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에 이어 11일 연이은 靑 법적대응 공개압박…與 "12일 명예훼손 혐의 고발" 거들어
'가짜뉴스' 목소리 높이지만…화재발생 1시간 전 시작된 신문의날 행사서 文 건배사진 보도돼
최근 강원도 산불 발생 소식이 알려진 뒤 5시간여 뒤에야 공식석상에 나타난 문재인 대통령의 행적 관련 의혹을 제기한 미디어 관계자들을 청와대가 '허위조작정보 유포자'들로 규정하고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명의로 고발 조치할 예정이라고 11일 밝혔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이날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강원 산불화재 당일 대통령 행적에 대한 허위 조작 정보에 대해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엄정한 법집행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노영민 비서실장 명의로 본 사안에 대해 고발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노 실장은 청와대 내에 '허위조작정보 대응팀'을 구성해 가동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9일 진성호 전 새누리당 의원의 유튜브 '진성호 방송'과, 아스팔트 우파 활동가 출신 신혜식 독립신문 대표가 운영하는 '신의 한수' 등에 대해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로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한 바 있다.
하지만 이틀 더 지나 노 실장을 거명하면서까지 '법적 대응'을 공언, 겁박하는 가운데에도 구체적으로 어떤 혐의를 적용해 고발조치할 것인지 청와대가 명확히 밝히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말 그대로 허위조작정보라면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등을 쉽게 거론할 수 있을 터다.
어떤 혐의를 적용할지는 청와대보다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먼저 거론했다. 민주당은 이날 문자메시지를 통해 해당 유튜버들을 '정보통신망법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혐의'로 오는 12일 송기헌 법률위원장 등 명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겠다고 예고했다.
해당 방송들은 문 대통령이 지난 4일 오후 6시15분 시작된 신문의 날 행사에 참석해 언론사 사장들과 술을 마시다 위기관리센터에 늦게 모습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가장 먼저 크게 확산됐던 강원 고성·속초 산불은 4일 오후 7시17분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혜식 대표는 5일 0시20분 청와대 지하벙커(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긴급 대책회의 주재차 나타난 문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 "술 한잔 먹고 자다 나온 얼굴 아니면 시술을 받고 나온 것 아니냐"고 논평했었고, 진성호 전 의원은 문 대통령의 5시간 부재를 거듭해서 추궁했다.
이들은 또 현 여당이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7시간 의혹'을 제기했던 만큼 문 대통령도 분 단위로 화재 대응 지시 상황을 보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 "대통령의 24시간은 개인의 것이 아니다"라며 "공공재이기 때문에 공개해야 한다"고 공언한 바도 있다. 하지만 청와대 및 친여(親與)진영은 이번 강원 산불 관련 대통령의 자세한 행적 공개요구를 묵살하면서, 해당 유튜브 운영자들에 뚜렷한 근거 없이 '가짜뉴스' 딱지를 붙이는 데 골몰하는 양상이다. 사실상 법적인 범죄성립 여부를 떠나 여론재판을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