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칼럼] 자유조선의 ‘1체제 2국가론’, 한국사회 통일논의 새로운 차원으로 이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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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19.04.18 09:49:32
  • 최종수정 2019.04.1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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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정권 타도되고 북한 자유화 이뤄져야 통일의 길 비로소 열린다
김영호 객원 칼럼니스트

‘자유조선’이라는 반(反)김정은 단체는 그 이름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궁극적으로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남북통일을 지향하면서도 김정은 정권 타도를 통한 북한 자유화 실현을 우선적 목표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 이름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 단체에 관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에이드리안 홍은 2016년 1월 ‘샌디에이고 유니언-드리뷴’지에 기고한 글에서 김정은 정권 타도 후 일정 기간 남북한이 분리된 과도기를 거쳐 자유민주통일을 이룩하는 구상을 밝히고 있다. 이 구상은 노재봉 전 국무총리가 주장해온 ‘분리를 통한 통일방안’(unification through separation)과 그 맥이 닿아 있다.

동서독처럼 동독 공산정권 붕괴 후 바로 북한이 남한으로 흡수되는 급격한 통일은 북한 주민을 통일한국에서 2등 국민으로 만드는 것일 뿐만 아니라 주변 국가들도 반대할 것이라는 것이다. ‘1체제 2국가’ 통일 모델이 ‘자유조선’의 활동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북한이 주장한 현실성 없는 ‘1국가 2체제’ 연방제 통일방안에 휘둘려왔다. 2000년 6월 남북공동선언은 북한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과 남한의 국가연합제안이 유사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실현가능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북한의 선전과 선동에 완전히 놀아난 것이었다. 북한이 말하는 ‘1국가 2체제’ 연방제안은 중국의 통일방안을 그대로 베껴온 것이다.

중국은 ‘일국양제’(一國兩制) 통일방안을 내놓고 있다.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서 중국은 하나의 국가이지만 정치체제가 다른 대만을 일정 기간 그대로 내버려 두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두 체제를 유지하면서 대만의 자본을 활용하여 중국공산당 일당독재는 유지하면서 경제는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모델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이후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어 왔다.

중국의 사례가 다른 나라의 경우에 항상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예멘의 경우 정치체제가 서로 다른 남북 예멘이 1993년 연방제 통일을 이룩했지만 결국 내전으로 가고 말았고 그 전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것은 연방제이든 국가연합이든지 간에 정치체제의 동질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실현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 헌법 제4조는 연방정부에게 50개 주가 모두 동질적 정치체제를 유지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내일 아침에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공산국가가 되겠다고 한다면 미 연방정부는 군사력을 동원해서라도 그것을 저지시킬 권한이 있다는 것이다. 유럽연합의 경우에도 28개 회권 국가들의 정치체제가 모두 동일하다.

중국과 대만이 서로 정치체제가 다르면서도 중국이 ‘일국양제’ 방식으로 통일을 추진할 수 있는 것은 중국이 대만에 대해서 군사적으로 압도적 우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말하는 ‘1국가 2체제’ 연방제 통일방안은 이 중국 모델을 따라서 북한이 남한에 대해서 군사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전제조건으로서 한미동맹 해제, 주한미군 철수, 중립화 등을 제시하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수십개 가진 상황에서 이런 전제조건들이 충족된다면 북한판(版) ‘일국양제형 연방제 통일방안’이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자유통일을 지향하는 한국이 북한의 연방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에이드리언 홍이 제시한 ‘1체제 2국가’ 통일 모델에 의해서 북한의 연방제안의 허구성이 여지없이 폭로되고 있다. 자유조선에 의한 스페인 대사관 사건은 김정은 정권의 위신에 엄청난 손상을 입혔다. 이 사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자유조선이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우리 사회의 통일논의를 끌고가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자유조선의 ‘1체제 2국가론’은 역대 한국정부들이 추진해온 기능주의적 통일방식의 문제점을 여지없이 드러내주고 있다. 정치경제체제가 다른 국가들은 교류와 협력이라는 기능주의적 방식을 통해서 국가통합을 이루는 것이 불가능하다. 유럽연합 국가들은 정치체제가 같기 때문에 기능주의적 협력이 통했던 것이다. 에이드리안 홍의 주장에서 보는 것처럼 남북한은 하나의 체제를 만들어나가야 하는 과정에 있는 것이다. 김정은 정권이 타도되고 북한 자유화가 이루어져서 남북한 정치체제가 ‘1체제’가 되었을 때 통일의 길이 비로소 열리게 되는 것이다. 자유조선은 통일이 ‘민족 통일’이 아니라 ‘체제 통일’이라는 것을 우리에게 일깨워주고 있다. 해외 탈북자들의 네트워크로 존재하면서 그 실체가 베일에 가려있는 자유조선은 ‘1체제 2국가론’을 통해서 우리 사회의 통일논의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김영호 객원 칼럼니스트(성신여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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