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순으로 국빈방문 예정
이른바 新북방정책 파트너국들과 정상회담 등 진행…"ICT·보건의료 등 협력"
文, 출국 전날(15일) 韓美정상회담 평가-北김정은 시정연설 입장 밝힐 듯

문재인 대통령이 1박3일 간의 미국 공식방문 후 나흘 뒤인 16일부터, 7박8일간 중앙아시아 3개국(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순방을 위해 다시 해외로 향한다. 이른바 '신(新)남방정책'에 이어 이번에는 '신(新)북방정책'의 주요 파트너 국가들과 정상회담 등을 가진다는 취지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14일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오는 16일부터 23일까지 중앙아시아 3개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3개국 순방은 국가 최고의전이 이뤄지는 국빈방문으로 진행된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 이후 지금까지 3차례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잦은 해외순방을 해 왔다. 올해 들어서는 3월10일~16일 6박7일간 동남아 3개국 순방, 4월10~12일 한미정상회담차 방미에 이어 나흘 만에 다시 출국하는 것이다. 정권 차원에서 남북정상회담 추가 개최도 희망하고 있는 만큼, 후속 대외일정에 더 많은 국가역량이 소모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집권 이래 방문 목적이나 성과가 불분명한 대통령 해외순방이 반복되면서 '예산 낭비', '정쟁 방치-내정(內政) 소홀' 비판이 제기되는 건 물론 잦은 해외출국으로 국정 최고책임자의 건강이 원활히 관리될 수 있겠느냐는 일각의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문대통령은 해외순방 후 돌아와 갑자기 휴가를 내기도 해 의전수준이 높은 국빈방문 등을 감당하느라 피로가 누적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지난 4월12일 밤 서울공항에 도착한 공군 1호기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문 대통령은 미 워싱턴 현지시간으로 전날(1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으나 '빈손 외교'였다는 비판론이 뒤따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설명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16일부터 18일까지 투르크메니스탄을 국빈방문해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국빈만찬 참석 및 한국기업이 수주해 완공한 키얀리 가스화학 플랜트 현장 방문 등의 일정을 가질 예정이다. 

김현종 2차장은 "이번 투르크메니스탄 방문은 우리나라 정상으로서는 두 번째"라며 "자원 부국인 투르크메니스탄에 우리 기업의 진출을 촉진하고 에너지·교통·물류·인프라 외에 보건‧의료, ICT 등 여타 미래 성장동력 분야 협력 가능성을 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뒤이어 18일부터 21일까지 우즈베키스탄을 찾아 미르지요예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다.  의회연설 및 국빈만찬에 참석하고 한국문화예술의 집 개관식과 동포간담회, 사마르칸트 시찰 등의 일정을 가질 예정이다. 

김 2차장은 "이번 우즈베키스탄 방문은 2017년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의 국빈방한에 대한 답방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며 "양국간 전통적인 우호협력 관계를 격상하고, 보건․의료, ICT, 공공행정, 산업역량 강화, 방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협력의 지평을 확대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4월14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중앙아시아 3국 순방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오는 16일부터 23일까지 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3국을 국빈 방문한다.(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마지막 순방 일정으로 오는 21일부터 23일까지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토가예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다. 또한 정상회담 외에 알마티에서 동포간담회 일정을 소화화고 국빈오찬, 나자르바예프 초대대통령 면담과 친교만찬 등을 갖기로 했다.

김 2차장은 "카자흐스탄 방문은 양국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 10주년을 맞아 이뤄지는 것"이라며 "카자흐스탄의 비핵화 경험을 공유하고, 교통·인프라, ICT, 우주항공, 보건·의료, 농업·제조업 등 제반 분야에서 양국간 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교환이 있을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3개국을 아울러 "이번에 순방하는 중앙아 3개국은 우리 정부가 중심적으로 추진 중인 신북방정책의 중요한 협력 파트너들"이라며 "이들 국가들과 오랜 역사적·문화적 유대관계를 바탕으로, 1992년 수교 이후 27년간 축적된 우호협력관계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이번 순방은 우리 기업의 중앙아 진출 확대 등 공동 번영을 위한 미래지향적 협력기반을 조성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며 "신북방정책의 중요한 자산인 이들 3개국 내 약 30만 고려인 동포를 격려하는 계기도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4월11일 오후(현지시간) 미 워싱턴 백악관 내에서 '부부동반' 형식으로 한미정상회담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 내외(왼쪽 자동차 안)가 백악관을 떠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내외가 손인사로 문 대통령 측을 배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오후 2월말 베트남 하노이 2차 미북정상회담 결렬 후 미북대화 재개를 위한 대북(對北)경제제재 완화 등 목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하기 위해 출국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미 워싱턴 현지시간으로 10일 도착해 백악관 영빈관에서 1박한 뒤, 11일 오전부터 미측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50분간→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44분간 면담을 거쳐,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가졌다. 상대국 정상과 회담하기에 앞서 이례적으로 참모진과 부통령까지 줄줄이 장시간 만나야 했던 것.

뒤이은 정상회담도 전례를 찾기 힘든 '부부동반'으로 이뤄진데다, 양국 정상의 모두발언이 16분 정도 진행되고, 질문이 허용되자 현지언론 기자들이 11분간 14개의 질문을 트럼프 대통령에게만 쏟아내면서, 단독정상회담 예정시간(15분)을 넘겼다. 결국 양국 정상간 독대 기회는 막판 2분 남짓으로 거의 없었다. 

정상간 속 깊은 대화를 나누지도 못한 가운데 업무오찬 겸 확대정상회담으로 직행하면서, 문 대통령은 이른바 북한 비핵화 '굿 이너프 딜(적당한 거래)' 중재안을 설명할 틈조차 찾지 못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 과정에서 개성공단 재개 등 대북제재 완화 여지 관련 질문에 "지금은 적기가 아니다"고 일축하면서 대북 원칙론을 재확인했고, 한국 정부가 엄청난 금액의 무기를 사주기로 했다고 일방 공개하면서 문 대통령 입장에선 '빈손 외교'를 넘어 국가 위상과 대북 스탠스의 신뢰도에 '금'이 가는 회담이 되고 말았다는 지적이다. 

한미정상회담 직후 공동언론발표문이 나오지도 않았고, 그마저도 미 백악관 측은 '회담 사후 언론발표'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미 회담을 마치자 마자 귀국길에 올라 한국시간으로 12일 밤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한 문 대통령은 외교 성과 부재 비판론이 거세지는 가운데, 귀국 나흘 만에 다시 출국하는 셈이다.

그래픽=연합뉴스

한편 문 대통령은 출국에 앞서 15일 북한 김정은의 국무위원장 재추대 및 그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으로 알려졌다. 한미정상회담 때 거론했던, 남북정상회담 추가 개최를 위한 대북특사 관련 언급도 할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4일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내일 이번 한미정상회담과 김 위원장(김정은) 연설에 대한 코멘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입장을 표명하는 자리는 15일 오후 수석·보좌관 회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북특사 가능성에 대한 언급도 있느냐'는 질문에 이 고위관계자는 "아마 그 이슈를 포함해 대통령의 언급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다만 다른 관계자는 "내일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평가와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기대 말씀은 있지만, 대북특사 파견과 관련한 구체적 언급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외의 다른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대북특사와 관련해 다각적인 접촉을 할 것이라는 정도의 언급은 하겠지만 누가 언제 특사로 방북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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