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삼 칼럼] 가진 자들의 탐욕·무절제가 체제변혁 부른다
[김용삼 칼럼] 가진 자들의 탐욕·무절제가 체제변혁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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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주의는 인간이 인간을 착취하는 극악무도한 자본주의의 모순을 치유한다는 슬로건으로 탄생한 악마의 종교. 노력한 만큼 벌고, 개인의 자유와 사유재산이 인정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가 정상 작동되려면 가진 자, 사회 지도층들의 드높은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류 역사는 적나라하게 보여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운구 및 장례 소식을 접하면서 좌파 전체주의 독재 권력의 무지막지한 대기업 죽이기가 현실화 되고 있다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글을 접하는 독자분들도 저와 거의 비슷한 느낌을 체험하셨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그 동안 한진그룹은 검찰·경찰·관세청·법무부·국토교통부·공정거래위원회·국세청 등 11개 정부 부처의 동시다발적 수사와 18차례의 압수수색으로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거의 불가능했다고 합니다. 이 아비규환의 충격을 견디다 못한 조양호 회장이 미국에서 사망했으니, 따지고 보면 이 사건은 문재인 정부의 간접 살인이나 다름없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아무리 관치(官治) 만능의 검찰 국가라 해도 일개 기업을 상대로 한 전방위적 벌떼 수사·조사는 전례를 찾기 힘든, 일종의 한국판 문화대혁명이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한진그룹 일가 사건은 심각하고도 의미심장한 화두를 우리에게 던져줍니다. 고인(故人)에게는 예의가 아닌 줄 알면서도 며칠 간 고민하다 이 칼럼을 씁니다. 

대한항공 측, “조현아 씨 인성교육 책임지겠다” 약속

제가 월간조선 편집장을 맡았던 2008년 가을, 인하대 교직원의 제보를 받았습니다. 땅콩 회항 사건을 일으켰던 조현아 씨가 당시 인하학원 이사, 인하대 총장은 조양호 회장의 친구인 홍승용 씨였습니다. 그런데 인하학원 이사회 회의 도중 신규 교수 임용 문제로 조현아 이사가 홍승용 총장에게 서류를 집어던지고 차마 입에 담지 못할 폭언을 퍼부었다는 것입니다.
취재를 해 보니 제보 내용이 모두 사실임이 밝혀졌습니다. 아무리 조현아 씨가 오너 가문의 장녀라 해도 어떻게 아버지 친구에게, 그것도 우리 사회 지성의 표상인 대학 총장에게 서류를 집어던지고 폭언을 퍼붓는단 말입니까.
뭐 이따위 인간 말종이 다 있나 허탈해 하고 있는데 대한항공 부사장이 찾아와 정중히 사과하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조양호 회장께서 자식 교육 잘못해서 벌어진 일이니 모든 책임을 지고 기업 차원에서 조현아 씨에 대한 인성 교육을 제대로 시키겠다. 이번 일은 혈기방장한 아이의 실수로 양해를 해달라”는 겁니다.
당시 저는 월간조선 편집장으로서 이 기사가 월간조선에 게재할 만한 가치가 있는 내용인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이 사건이 발생하기 1년 전인 2007년 9월 조양호 회장은 월간조선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조 회장은 자녀 교육 문제와 관련, “현아·원태·현민 등 삼남매에게 절약과 겸손을 특히 강조해서 가르쳤다. 일부 부모는 돈을 여유롭게 주기도 한 모양인데 나는 용돈을 조금만 줬고, 늘 절약하고 남들에게 겸손해야 한다고 교육했다”고 발언한 내용이 기억났습니다. 대한항공의 고위 경영자가 언론사까지 찾아와 정중히 사과하고 오너 회장의 자녀들에게 인성교육을 약속하는 것을 순진하게 믿고 기사화하지 않았습니다.
조양호 회장의 경영자로서의 능력에 대해서는 여러 언론이 상세히 전했으니 제가 토를 달 필요는 없겠습니다. 하지만 조 회장은 가정 경영 측면에서는 심각한 하자가 있었음이 속속 드러났습니다. 한진그룹은 창업자 조중훈 회장의 사후(死後)에 형제들 간에 재산 분할을 둘러싸고 아버지의 유언장이 위조됐느니 마느니 하며 6년에 걸친 소송과 분쟁으로 날을 지새웠습니다.
인하대 사건이 발생한지 6년 후인 2014년, 문제의 장녀 조현아 씨가 땅콩 회항 사건의 주인공으로 언론의 질타를 받는 모습을 보면서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대한항공 측은 ‘회장 큰 따님’의 일탈 행위에 대해 번지르르한 말잔치로 위기를 넘겼을 뿐, ‘확실한 인성교육’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음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행위가 조현아 씨 한 사람 문제로 그쳤다면 한진그룹은  오늘과 같은 횡액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땅콩 회항의 파장이 어느 정도 가라앉자 이번에는 조 회장의 둘째 딸이 사고를 쳤습니다. 2018년 4월 조 회장의 차녀 조현민 씨가 광고회사 직원에게 고성과 함께 물컵을 투척한 사건이 발생한 것입니다.

회사 임직원을 조선시대 노비처럼 학대

이 사건이 알파만파로 번지자 조 회장은 4월 22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수습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오너 일가에 대한 내부 직원들의 잇따른 폭로로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불에 기름을 부은 것은 조 회장의 부인 이명희 여사였습니다. 언급하기조차 민망합니다만, 이명희 여사의 공소장에 적시된 내용을 소개하자면 이렇습니다.
"직원·운전기사 얼굴에 폭언과 함께 침 뱉기, 물이 담긴 플라스틱 컵 머리에 집어던지기, 직원을 무릎 꿇려놓고 책·플라스틱 삼각자·밀대· 난(蘭) 화분 투척하여 상처 입히기, 직원 허벅지 걷어차기, 사다리를 걷어차 위에서 작업 중이던 직원 추락시키기…."
이명희 여사는 자신의 남편이 운영하는 회사의 임직원을 조선시대 노비나 다름없이 학대했던 사실이 언론 보도, 검찰 공소장을 통해 자세히 밝혀졌습니다. 수임료 비싼 변호사들이 개발해 낸 ‘분노조절장애’라는 그럴 듯한 의학 용어로 포장하여 법망을 피해갔습니다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기업 오너의 사모님이 이 정도 분별력밖에 없는 여성이었다는 말입니까? 
이런 비상식적인 일들이 한진그룹 한 기업에만 국한된, 지극히 예외적인 일이었다고 믿으십니까? 남양유업, 몽고식품, 미스터 피자 등등의 사건 사고를 국민들은 예리하기 기억하고 있습니다. 한 기업의 경영성과와 오너 일가의 일탈행위는 별개의 문제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땅콩 회항 사건이 벌어졌을 당시 조현아 씨는 대한항공 기내서비스 및 호텔사업부문 총괄 부사장이었고, 차녀 조현민 씨는 대한항공 광고담당 전무로 재직 중이었습니다. 부인 이명희 여사는 “미래 한국사회를 선도해 나갈 인재양성 및 문화사업을 통해 국가사회 발전에 공헌”을 목적으로 설립된 일우재단 이사장이었습니다.
덕분에 기업 경영자로서의 자질이 의심스러운 인물들이 오너의 자식이라고 입사하여 고위직을 차지하고는 땅콩 갑질, 물벼락 갑질, 화초 갑질 등을 일상적으로 겪었던 한진그룹, 대한항공 임직원들의 마음은 오너 일가로부터 멀어져 갔습니다.
저는 한진그룹 오너 일가를 향한 문재인 정권의 극악무도한 적폐청산 공격 행태를 용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지속 가능케 하고, 이를 유지·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가진 자, 고위 관료, 정치인, 사회 지도층 등 고귀한 신분의 소유자들의 드높은 도덕성과 청렴성, 따뜻한 인간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미국은 한국보다 빈부 격차가 어마어마하게 큰 나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경쟁을 통한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하는 자본주의 체제는 굳건히 작동되고 있습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진 자, 관직이 높은 인물,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고귀한 신분에 어울리는 행동을 철저히 수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석유왕 록펠러는 수백 개의 자잘한 석유 회사들을 차례로 쓰러뜨리고 스탠다드 석유회사로 천하통일을 이루는 과정에서 무자비한 폭력과 매수, 협잡과 권모술수를 동원했습니다만, 회사 문 밖을 나서는 순간 누구도 따르기 힘들 정도의 통 큰 자선사업가로서 사회에 큰 공헌을 했습니다.
록펠러의 친구이자 스탠다드 석유회사 최고 경영자를 지냈던 인물이 루이 세브란스입니다. 세브란스는 조선에 파송된 선교사들로부터 병원이 없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다는 말을 듣고 기부금을 보내 세브란스 병원을 지었습니다. 또 자신의 주치의 알프레드 어빙 러들로를 조선에 보내 의사 양성에 앞장섰습니다. 그가 사망한 후에도 4대째 계속 세브란스의 기부는 이어져 왔습니다.

공산전체주의는 자본주의 그늘에서 기생하는 곰팡이

한진그룹 오너 일가가 세브란스 가문이 실천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숭고한 이념을 넘보지는 못한다 해도,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예의만이라도 갖추려 노력했어도 오늘과 같은 비극은 사전 예방이 가능했을 것입니다. 아무리 막돼먹은 정글 자본주의 세상이라 해도 오너의 자식이라 하여 새파란 애송이들이 직원들에게 폭언·폭행을 일상사로 하고, 산전수전 다 겪은 아버지뻘 임직원들에게 패륜행위를 한다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시스템이라는 체제가 지속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제가 오너 일가의 도덕성 문제를 지적한다고 해서 대기업 지배구조체제를 부정하는 좌파 녀석 아닌가 하는 오해는 말아 주십시오. 저는 대우그룹 기획조정실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기업 친화적 언론인입니다. 전경련을 드나들며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국의 기업가정신을 연구하여 『이승만과 기업가시대』, 『한강의 기적과 기업가정신』을 출간한 저자이고, 대학에서 기업가정신을 강의하는 교수 노릇도 했던 인간입니다. 
전경련을 일구신 김입삼 고문의 지도편달 아래 전경련 산하의 기업가 전기편찬위원회의 간사로 활동하며 조양호 회장 일가와는 근본이 다른, 드높은 청교도 정신의 소유자였던 기업인들의 기사와 전기도 많이 썼습니다. 특히 기억나는 인물은 IMF 위기 때 현대제철에 흡수되어 재계에서 사라진 강원산업의 창업자 정인욱 회장이었습니다. 그 분은 가진 자로서 아껴 쓰고 나눠 쓰는 정신을 실천했고, 기업가로서 문어발식 확장을 자제했으며, 엔지니어로서 장인정신을 발휘하여 전문화의 길을 걸었습니다. 자신의 신념과 믿음과 행동을 일치시키기 위해 엄격한 도덕률로 원칙을 지키는 기업 활동과 인간적 모범을 보였습니다. 주위에서는 정인욱 회장에게 ‘돌밭을 가는 소(石田耕牛)’, ‘막스 베버 같은 기업인’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습니다.
사회주의·공산주의·전체주의는 자본주의의 음습한 그늘에서 기생하는 곰팡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늘이 많으면 많을수록 시장경제와 자본주의를 질식시켜 죽이는 곰팡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공산전체주의는 인간이 인간을 착취한다는 극악무도한 자본주의의 모순을 혁명으로 치유한다는 슬로건으로 탄생한 악마의 종교입니다. 노력한 만큼 벌고, 개인의 자유와 사유재산이 인정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가 정상 작동되려면 가진 자, 사회 지도층들의 드높은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류 역사는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한국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자멸한다

한국인이 걸어온 역사적 궤적을 추적해 보면 자본주의, 시장경제 시스템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습니다. 때문에 가진 자가 될 수록, 사회적으로 고귀한 신분이 될 수록 의무와 책임은 회피하고 권리와 소유만 향유하느라 제 정신을 잃었습니다. 사회 지도층일수록 병역의 의무, 납세의 의무를 회피하는 비율이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현상을 어떤 이론과 논리로 변명하시겠습니까. 이런 현상이 시정되지 않으면 모래 위에 큰 집을 지은 상태나 다름없어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천박하기 짝이 없는 천민자본주의에 중독된 기업 오너, 혹은 오너 일가들의 탐욕과 방종, 무절제한 사생활, 저질스런 추문, 사소한 실수가 체제변혁의 자양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들에게 기억시키는 것이 이토록 힘든 일인가요?
다시 한 번 조양호 회장님의 명복을 빕니다. 부디 권력의 괴롭힘이 없는 좋은 세상에 가셔서 멋진 기업 경영 원 없이 하시길 기원합니다. 외람되게 한 말씀 더 드리면, 좋은 세상에 가시더라도 자녀들과 부인에 대한 인성교육은 잊지 마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리하여 이땅에서 사회 지도층들이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화신 역할을 해 주시길 간절히 당부드립니다.

김용삼 대기자 dragon0033@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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