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중앙홀 5부요인 참여행사 내내 이승만-신익희 동상 가려져…이동녕 흉상만 노출
제헌국회 초대·2대 의장 감춘 채…임시의정원 초대 의원단 사진-임시헌장 스포트라이트
"공영방송서 버젓이 이승만에 '괴뢰'라더니 이젠 세트로 가리고 행사"…'國父 지우기' 비판론

1919년 4월11일 상해 임시정부 출범 하루 전 '대한민국 임시의정원'이 구성된 지 100주년인 10일, 정치권은 국회에서 '임시의정원 개원 100주년' 기념행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정작 이 행사를 위해 제헌국회(1948.5~1950.5) 초대·2대 의장을 지낸 이승만 초대대통령, 해공 신익희 선생 등 건국의 주역들이 '찬밥 대우'를 받는 상황이 벌어졌다.

임시의정원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입법기관 역할을 했던 기관으로, 지난 1919년 4월10일 중국 상하이에서 첫 회의를 가졌다. 초대 의정원 의장은 이동녕, 부의장은 손정도가 맡았으며 이승만 초대대통령을 국무총리로 해 국무원(國務院,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행정부)을 구성했다. 이후 의장직은 조소앙, 여운형 등이 수행했다. 

국회 본관 2~3층 중간지대의 중앙홀(로텐더홀) 내에는 1948년 제헌의회 초대·2대 의장으로서 (왼쪽부터) 이승만 초대대통령과 해공 신익희 선생의 동상이 자리잡고 있다.
국회 본관 2~3층 중간지대의 중앙홀(로텐더홀) 내에는 1948년 제헌의회 초대·2대 의장으로서 (왼쪽부터) 이승만 초대대통령과 해공 신익희 선생의 동상이 자리잡고 있다.

 

국회 본관 중앙홀(로텐더홀)을 통해 2층에서 3층으로 올라가는 길 왼편에 해공 신익희 선생, 오른편에 이승만 초대대통령 동상이 각각 제헌의회 초대·2대 의장으로서 자리잡고 있다. 이승만 초대대통령 동상보다 오른편에는 임시의정원 초대 의장을 지낸 이동녕 선생의 흉상도 설치돼 있다.
국회 본관 중앙홀(로텐더홀)을 통해 2층에서 3층으로 올라가는 길 왼편에 해공 신익희 선생, 오른편에 이승만 초대대통령 동상이 각각 제헌의회 초대·2대 의장으로서 자리잡고 있다. 이승만 초대대통령 동상보다 오른편에는 임시의정원 초대 의장을 지낸 이동녕 선생의 흉상도 설치돼 있다.

 이 임시의정원 개원 100주년을 기리고자, 국회는 10일 오전 10시부터 정오(12시)까지 국회의사당 중앙홀(로텐더홀)과 국회도서관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을 비롯해 이낙연 국무총리·김명수 대법원장·유남석 헌법재판소장·권순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 5부 요인과 각 부처장관, 여야 지도부 및 국회의원, 임시의정원 관련 독립유공자 후손 등 500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식을 거행했다. 집권당 당수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방 일정으로 불참했다. 

기념식 본 행사에 앞서 임시의정원 마지막 의장을 지낸 홍진 선생의 흉상 제막식이 국회도서관에서 개최됐다. 흉상 건립은 지난해 11월23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의회지도자(홍진)상 건립의 건'이 의결된 데 따른 것이다.

4월10일 국회 본관 중앙홀(로텐더홀)에서 열린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100주년 기념행사는 행사용 무대가 이승만 초대대통령(오른쪽 스크린)과 신익희 선생 동상(왼쪽 스크린)을 완전히 가려 설치된 채로 진행됐다.(사진=한기호 기자)
4월10일 국회 본관 중앙홀(로텐더홀)에서 열린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100주년 기념행사는 행사용 무대가 이승만 초대대통령(오른쪽)과 신익희 선생(왼쪽) 동상을 완전히 가려 설치된 채로 진행됐다.(사진=한기호 기자)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진행된 본행사에서는 1910년 4월10일 오후 10시에 진행했던 '임시의정원 제 1회 회의'를 재연하고,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 손자인 이종걸 민주당 의원과 임시의정원 초대 의장인 이동녕, 임정 산하 국민대표회의 의장이던 김동삼 선생의 각 후손인 이경희, 김복생 여사가 대한민국임시헌장을 낭독했다.

문희상 의장 등 주요 내·외빈이 본관 2층 정문을 통해 들어와 로텐더홀에 입장하기 전에는 각종 기념공연이 진행됐다. 행사를 위해 마련된 무대 세트장 양날개에는 국회방송 중계화면을 송출하는 스크린이 걸려있었다. 문제는 해당 세트장이 로텐더홀 내 초대·2대 국회의장 이승만·신익희 동상을 완전히 가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4월10일 국회 본관 중앙홀(로텐더홀)에서 진행된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100주년 기념행사에서는 이승만 초대대통령·신익희 선생 동상은 무대에 의해 가려졌고, 임시의정원 초대 의장인 이동녕 선생의 흉상(붉은 원 표시)만이 노출돼 있었다.(사진=한기호 기자 촬영영상 캡처)
4월10일 국회 본관 중앙홀(로텐더홀)에서 진행된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100주년 기념행사에서는 이승만 초대대통령·신익희 선생 동상은 무대에 의해 가려졌고, 임시의정원 초대 의장인 이동녕 선생의 흉상(붉은 원 표시)만이 노출돼 있었다.(사진=한기호 기자 촬영영상 캡처)

 

4월10일 국회 본관 중앙홀(로텐더홀)에서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100주년 기념행사가 열린 가운데,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초대 의원단 사진 걸개가 첫 선을 보이자 5부요인 등 주요 내·외빈들이 감상한 뒤 이동하고 있다.(사진=한기호 기자 촬영영상 캡처)

 

4월10일 국회 본관 중앙홀(로텐더홀)에서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100주년 기념행사가 열린 가운데, 대한민국임시헌장 걸개가 첫 선을 보이자 5부요인 등 주요 내·외빈들이 감상하는 모습.(사진=한기호 기자 촬영영상 캡처)

특히 이 행사에서는 무대 맞은편 끝에 위치한 벽면에 새로이 설치된 임시의정원 초대 의원단 사진과 임시의정원 임시헌장 걸개가 첫 선을 보이고, 문 의장이 임시헌장을 낭독하는 등 '임시의정원 100주년' 향수를 자극하는 퍼포먼스가 이어져 한층 대조됐다.

문재인 정권이 '1948년 8.15 건국'을 외면한 채 타국에서 출범한 임시정부 '100년'을 강조하고 국가 원년으로 삼는 듯한 행보를 이어온 가운데, 임시의정원 100년을 강조하면서 제헌국회 핵심 일원들까지 홀대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상황이 여권과 친여(親與)진영의 노골적인 '국부(國父) 이승만 지우기' 행보의 연장이라는 의혹마저 제기한다.

'자유민주주의'라는 국가정체성 수호를 목표로 하는 한 공익단체의 관계자는 "대한민국 국회에서 초대대통령을 세트로 가려가면서까지 임시의정원 100주년 행사를 진행 중"이라며 "공영방송에서는 버젓이 이승만 대통령을 '괴뢰'로 표현하고 국회에서는 이승만 대통령을 세트로 가리고 행사까지 한다. 상황이 이러니 특정 의도가 다분하다는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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