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와 '대북제재 엇박자' 와중 FTA 악용 北 원산지세탁 도울 구상까지 했나?
관세청 남북교역TF 문건 "南 원재료로 北서 생산된 물품 한국産 인정 특혜 가능"
관세청 "북방무역 활성화 전제, 北 전역은 아니다" "정부차원 아냐" 수상한 해명
기존 각국과 FTA 내 '한반도 내 역외가공 허용' 근거로 세워…조항 악용 의혹
'美와 엇박자' 지적엔 "北 석탄 불법반입 차단 적극 노력" 사실과 다른 해명

사진 출처=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개성공단뿐만 아니라 북한 전(全) 지역으로 역외가공(OP·Outward Processing) 적용 범위를 넓혀 북한의 수출 확대를 지원한다는 계획이 담긴 문건이 언론보도로 알려졌다. 관세청(청장 김영문)이 북한 전역에서 생산된 물품을 '한국산'으로 둔갑시켜 세계시장에 진출시키려는 계획을 짰다는 의혹이다.

동아일보는 앞서 13일 보도에서 관세청 산하 남북 교역 태스크포스(TF)의 '남북 교역 활성화 대비 관세행정 종합지원 로드맵'을 입수했다며 "관세청은 올해 2월 작성한 로드맵에 '자유무역협정(FTA) 역외가공 제도를 통한 북한의 수출 확대 지원' 항목을 별도로 마련"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관세청 TF는 이 항목에서 "남한 원재료를 이용해 개성공단 또는 북한 지역에서 생산된 물품에 대해 한국산 물품으로 인정해 FTA 특혜를 부여하는 게 가능하다"며 역외가공 확대 적용을 제시했다. 

TF는 특히 "나진선봉지구 등 경제특구, 제2의 개성공단, 남북 경협 지정 지역 또는 북한 전 지역으로 역외가공 지역을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동아일보는 "북한의 모든 지역에서 생산된 물품이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으로 인정받도록 한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사진=TV조선 보도화면 캡처

TF는 또 북한산 원재료 사용 인정, 역외가공 지역에서 남한으로의 반입 없이 FTA 상대국으로 직접 수출을 허용하는 등의 계획까지 마련했다. 이와 관련해 남북 세관 간 협력기구 설립을 요청하고, 무역 통계 작성 시스템, 전자통관 시스템 구축 지원 계획까지 구상에 넣었다. 

이를 두고 신문은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지원하려는 목적"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지난 11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개성공단 가동 재개 등 대북 경제제재 완화에 '적기(適期)가 아니다'라고 공언할 만큼 입장차가 큰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남북 경협에 너무 집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신문은 "'하노이 노딜(No deal)'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빅딜(북핵 폐기와 경제지원 일괄타결)과 '토털 솔루션'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역외가공 적용을 현재 멈춰 선 개성공단뿐만 아니라 북한의 다른 지역으로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비핵화를 위한 한미 공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진 출처=TV조선 보도화면 캡처

게다가 현재 다른 나라도 아닌 한국이 '대북제재 구멍'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가운데 북한의 대외 직접 수출길까지 터주는 구상을 마련한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에선 북한산 석탄의 국내 반입이 확인돼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의 연례보고서에 이름이 올랐고, 한국 국적의 유조선이 정유 제품을 공해상에서 북측 선박에 불법 환적한 혐의로 반년 넘게 부산항에 억류된 사실이 확인됐다.

그럼에도 관세청은 로드맵에서 '남북 교역 재개 즉시 지원 가능한 체계 준비' '북한 관세행정 선진화로 남북 관세행정 조화' 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동아일보에 "정부가 관세청까지 동원해 이런 구상을 마련하고 실제 집행할 경우 한국 정부의 대북제재 이행 의지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구심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밝혔다.

이와 관련 관세청은 13일 해명자료를 내 "북한 전역의 생산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했지만, 사실상 '전면 부정'하지는 못했다.

▲남북교역이 활성화된다는 전제 하 ▲남북경협을 통해 북한에서 생산된 특정 물품 등에 한해 "기존 FTA에서 인정하고 있는 역외가공 제도를 통해 한국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국가간에 협의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관세청은 설명했다.

기존 중국, 싱가포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체결한 FTA에서 각각 '한반도 내의 역외가공지역 허용' '한반도 내의 공업지구에 대한 역외가공 허용' '역외가공에 대한 지역제한 없음' 등 근거가 마련돼 있다는 것이다. 

'한반도'라는 표현을 앞세워, 북핵 문제 및 대북제재 상황과 무관하게 북한 역내 생산품에 대한 역외가공이 인정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해석된다. 관세청은 "해당 TF는 남북교역 및 북한을 경유하는 북방무역이 활성화되는 경우를 전제로 해 관세행정을 위해 준비할 사항들을 포함해 로드맵을 작성한 것"이라고도 했다.

사진 출처=TV조선 보도화면 캡처

이밖에도 관세청은 "북한 전역 생산품의 한국산 인정이 정부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하거나, "관세청의 로드맵은 외부의 지시나 요청에 의한 것이 아니다"라고 '윗선 지시' 의혹과 선제적으로 선을 그었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유지와 엇박자가 난다는 지적에는 "로드맵과 별개로 관세청은 미국의 대북 제재조치와 관련해 북한산 석탄의 불법반입 등 제재조치를 위반하는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위반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이같은 해명과 달리, 문재인 정부 관세청은 지난해부터 불거져 올해까지 논란된 북한산 석탄의 원산지 세탁-불법 밀수 발생 및 억제 현황을 정치권·언론에서 먼저 추궁하기 전에 자진해서 발표한 사례가 없고 '늑장대응'에 '은폐 의혹'마저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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