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6일(현지시간) 고려시대 궁궐터인 개성 만월대 공동발굴에 필요한 장비의 대북반출을 인정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이날 오후 우리 정부가 신청한 개성 만월대 남북 공동발굴을 위한 장비의 대북반출에 대한 제재면제를 승인했다.

장비나 물품의 구체적인 목록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굴삭기 등 발굴사업에 필요한 기계류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미북 협상 교착 여파로 발굴사업이 실제로 재개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남북역사학자협의회는 북측과 공동으로 2007년부터 모두 7차례에 걸쳐 고려의 정궁(正宮)인 개성 만월대 발굴조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남북관계 부침에 따라 발굴 중단과 재개가 반복됐으며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8차 조사가 진행됐다.

이 기간 동안 남북은 만월대 궁궐터 25만㎡ 중 서부건축군 3만 3000㎡를 조사해왔다. 특히 이 가운데 1만 9000㎡에 대한 조사를 통해 건물터 약 40동과 축대 2곳, 대형 계단 2곳, 금속활자 등 유물 1만 6500여 점을 확인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미국 워싱턴DC에서 한미 워킹그룹 회의를 열고 만월대 공동발굴 사업에 대한 제재면제와 관련해 미국과 사전 협의를 거쳤다.

이번 제재면제 승인으로 앞선 발굴 작업 당시 한미 간 협의가 잘 안 돼 반입하지 못했던 기계류 등을 반입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제재면제로 여건을 좋아졌지만 발굴작업 재개 시점을 불투명한 상황이다.

역사학자협의회는 지난 2월에 이어 하노이 미북정상회담 결렬 이후인 지난달 초 북측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에 발굴사업 재개를 위한 실무협의를 잇따라 제안했지만 북측으로부터 회신을 받지 못했다.

실제로 북측은 최근 남북관계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대부분 교류협력 사업에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역사학자협의회 관계자는 "(이번 제재면제로) 전에는 가지고 갈 수 없었던 장비를 원활히 가져가게 돼 환경은 좋아졌지만, 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인 것 같다"며 "(북측의 회신을) 기다리는 동안에는 이전보다 좀 더 체계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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