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남침전쟁 휴전을 "종전(終戰)" 표현하기도…신임 軍수뇌부 진급·보직신고後 발언
韓美정상회담서 "빛 샐 틈 없는 공조" 강조 나흘 뒤 "韓美동맹 의존" 불만 표출한 격
외세 침탈역사 들며 절치부심(切齒腐心)만 8번, 결론은 "독자적 전작권도 못 가져"?
"힘이 있어야 평화" "강한 군대"를 전작권 분리에 투영한 격…野 "말과 맞는 실천이 있나?"

국군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신임 군(軍) 수뇌부와의 대화에서 북한의 6.25 남침전쟁 휴전(休戰)을 "종전(終戰)"이라고 지칭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회담(미 현지시간 지난 11일)에서 한미간 "빛 샐 틈 없는 공조"를 강조한 지 나흘 만에, "우리는 종전 후에 거의 70년 한미동맹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며 "독자적인 전시작전권까지도 가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앞서 15일 오후 4시 청와대에서 각군 대장·중장 진급자 등에게 진급 및 보직 신고를 받고 환담하는 자리에서, 군에 "이제 강한 군대에 대해 절치부심하는 정신을 가져달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에서 두번째)가 4월15일 오후 청와대에서 각군 대장·중장 진급자 등에게 진급 및 보직 신고를 받고 환담하는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발언 도중 '절치부심(몹시 분하여 이를 갈고 마음을 썩임)'을 8차례에 걸쳐 언급했다. "절치, 이를 갈고, 부심, 가슴을 썩이면서 어떤 치욕이나 국란을 다시 되풀이해서 겪지 않겠다는 정신자세"라고 말뜻까지 설명했다.

하지만 정확히 어떤 대상을 치욕으로 여기며 '이를 갈고 가슴을 썩이면서' 정신자세를 다지자는 것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과거 외침(外侵)에 대비하지 못한 역사로 운을 떼면서도, 결론은 '한미동맹에 절대적 의존'을 문제시하며 미국과의 전시작전권 분리를 목표로 하는 듯한 언급으로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임진왜란 후 정묘호란, 병자호란, 일제 식민지를 연달아 겪은 역사를 언급하며 "우리 역사를 되돌아보면 절치부심의 정신 자세가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는 생각을 늘 한다"며 "그런 일을 겪었으면 그야말로 절치부심해야 하지 않나. 그러지 못했고 결국 우리는 나라를 잃었고, 35년간 우리가 식민지 생활을 해야 했다"고 했다.

이어 "식민 지배를 받고 2차 대전 종전으로 해방이 됐지만 나라는 남북으로 또 분단됐고, 분단된 남북 간에 동족상잔의 전쟁이 일어났다"고 북한의 6.25 남침전쟁 배경에 대한 자의적 해석을 내놨다. 다만 "미국을 비롯한 유엔군의 참전으로 겨우 나라를 지킬 수 있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그렇게 해서 전쟁이 끝났다면 정말로 우리는 이제 우리 힘으로 우리 국방을 지킬 수 있는, 그리고 그 힘으로 끝내 분단까지 극복해내고 또 한미동맹과 함께 동북아의 안전과 평화까지 이뤄내는 강한 국방력을 갖추는 데 절치부심해야 마땅하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4월15일 오후 청와대에서 군 장성 진급 및 보직 신고식 후 접견실로 이동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원인철 공군참모총장, 문 대통령, 서욱 육군참모총장.(사진=연합뉴스)

그는 "민간이 만약 해이하다면 적어도 군대만큼은 그런 절치부심의 정신자세를 가져야 되는 것"이라고 전제하며, "그러나 '종전 후에 거의 70년' 가까운 지금 이 시점까지 아직도 우리는 한미동맹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고, 우리가 독자적인 전시작전권까지도 가지지 못하고 있는 그런 상황"이라고 본론을 꺼냈다.

뒤이어 "아까 말씀드린 그런 강한 군대에 대해 절치부심하는 정신자세까지 가져달라"고 장성들에게 당부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은 미국과의 전작권 분리를 이른바 '강한 군대'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신고식에 참석한 서욱 신임 육군참모총장 육군대장(육사 41기)은 문 대통령에게 "'힘을 통한 평화'를 잘 이해하고 있다"면서 "(북한과의) 9.19 군사합의가 제대로 이행되도록 하겠다"라고 받들었다. 원인철 신임 공군참모총장은 이튿날(16일) 취임식에서 "전시작전통제권의 안정적 전환을 위해 전작권 전환에 필요한 조건들을 차질 없이 충족시켜 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정권 관심사를 반영한 발언을 했다.

이밖에도 신고식에는 최병혁 연합사부사령관 육군대장(육사 41기)과 남영신 지상작전사령관 육군대장(학군 23기) 등 대장 진급자와, 이승도 해병대사령관 해병중장(해사 40기) 등 중장 진급자가 참석했다. 정부에선 정경두 국방장관을 비롯해 박한기 합참의장, 심승섭 해군참모총장 등이 배석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운데)가 4월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편 문 대통령이 언급한 '강한 군대'와, 북핵 문제 등을 둘러싼 정권 차원의 행보가 상충된다는 비판이 정치권에서 나왔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6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15일) 군 수뇌부와의 자리에서 강한 군대를 강조한 문 대통령은 '힘이 있어야 평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며 "그 말씀에 맞는 실천과 행동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그는 "강력한 대북제제만으로 우리에게 비핵화를 가져올 수 있고, 그것이 바로 평화를 이끌어낼 힘이다. 굳건한 한미동맹 없이는 안보도 비핵화도 불가하다"며 "회담을 백번, 천번 한다고 비핵화가 되는 게 아니다. 북한이 비핵화를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낼 회담을 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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