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돈-명예 다 챙기고 뻔뻔하기까지 한 文정권 사람들
“이미선 남편과 김의겸 부인이 만났으면 초대박 났을 것”

권순활 논설주간
권순활 논설주간

민간기업 임원을 지낸 뒤 퇴직한 지인이 얼마 전 참석한 점심모임 이야기에 관한 짧은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공직자의 재산증식 이야기가 화제에 올랐는데 이미선(헌법재판관 후보자) 남편과 김의겸(전 청와대 대변인) 부인이 만났더라면 초대박이 났을 것이다라는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한다. 그는 남자는 여자를 잘 만나야 하고, 여자는 남자를 잘 만나야 한다. ㅠㅠ라고 덧붙였다. 보통사람들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탈법과 편법으로 부동산과 주식을 통해 재산을 크게 늘린 의혹이 짙은 고위 공직자들이 배우자가 모두 알아서 했고 자신은 전혀 몰랐다는 지나가는 개도 웃을 변명을 하는 세태에 대한 냉소가 깔려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달 9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국민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권층끼리 결탁, 담합, 공생해 국민의 평범한 삶에 좌절과 상처를 주는 특권과 반칙의 시대를 반드시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이 나온 시점은 특권과 반칙의 종합판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국회에서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도 무산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임명을 문 대통령이 강행한 바로 다음날이었다.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부부를 둘러싼 납득하기 어려운 족집게 거액 주식투자의 실상이 드러나면서 일반 국민은 물론이고 법조계 내부에서도 판사 망신 다 시키고 있다라는 한탄이 나온 시점이기도 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얼굴 낯빛도 변하지 않고 태연하게 국민의 평범한 삶에 좌절과 상처를 주는 특권과 반칙의 시대를 반드시 끝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얼굴 두껍고 마음 시커먼 자들의 벼락출세

중국 청나라 말기에서 중화민국 초기까지 살았던 리쭝우(李宗吾)1912년 후흑학(厚黑學)이란 용어를 선보였다. 후흑은 두꺼운 얼굴을 뜻하는 면후(面厚)검은 마음을 뜻하는 심흑(心黑)을 합성한 말로 뻔뻔함과 음흉함을 의미한다. 리쭝우가 제창한 후흑학은 반드시 부정적 면만 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문 대통령의 특권과 반칙운운 발언을 접하면서 문자 그대로의 후흑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문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은 현 정권 사람들의 인식이 얼마나 왜곡되고 자기중심적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는 마치 자신들이 문제 많은 한국의 특권층에 대항해서 싸우는 의로운 소수자 집단인양 행세했다. 입에 침도 안 바르고 전 국민을 상대로 장난하고 있나.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을 휘두르는 특권층이 누군가. 바로 문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집권세력과 그들과 결탁해 사회 전 분야의 노른자위를 싹쓸이한 비슷한 코드의 인사들 아닌가. 권력, , 명예를 모두 장악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썩은 냄새가 풀풀 나는데도 자신들은 여전히 정의로운 소수파행세를 하는 그 인간들 이상의 특권층이 도대체 이 땅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이런 명백한 현실을 외면하고 특권층과 맞서는 외로운 투사(鬪士) 코스프레를 버젓이 하는 후안무치라면 아무래도 병원에 한번 가봐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좌파가 우파에 비해 국가를 부강하게 하는 능력은 모자랄지 몰라도 우파보다 덜 부패하고 도덕성이 높을 것이라는 착각이 존재한다. 천만의 말씀이다.

물론 이념성향에 관계없이 인간은 모두 한계가 있고, 많든 적든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우파나 보수를 자처하는 이들 중에 개인적 품성에서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는 모습도 심심찮게 눈에 띤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현 집권세력과 같은 부류의 인간 중에서 개인적으로 추악한 민낯을 가진 자들이 월등히 더 많다. 권력에 대한 집착도 더 강하고 권력의 근처에라도 가면 그 힘을 악용해 개인적 이익을 챙기려는 속성도 훨씬 강하다. 이 정권 들어 벼락출세한 사람 중에 사람들이 고개를 흔들게 만들만큼 능력과 도덕성 모두 함량미달이 유난히 많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더구나 감춰뒀던 심각한 하자가 드러나도 말도 안 되는 변명과 궤변으로 버티는 뻔뻔함까지 갖춘 것도 또 하나의 특징이다.

헌재나 내각 아니라 검찰청이나 구치소 가야 하는 것 아닌가

노무현 정권에서 권부(權府)에 몸담았던 몇몇 운동권 출신 인사는 문재인 정권 출범 직후 자신들이 경험한 노 정권의 실패를 되돌아보면서 이제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았다는 말을 주변에 털어놓았다고 한다. 집권 초기 힘이 있을 때 법원, 검찰, 헌법재판소, 경찰 같은 법과 관련되는 국가기관들의 수뇌부를 굳이 말을 안 해도 눈빛만으로 통할 수 있는 내 사람들로 신속히 채워 자신들의 행동을 법적으로 정당화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했다. 언론정책에서는 정권이 입김을 미치는 지상파 방송과 뉴스통신사 등의 고위직은 즉시 코드가 맞는 인사들로 물갈이하고 과거 자신들이 집권할 때 호락호락하지 않았던 몇몇 비판적 성향의 언론사는 직접적 갈등보다는 개별 회사 사정에 맞게 광고와 협찬, 종편 재인가권 등을 이용해 길들이는 방식이 효과적이라는 것이었다. 거짓보도와 광기(狂氣)의 홍수 속에 콩볶듯이 이뤄진 탄핵 정변을 거쳐 문 정권이 출범한 뒤 지난 2년 동안 집권세력 일각의 이런 구상은 무서울 정도로 완벽하게 착착 진행됐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15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판사의 재판상 직무를 이용하여 거액과 다량의 특정회사 주식을 거래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가야 할 곳은 헌법재판소가 아니라 서울 서초동의 검사실이나 경기도 의왕의 서울구치소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한변은 또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은 특권과 반칙의 시대를 끝내야 한다고 하였다반칙과 특권의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박영선 장관에 이어 이 후보자 등과 같은 인물을 임명하는 행위는 그야말로 특권과 반칙이 아닌가라고도 꼬집었다. 상식적 법률관과 공직관을 가진 사람이라면 대부분 고개를 끄덕일 문제 제기지만 아마 문 정권 사람들에게는 마이동풍(馬耳東風)에 그칠 개연성이 농후하다.

그들에게는 이미선 문형배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면 전체 헌법재판관 9명 중 이미 6명이 자신들과 코드가 같은 인사들로 채워져 헌재 장악을 사실상 완료한다는 의미가 더 클 것이다. (문 대통령은 19일 우즈베키스탄 순방 중 전자결재 방식으로 이미선 후보자의 헌법재판관 임명을 결국 강행했다.) 과거 민주당 출신이지만 최근 어느 야당 의원 못지않게 현 정권의 폭주를 매섭게 질타하는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 문 대통령의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강행 움직임에 대해 임기 중 탄핵될 경우를 대비해 자신의 헌법 위반 사유를 냉철하게 판단하지 않고 진영 논리에 갇혀 방어해줄 재판관을 한 명이라도 더 임명해두려는 것이라고 비판한 것은 적지않은 설득력이 있다.

우리 편 인권만 끝까지 보장하고 우리 편 아닌 놈들은 다 죽인다

요즘 정신이 제대로 박힌 법조인들 중에 한국 법치주의의 실질적 종언(終焉)을 이야기하는 분들이 부쩍 늘었다. 문 정권 들어 승승장구하는 검사들, 판사들, 헌법재판관들이 내리는 결정이나 판결이 형식상으로는 법치의 외피(外皮)를 쓰고 있지만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에 진정으로 부합하는지에 대해 회의하는 국민은 그들만이 아니다.

()좌파정권 고위인사들에 대해서는 무리한 법논리를 적용해 그렇게도 무자비하게 단죄하던 사법부가 지난 대선의 근본적 정당성까지 의심받을 수 있는 대형 범죄의 공범, 또는 사실상 공동정범의 가능성이 큰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온갖 감싸기 논리를 들먹이며 17일 보석으로 석방한 것도 현직 대통령의 핵심 측근에 대한 또 하나의 특권과 반칙이란 비판을 면키 어렵다. 오죽했으면 항소심 재판장인 차문호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김 지사를 보석으로 석방한 직후 물망초재단 이사장인 박선영 동국대 교수가 법은 만인에게 평등해야 하지만 대한민국은 지금 좌파무죄, 우파유죄 사회라며 대한민국 사법부는 지금 우리법인권법연구회 소속 여서 우리 편의 인권만 실정법과 상관없이 끝까지 보장하고 우리 편 아닌 놈들은 다 죽인다라며 직격탄을 날렸을까.

특권층끼리 결탁해 국민의 평범한 삶에 좌절과 상처를 주는 특권과 반칙의 시대는 반드시 끝내야 한다는데 동의한다. 다만 그 내용은 신흥 특권층의 정점에서 온갖 특권과 반칙을 남발하는 문 대통령이 주장한 것과는 정반대의 방향이어야 하지 않을까.

권순활 논설주간 ks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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