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은 與홍영표 "절충안 없다" 발언 전해져 무산…孫-민평당 합당 검토설로도 분위기 '냉랭'
'당원권 정지' 이언주 의원 입장 일부 당직자가 막으며 내부 혼란상 한층 크게 불거지기도

4월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의원총회에서 이른바 '호남 통합파'로 분류되는 손학규 대표, 박주선 전 공동대표, 김동철 전 원내대표(왼쪽부터 세번째까지)와 옛 바른정당계 수장격인 유승민 전 공동대표(가장 오른쪽) 등이 굳은 표정으로 앉아있다.(사진=연합뉴스)

바른미래당이 18일 의원총회를 열어 소수정당들의 관심현안인 공직선거법 개정과 정권 관심 현안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도입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추진을 놓고 격론을 벌였으나, '상처'만 남은 의총이 됐다.

당일 일부 언론으로 불거진 손학규 대표의 민주평화당 합당 '호남신당설' 등을 둘러싼 갈등도 표면화했다. 옛 바른정당계 수장격인 유승민 전 공동대표가 "그런 마음으론 당이 살아날 수 없다"고 공개 반발한 상황이다.

옛 국민의당계 김관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3시간 넘게 진행된 비공개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선거법 패스트트랙 지정이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동의를 필요로 하는지, 아니면 일반적인 의총의 의결정족수인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동의를 필요로 하는 상황인지에 대한 의원들의 의견이 다르다"며 "적절한 방법을 통해 명확한 해석을 내려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의총에 올린 안건 추인에 실패했음을 알린 것이다. 전날(17일)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이 공수처에 제한적으로 기소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중재안을 마련했으나, 이날 바른미래당 의총 도중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합의 사실을 전면 부인한 사실이 전해져 '논의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불만이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최종합의된 내용 자체가 상대당에서 번복하는 문제가 나왔기 때문에 이 문제에 관해선 오늘 더이상 논의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며 "조만간 민주당과 최종적으로 공수처 안에 대해 최종적 합의문을 작성해 이 합의문을 기초로 다시 의원들의 총의를 모으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공수처의 기소권ㆍ수사권 분리 문제에 대해 (민주당과) 잠정 합의된 내용은 검사ㆍ판사ㆍ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한 기소권만 공수처에 남겨 두고 나머지는 분리하는 원칙"이라고 밝혀뒀다.

그러나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같은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우리 입장이 바뀐 게 없다"며 "기소권과 수사권을 모두 갖춘 공수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양당 절충안은) 없고, 저는 그런 것은 안 된다고 했다"며 잠정합의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이는 민주당 내 반발 기류가 거셌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왼쪽부터)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공동대표와 지상욱 의원이 4월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회의장에서 퇴장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이날 패스트트랙 추진 반대 의견을 피력하기 위해 의총에 참석한 유승민 전 공동대표는 퇴장하면서 지도부를 작심 비판했다. 그는 "김 원내대표는 최종 합의를 했다고 주장했는데, 홍 원내대표가 한 말을 보니 전적으로 부인했더라"라며 "최종 합의라면 양 당 원내대표가 서명한 구체적인 안이 있어야지 한 사람은 합의했다 하고 한 사람은 안 했다고 하는, 바보 같은 이런 의총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선거법을 패스트트랙으로, 다수 횡포로 정하는 것은 국회 역사상 합의해 온 전통을 깨는 것이고, 이 전통을 깨고 나면 선거법을 다수가 마음대로 고칠 수 있는 길을 여는 것"이라며 "과거에는 다수 횡포를 열심히 비판했던 정의당이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자는 게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 정의당이 당리당략으로 선거 이익만 생각하고 밀어붙이는 것인데, 바른미래당이 거기에 놀아날 이유가 없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유 전 공동대표는 손학규 대표의 민평당 합당추진설에 관해서도 "바른미래당은 우리 스스로 개혁적 중도보수정당으로 살아날 생각을 하고 국민의 마음을 얻어야지, 지역당이 되겠다는 차원에서 민평당과 합쳐 호남에서 선거만 생각하겠다, 그런 마음으로는 당이 살아날 수 없다"고 강력 반대했다.

반면 박주선 전 공동대표는 의총 도중 보도진에게 "제3지대 빅텐트를 민평당과 해야하며 손 대표도 공감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의총은 모두발언 없이 비공개로, 소속 의원들이 착석 중인 모습만 촬영이 허용됐는데 그 와중에도 당 내홍 양상을 감추지 못했다. 개의 초부터 김 원내대표가 "오늘 의총은 비공개로 한다"고 발언하자, 하태경 최고위원이 "공개발언을 받고 진행하라"고 반론을 제기했고, 그러자 손 대표가 "비공개로 한다"고 김 원내대표를 거들었다. 바른정당계 지상욱 의원이 "언론의 공개 질의를 받고 토론을 시작했으면 한다"면서 손 대표-민평당 '호남신당설' 관련 조선일보 보도를 논제로 언급하기도 했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 4월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 참석하려다가 일부 당직자에게 저지당하자 반발하는 모습 등이 현장 취재진에 의해 포착됐다.

한편 이날 의총은 앞서 손학규 대표에게 4.3 국회의원 보궐선거 유세 방식 등을 두고 "찌질하다"고 표현해 '당원권 1년 정지' 중징계를 받은 이언주 의원이 당직자들에 의해 입장을 방해받으면서 소란이 일었다. 그는 결국 입장해 의총을 '참관'하고 나왔다.

이언주 의원은 이날 오전 9시20분 의총이 열린 국회 본관 2층 회의장 앞에서 일부 당직자로부터 입장을 저지당하자 "뭐하는 거야, 국회의원한테. 이러려고 당원권 정지했어? 비켜요 당장, 누가 지시했어? (김관영) 원내대표야?"라고 일갈했다.

이 의원은 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한 동안 취재 대기 중인 기자들이 듣도록 목소리를 높여 당 지도부에 의견을 피력했다. "오늘 패스트트랙 강행처리를 한다는 얘기를 듣고 왔다"면서 "제가 비록 지난 징계에서 (당원권 정지로) 의결권이 박탈됐지만 저는 의결권 박탈이 이것을 강행하기 위한 꼼수였는지 묻고 싶다"고 원내지도부를 성토했다.

그는 "선거법 패스트트랙 처리가 대한민국 선거제도와 권력구조, 의회정치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비록 의결권은 없지만 강행처리가 매우 심각하고 어떤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참석(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오른쪽)이 4월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 '참관'한 뒤 퇴장하면서 출입문을 지키는 당직자들을 바라보며 이야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 의원은 "야당이 야당으로서 역할을 하지 않고 여당과 야합해 선거법을 개정해서 살아남으려는 것은 추하기 짝이 없다"며 "의결권이 없어도 (의총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겠다. 그들이 양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길 바란다"고도 했다.

이 의원은 계속해서 목소리를 높이다가, 하태경 최고위원이 밖으로 나오고 이혜훈 의원이 입장하는 틈을 타 당직자들을 뿌리치고 회의장 안으로 들어갔다. 이후 그는 의총이 끝날 때까지 참관했다가 걸어나왔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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