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연합뉴스 제공)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중소기업이 가업을 승계할 때 상속세를 감면받는 제도의 조건을 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중소·중견기업의 원활한 가업 승계를 지원하기 위해 최대 500억 원까지 상속세를 깎아주는 '가업상속공제 제도'가 규정이 까다로워 활발히 활용되지 못한다는 지적에 정부가 개편안을 내놓은 것이다.

홍 부총리는 지난 12일(현지시간)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회의 등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가업 상속 공제 완화가 마무리 단계"라며 "일률적으로 10년으로 돼 있는 상속 사후 관리 기간을 7년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가업 승계를 포기하고 회사를 매각하는 중견·중소기업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최고 세율 65%(경영권 상속 때 할증세율 포함)에 달하는 상속세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중견·중소기업 인수합병(M&A)은 2016년 275건에서 작년 352건으로 28% 늘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작년에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은 가업승계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으로 '상속세 등 조세부담'(69.8%)을 꼽았다. 또 작년 중견기업연합회가 134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서도 84.3%의 기업이 '가업 승계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이는 세금을 감면받을 수 있는 가업상속공제 제도가 기능을 제도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혜택을 보기 위한 사후관리 요건 중 하나인 '고용·업종·지분 10년간 유지'는 현실을 모르는 것이라고 산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상속 후 10년간 중소기업은 평균 정규직 근로자 수가 기준 고용 인원의 100% 이상, 중견기업은 120%를 유지해야 한다는 조항에 대해서도 비현실적이라는 불만이 나온다. 10년 동안 상속 지분이나 인력을 처분·조정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산업 흐름에 맞춰 나가야 할 경영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가업상속공제 제도인 것이다. 

조병선 중견기업연구원장은 "회사를 어떻게 성장시키고 투자할지를 고민해야 할 기업인들이 (상속과 관련해) 소모적인 고민에 발목이 잡힌 건 국가 경제적으로 큰 손해"라며 "이런 환경 속에선 100년 가는 기업이 절대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기업의 승계 자체를 '부의 대물림'이라고 보는 반기업 정서에 대해서도 산업계의 불만은 나오고 있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가업을 잇는 자녀를 '금수저'로 보는 시선이 있는데 사실 기업 승계는 '부의 대물림'과는 다르다"며 "기업 유지가 국가적으로 긍정적이기 때문에 해외에서는 기업 승계를 적극적으로 돕는다"고 말했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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