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세월호 천막, 2억원 들인 소위 ‘기억·안전 전시공간’으로 4년 8개월 만에 합법적 탈바꿈
시민들 "광장에 저런 흉물까지 짓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유족들이 저런 구조물을 원했다는 점이 놀라울 뿐"
유족 측 "기억공간 세우는 것, 세월호를 왜곡하고 지우려는 그런 자들에게 시민들의 뜻을 알리는 엄중한 선포"
박원순 "세월호, 역사를 가를 만큼 중대한 사건...대한민국 모든 존재 근거 묻는 그런 사건"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공식 개관한 소위 ‘세월호 기억·안전 전시공간’ 모습. (사진 = 김종형 기자)

서울 광화문광장의 기존 세월호 구조물들을 “광장을 시민에게 돌려주고 싶다”며 철거한 서울시가, 혈세 2억원을 들여 만든 소위 ‘세월호 기억·안전 전시공간’을 정식 개관했다.

서울시는 12일 오후 2시 광화문광장 남쪽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세월호 유가족 등 좌파 단체 회원들 2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개관식을 열었다. 개관식에는 박 시장뿐 아니라 박영선 중소기업벤처부 장관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등 좌파 성향 관료, 정치인들도 참석했다. 이날 개관한 전시공간은 79.98㎡(약 24평) 규모의 목조 건물로 전시실 2개와 시민참여공간, 안내공간으로 구성됐다. 시설 내에는 키오스크와 태블릿 PC 등이 비치돼 있고, 단원고 학생들이 세월호 사고 이전에 찍은 사진 등도 전시됐다.

세월호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재단설립 현장 모습
지난달 18일까지 유지되던 광화문광장 세월호 천막들. (사진 = 연합뉴스)

지난달 18일까지 광화문광장에 있던 세월호 천막은 모두 14개로, 이 중 3개는 불법 시설물이었다. 천막들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해 2014년 7월에 세워졌다. 분향소와 전시실 등으로 운영되던 이 천막들이, 이날 개관식을 가진 소위 ‘기억·안전 전시공간’으로 합법적 탈바꿈을 한 셈이다. 4년 8개월 만이다.

이 구조물은 당초 이동식으로 설계될 예정이었지만, 공개된 소위 기억공간은 ‘붙박이’ 목조 구조물이다. 이를 본 시민들은 주변 경관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흉물’이라는 평까지 하고 있다. 점심식사 후 복귀 중 소위 기억공간을 봤다는 회사원 최모 씨(36)는 “세월호 사고가 안타깝다는 건 다 알겠는데, 광장에 저런 흉물까지 짓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건물을 만들더라도) 주변 환경이랑 좀 어울리는 건물을 만들었어야 했다. 유족들이 저런 구조물을 원했다는 점이 놀라울 뿐”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기억·안전 전시공간’ 내부 모습. (사진 = 김종형 기자)

시는 지난 2월부터 이런 건물을 기획해왔는데, 세금을 들여 이런 건물을 짓겠다는 데 대한 반발도 컸다. 처음 기획이 알려진 지난 2월, SNS에는 “세월호 사고를 전시한 현 불법 시설물 등도 유족들에게 사고 당시를 떠올리게 하는 고통의 상징인데, 세금을 써 합법적인 구조물을 만든다는 것은 세월호와 촛불로 집권에 성공한 현 정부 친화세력의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가 엿보인다”는 주장도 나왔었다. 당시 여명 자유한국당 서울시의원도 “2014년부터 광화문광장이 세월호 천막을 철거해달라는 민원은 꾸준히 있었다. 이같은 반대의견이 있는데도 (기억 공간 조성 등의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 쪽만 보는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기 충분하다”며 반대 의견을 피력해온 바 있다.

그러나 유족 측을 대표해 발언한 김광배 4.16가족협의회 사무처장은 광화문광장 남쪽을 ‘4.16광장‘이라고 지칭했다. 그는 ”4.16광장은 적폐청산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염원하는 국민 촛불이 타오른 곳”이라며 ”이곳에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며 진상규명의 의지를 다시 모으기 위한 시민들과 함께하는 열린 기억공간을 세운다는 것은 세월호를 왜곡하고 지우려는 그런 자들에게 시민들의 뜻을 알리는 엄중한 선포”라고 했다. 5년간 이어진 세월호에 대한 소위 추모 행보에 대한 비판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식이다.

개관식에 참여한 문재인 정부 관료들. (사진 = 김종형 기자)

박 시장도 개관식 축사에서 “이 자리의 세월호 텐트는 사라졌지만, 이 곳을 텅 비울 수는 없었다. 아직도 진상조사를 포함해 세월호의 많은 과제들이 남아있다”며 ”(나는) 세월호가 있기 전과 있기 이후로 우리 역사를 가를 만큼 중대한 사건이었다고 생각한다. (세월호는) 단순히 하나의 재난이나 참사를 넘어서서, 대한민국의 모든 존재 근거를 묻는 그런 사건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이어 ”(서울시도) 그러한 아픔의 기억을 넘어 다시는 이 땅의 그런 재난과 그런 부실한 국가가 없도록 다짐하는 그런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라고도 덧붙였다.

서울시는 광장 재구조화 사업 일정을 고려해 올해 말까지는 기억·안전 전시공간을 운영하되, 이후 운영 방안은 유가족과 협의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오는 13일에는 친북단체와 연대한다는 의혹이 나오기도 한 4.16가족협의회와 함께 ‘세월호 참사 5주기 추모행사’도 열겠다고 전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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