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엇박자에 깊은 대화도 없어…文의 험난했던 3번째 백악관 韓美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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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기호 정치사회부 기자(경력직)

  • 최초승인 2019.04.12 14:01:59
  • 최종수정 2019.04.13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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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워싱턴 현지시간 4월11일 백악관 입구에서 한미 정상 내외가 함께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이하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7번째, 미 워싱턴DC 방문 기준으로는 3번째 한미정상회담을 가졌지만 사실상 '빈손'으로 끝났다. 한미 정상간 '깊은 대화'가 없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손해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관심사인 대북제재 완화에 "올바른 시기가 아니다"고 공개적으로 선긋는 등 한미간 북핵문제 이견이 재확인되는 한편, 문 대통령이 전향적 입장을 보인 3차 미북정상회담 추진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방한 요청에는 '확실한 긍정'이라고 보기에 어려운 미측의 반응들이 확인됐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방위비분담금협정 협상에 따른 이득 등 미측의 관심사만 대거 강조된 회담이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미 워싱턴 현지시간 4월11일 백악관 영빈관인 블레어하우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측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면담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우선 이번 회담은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간 단독 대화가 이뤄지기까지 지난한 과정을 거쳤고, '정상간 독대' 형식의 정상회담 시간도 실질적으로 5분 미만에 그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2분이 채 되지 않았다는 보도를 하고 있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 앞서 11일 오전 백악관 영빈관 블레어하우스에서 미측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존 볼튼 국가안보(NSC)보좌관과 약 50간, 뒤이어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44분간 접견했다.

외교 의전상 정상회담 직전에 상대국 각료와 참모를 먼저 면담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해석이 뒤따르고 있다. 문 대통령은 1차 미북정상회담이 한때 취소됐던 지난해 5월 방미해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하기 전에도 폼페이오·볼튼 두 사람을 먼저 접견한 바 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비서관 브리핑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폼페이오·볼튼과의 대화에서 "미북간 대화 모멘텀을 유지하고 톱다운 방식으로 성과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실제로 그것이 가능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계속 한국 측 카운터파트들과 긴밀히 공조·협의해달라"고도 했다.

폼페이오 장관과 볼튼 보좌관은 "북한과 대화를 지속적으로 진행할 것"이라며 "또 여러 수준에서 다각적인 대북 대화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고 한다.

미 워싱턴 현지시간 4월11일 백악관 영빈관인 블레어하우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 면담하기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미 워싱턴 현지시간 4월11일 백악관 영빈관인 블레어하우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 면담하기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뒤이어 펜스 부통령과의 면담에서는 "작년 2월 펜스 부통령이 단장으로 참석한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이룩할 수 있는 여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며 "하노이 정상회담은 비핵화를 위한 과정의 일부"라면서 "하노이 동력을 유지해 조기에 미북대화가 재개되는 것이 긴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를 하고 이에 미국이 부분적 제재해제를 핵심으로 한 보상을 하는 이른바 '조기 수확(early harvest)' 방안에 관해서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펜스 부통령은 "최근 방위비 분담 협상 타결과 한미 FTA 국회 비준에 감사를 표명"한다며 "미북 비핵화협상 관련해 미 측은 향후 긍정적인 자세를 견지하면서 대화의 문이 열려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북 대화 재개에 희망적"이라고 밝혔다.

미국 백악관은 현지시간 11일 한미정상회담 예고 브리핑보다도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도중 발언록을 최신 브리핑으로 게재했다.(사진=백악관 홈페이지)

백악관에 의하면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간 정상회담은 현지시간 11일 낮 12시19분에 공개회담부터 시작됐다. 청와대는 두 정상의 단독 회담이 낮 12시 10분부터 50분까지 이어졌다고 사후에 밝혔다. 

문 대통령 내외가 낮 12시10분 백악관에 도착했고 기자들이 오벌오피스에서 철수한 시간이 낮 12시45분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진짜' 단독 정상회담 시간은 5분 남짓이었던 셈이다.

특히 이번 백악관 단독정상회담은 '26분간 트럼프 대통령의 1인 회견'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5월22일 같은 장소에서 이뤄진 한미정상회담 때는 현장을 '36분 단독 회견장'으로 만들었던 트럼프 대통령이다.

11개월 전에는 그같은 모습을 문 대통령이 혼자 옆자리에 앉아 지켜봤어야 하지만, 하노이 회담 결렬을 계기로 열린 이번 회담에선 김정숙 여사와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까지 영부인들이 배석한 상태로 진행된 게 다른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낮 12시19분부터 백악관 자신의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문 대통령과 영부인 김정숙 여사에 대한 환영 인사를 포함해 약 7분간 모두 발언을 했다. 문 대통령 모두발언 후 추가 발언을 자청해 "한국이 엄청난 양의 전투기와 미사일 등 무기 장비를 구매하기로 합의했다"고 '깜짝 공개'하기도 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통역 포함 6분52초간 모두발언을 한 뒤부턴 기자들의 14개 질문 답변을 '독점'했다.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의 체포와 뮬러 특검보고서 공개 관련 질문을 빼면 북한과 남북 관계 질문은 9가지였다. 마지막은 올해 마스터스 골프대회 우승자 예상을 묻는 현지 기자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그러느라 회견이 15분 단독정상회담 시간을 훌쩍 넘겨 26분간 이어졌고 기자들을 철수시킨 뒤 곧바로 확대 회담·실무 오찬이 진행됐다. 당초 청와대는 두 정상의 단독 회담이 15분 가량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현지 언론 질문에 즉각 응하면서 단독 회담 시간이 대폭 줄었다. 

이어 두 정상은 소규모 회담과 오찬을 겸한 확대 정상회담을 연이어 가졌고, 문 대통령은 오후 2시17분쯤 백악관을 떠났다. 

지난 2018년 5월에 이어 올해 4월11일(미 워싱턴 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도 사실상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단독 회견'처럼 진행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양국 영부인까지 배석한 가운데 이 상황이 지속됐다는 점이 작년과는 다른 점이다.(사진=연합뉴스)

물리적인 대화시간 부족은 물론, 북핵 문제를 둘러싼 이견도 가감없이 표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량 무기 구매와 관련해서 문 대통령에게 네 번 "감사하다"고 하며, "우리의 관계가 이보다 더 좋은 적은 없었다", "문 대통령의 리더십은 탁월하다"고 치켜세우기도 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미북대화 재개 조건으로 거론하는 '굿-이너프 딜(적당한 거래)' 방안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 수준에서의 대북 제재 유지를 강조하면서, 한국 정부가 주장했던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부분적 제재 완화에도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재개 등 대북 지원 문제를 논의할 것이냐'는 기자들 물음에 "올바른 시기(적기)가 되면 지원할 것"이라면서도 "지금은 적기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적기가 되면 북을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제대로 된 합의가 이뤄지면,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이러한 지원을 할 수 있다"며 "일본, 미국, 중국, 러시아도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 결렬 직후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논의를 미국 측과 협의하겠다"고 해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선(先) 핵폐기를 조건으로 확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제재 해제 문제를 논의할 것인가, 비핵화 때까지 제재를 유지할 것인가'란 물음에 "계속해서 대북제재는 유지될 것"이라며 "현 수준의 제재는 적정한 수준의 제재라고 생각한다. 계속 유지돼야 한다"고 했다.

3차 미북정상회담까지 미북대화를 이어갈지에 대해서도, 원론적인 공감대는 있지만 그 과정과 그 속도를 놓고 문 대통령이 '조속한 재개'를 촉구한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입장차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가까운 시일 내에 3차 북미(미북)정상회담이 열리리라는 전망을 세계에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했고, "한국은 미국과 함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의 최종적 상태, 그 비핵화 목적에 대해 완벽하게 동일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최종적 상태' '목적' 외에 '과정'이 언급에서 빠지면서 이견의 여지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도 "3차 미북정상회담도 있을 수 있다"고 했으나, "단계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 서둘러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3차 회담 추진이 빨리 진행된다면 제대로 된 합의가 될 수 없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굿이너프 딜'과 달리 이날 줄곧 '올바른 거래(the right deal)'를 거론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4월11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인근 호텔에 마련된 중앙기자실에서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4월11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인근 호텔에 마련된 중앙기자실에서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미정상회담 직후 공동언론발표 절차도 없었다. 회담 종료 전후(前後) 각국 입장을 담은 개별 언론 발표문이 나왔으나 내용과 관점은 상이했다.

정의용 안보실장은 회담 직후 브리핑에서 "한미간에 언론발표문은 조율됐다"면서도 "(발표문 내용이) 서로 다르다"고 했다. 청와대 발표문은 대부분 북핵 협상에 관한 8개 항이 명시돼 있는, 원고지 5매 분량의 짧은 발표였다. 

반면 백악관은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대화록보다도 먼저 관련 브리핑을 배포했다. 회담 사후 언론발표는 별도로 배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원고지 14매 분량의 백악관 발표문은 북핵 문제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은 북한이 최종적으로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이행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못박았다. 또한 "한미동맹은 한반도뿐 아니라 이 지역 전체의 평화 안보의 린치핀(linchpin·핵심축)"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한미 간 대북 공조는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고 한미동맹에 역점을 둔 문장이 적지 않았다.

반면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함으로써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를 위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해 온 점을 높이 평가했다"면서, "양 정상은 톱다운 방식이 앞으로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필수적이라는데 대해 인식을 같이했다"고 강조했다.

대북 투자 등에 대해선 백악관이 "미국과 한국은 적절한 조건이 충족될 경우 북한을 위한 경제개발 옵션을 모색할 준비가 돼 있다"고 추상적으로 설명했고, 청와대는 직접 언급을 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또 회담 도중 "조만간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또는 남북 접촉을 통해 한국이 파악하는 북한의 입장을 가능한한 조속히 알려달라"라고 요청했다고 정 실장의 브리핑에 동석한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1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오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1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오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사진=연합뉴스)

이밖에 청와대는 정권 관심 현안인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최근 국내에서 일어난 강원 대규모 산불을 회담장에서 거론했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백악관은 "(한미간) 무역 파트너십을 증진했다"고 초점을 맞췄다. 보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은 한미 FTA의 획기적 개선을 환영했다. 갱신된 거래는 미 자동차산업의 보존과 일자리 증대에 있어 핵심적 개선점을 확보했다"거나, "한국과의 상품서비스 무역 적자는 지난 2018년 한해에만 40% 감소했다", "한국에 대한 자동차 농산물 연료 화학 제품의 미국 수출은 작년에 증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2017년 방한 당시 수십개의 한국 기업이 수십억달러 규모의 투자 프로젝트를 발표해 수천개의 일자리를 창출했을 뿐만 아니라 미국 상품 구매를 계획했다", "한국 기업들은 2017년 미국에 500억 달러 이상을 직접 투자했다"고 성과를 늘어놨다.

청와대는 언론발표문에서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을 방문해달라고 초청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사의를 표했다고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회담에서) 미측 반응은 긍정적이었기 때문에 외교경로를 통해 협의할 것"이라고만 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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