 아니면 북한으로 넘어가는 걸 알면서도 불법 환적에 가담한 건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측 한 관계자는 "유엔 결의안 2397호는 직접 환적을 금지하는 것"이라며 "적발된 한국 선박은 3국 선박으로만 환적을 했을 뿐이지 북한 선박으로 직접 불법 환적은 하지 않았다"고 이 매체에 주장했다.

매체는 대만해협 북쪽 바다는 대북 불법환적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이라는 점, 지난달 20일이라는 시점은 루니스 호 의혹으로 한창 시끄러울 때였다는 점에서 "이번 환적 건을 (정부 주장대로) 순수하게만 볼 수 없는 이유는 많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이 4월18일 오전 국회에서 '대북제재위반조사특별위원회' 발족 겸 첫 회의를 열었다.(사진=유기준 의원실)

이와 관련,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18일 기존 '북한석탄반입의혹TF'를 확대 개편해 '대북제재위반조사특별위원회' 첫 회의를 열고 석유제품 대북 불법환적 진상규명 촉구에 나섰다.

대북제재위반조사특위 위원장을 맡은 유기준 의원은 이날 특위 회의에서 "최근 공해상에서 북한산 석탄(국내 밀반입) 및 석유제품 불법 환적 의심사례가 잇따라 보고되고 있고, 일본과 미국 등 국제사회에서 면밀한 관심을 갖고 증거를 수집하고 있지만 어찌된 일인지 문재인 정부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유기준 위원장은 제재위반 실태에 관해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출항정지 또는 출항 보류된 선박은 모두 6척"이라고 확인한 뒤, "그동안 나온 선박은 '피 파이오니어', '라이트하우스 윈모어', '코티', '탤런트' 선박인데, 여기에다 최근에 '카트린'호가 출항 보류 돼있고, 제가 어제 발견한 것은 'DN5505'호로 (올해 2월 북한산 석탄 반입 혐의) 출항 보류돼 있다"고 설명했다. DN5505호는 2018년 1월7일 선명을 변경하기 전 'Xiang Jin'이었다는 사실도 부각했다.

지난 4월3일 오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한 혐의로 수사를 받는 한 선박이 부산 감천항 한 수리조선소 안벽에 계류돼 있다. 이 선박은 지난 2018년 10월부터 출항이 보류된 상태다. 한국 국적 선박이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한 혐의로 출항이 보류된 것은 이 사례가 처음이다.(사진=연합뉴스)
지난 4월3일 오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한 혐의로 수사를 받는 선박 '피 파이오니어' 호가 부산 감천항 한 수리조선소 안벽에 계류돼 있다. 이 선박은 지난 2018년 10월부터 출항이 보류된 상태다. 한국 국적 선박이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한 혐의로 출항이 보류된 것은 이 사례가 처음이다.(사진=연합뉴스)

유 위원장은 또 "지난 3월 중국 선박에 유류를 공급했다는 혐의로 미국 재무부가 발표한 북한 제재 주의보에 포함된 '루니스' 호를 당국이 조사하고도 추가적인 조치 없이, 지난해 10월 해양수산부도 출항 보류를 해제한 바 있다"며 "이 선박은 2017년부터 여천, 울산 등 우리나라 항구에서 총 27차례에 걸쳐 정유제품 16만5000톤을 싣고 나간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심지어 루니스 호는 출항할 때 싱가포르 또는 베트남 하이퐁항을 목적지로 신고했지만 실제로 싱가폴항을 들리지 않았다고 싱가폴 정부가 확인한 바 있고, 마린트래픽 항적기록에 따르면 루니스 호가 동중국해 공해상 등에 머물러 불법 환적에 대한 의구심이 강하게 제기됐다"고 부연했다.

이어 "또한 최근 공개된 유엔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의 연례보고서에서 지목된 '와이즈 어네스트(Wise Honest)' 호는 지난해 3월 북한 남포에서 석탄 2만5500톤을 실은 후 한국으로 들어오려다가 인도네시아 당국에 적발돼 억류 중"이라고 소개했다.

유 위원장은 "이 석탄을 들여오려던 우리나라 기업이 당사자가 돼 있는 계약서도 있고, 또 돈을 모두 지불했다고도 하는데, 또 석탄을 빨리 환적해서 보내라는 전화까지 했다고 하는 정황인데 상당히 의심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국은 '국내에 석탄이 반입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사조차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유 위원장은 정제유 불법 환적에 대해서도 SBS 보도 내용을 재차 확인한 뒤, "제가 입수한 일본 초계기 촬영사진은 작년 1월부터 최근까지 환적이 의심되는 행위를 포착한 것이다. 이 사진을 보면 북한 배에 직접 정제유를 불법 환적하는 모습이 12회나 적발됐다"고 추가 자료를 소개했다.

그는 "이미 일본과 미국은 안보리 제재결의안을 충실히 이행하며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직접 환적이 아니'라는 현 정부 당국의 태도를 겨눠 "'불이 난 현장에서 한집 건너 있는 다른 집은 안전하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번에도 조사를 회피한다면 이는 (제재위반) 방관을 넘어선 동조라고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4월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대북제재위반조사특별위원회 첫 회의에서 나경원 원내대표(가운데)가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특위 회의에 동참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국제사회에서 봤을 때 대북제재의 가장 큰 구멍이 바로 한국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과 의심이 들기 시작한 부분이 있다"며 "결국 이것이 잘못되면 제재 대상이 대한민국으로까지 확대되는 것 아닌가 하는 굉장한 위험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도 정부를 겨눠 "대북제재의 구멍이 생겨도 이에 대해 적극적인 대처를 전혀 안 하고 있는 이러한 현실을 야당이 지금 국익 차원에서 걱정하는 상황"이라며 "대통령이 '북한 바라기' 행태를 계속하니까, 정부부처 관련 기관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안 하면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본다"고 성토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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