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랖 넓은 중재자 행세" 金 막말엔 입장표명 없이…"南北 다를 수 없다" 전상서 올리나?
"北 여건되면 장소·형식 구애않고 마주앉자" 저자세…예상된 '對北특사' 언급은 빠져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최근 북한 김정은이 최고인민회의 이틀차(지난 12일) 시정연설을 통해 선(先)핵폐기-후(後)경제지원 일괄타결(빅딜)을 공개 거부했는데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안팎으로 거듭 천명했다"는 해석을 공언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모두발언을 통해 "이제 남북정상회담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추진할 시점이다. 북한도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김정은은 앞서 시정연설에서 2월말 하노이 2차 미북정상회담 결렬 배경을 두고 "미국은 전혀 실현 불가능한 방법에 대해서만 머리를 굴리고 회담장에 찾아왔다", "똑똑한 방향과 방법론도 없었다", "일방적으로 자기의 요구만을 들먹이려고 하는 미국식 대화법에는 체질적으로 맞지 않고 흥미도 없다", "하노이 조미(북-미)수뇌회담과 같은 수뇌회담이 재현되는 데 대해선 반갑지도 않고 할 의욕도 없다" 등 대미(對美) 비난발언으로 '빅딜 거부'를 공언한 바 있다.

국제사회의 북핵 폐기요구가 본질인 비핵화 추진을 두고 문 대통령이 언급한 '확고한 의지'가 김정은 발언 중 어디에서 묻어나오는 지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다.

(왼쪽부터) 최근 사흘간(4월11~13일)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무위원장으로 재추대된 김정은, 4월15일 오후 청와대 수석비서관·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는 문재인 대통령.(사진=연합뉴스)

또 문 대통령은 김정은이 시정연설에서 "남조선당국은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미국에) 자신이 할 소리는 당당히 하라"고 사실상 친북노선을 강요, '훈계'했던 것에 대해 이날 직접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선제적으로 철저한 남북 합의 이행 등을 약속하는 저자세로 일관하며, '김정은 전상서'를 방불케 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은 또한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 공동선언을 철저히 이행함으로서 남북이 함께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점에서 남북이 다를 수 없다"며 "우리 정부는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남북공동선언을 차근차근 이행하겠다는 분명하고도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로의 뜻이 확인된 만큼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 여건이 마련됐다"며 "북한의 여건이 마련되는대로 장소와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남과 북이 마주앉아 두차례의 북미(미북)정상회담을 넘어서는 진전된 결실을 맺을 방안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질적 논의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4월15일 오후 청와대 수석비서관·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는 문재인 대통령.(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거듭 "나는 지금까지 그랬듯이 또 한번의 남북정상회담이 더 큰 기회와 결과를 만들어내는 디딤돌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와 김정은 위원장은 불과 1년 전 1차 남북정상회담으로 전 세계에 한반도 평화의 출발을 알렸다. 오랜 적대와 대립의 한반도 질서를 평화와 협력의 새로운 질서로 바꾸는 일이 쉬운 일이라고 결코 생각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많은 변화를 함께 이루어 냈다"고 자평했다.

그는 "일촉즉발의 대결 상황에서 대화 국면으로 대전환을 이루고, 두차례의 북미(미북)정상회담까지 하는 상황에서 남북미가 흔들림 없는 대화 의지를 가지고 함께 지혜를 모은다면 앞으로 넘어서지 못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북한 비핵화'보다도 '미북 대화'에 방점을 찍는 듯한 언급도 내놨다.

그러면서 "평화를 완성하고 번영과  통일로 가는 길은 반드시 이루어야 하는 온겨레의 염원이라는 역사적 소명 의식을 가지고 흔들림 없이 그 길로 나아가겠다"며 "남북관계와 북미(미북)관계의 선순환,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 강화 등 한반도 평화 질서 만드는데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사전 준비과정으로 대북특사 파견 관련 언급을 내놓을 것이라는 게 주된 전망이었으나, 이날 수보회의에선 '대북특사'라는 단어가 한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장소와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남북회담을 열자는 문 대통령의 언급이 남북간 물밑 대화도 순탄치 않음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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