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前울산시장비서실 측근·동생 수사 잇따라 '혐의없음' 처분…金 동생 수사 맡았던 수사관이 수사대상 돼
"공작수사" 규탄해온 한국당…김기현 회견서 "황운하 파면, 수사관-송철호 現시장과 유착의혹 수사" 촉구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울산지방경찰청이 벌인 사실상 '표적수사'로 재선이 좌절된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측근 비리' 수사가 잇따라 "혐의없음" 처분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시장후보 공천 당일 시장비서실 압수수색, 잦은 피의사실 공표까지 강행하며 선거 후폭풍을 야기한 울산경찰이 '부실수사'를 벌였음이 뒤늦게 드러나는 셈이다. 아울러 최근 9일 울산지검이 울산경찰청을 개청 20년 만에 처음 압수수색하기에 이르면서, 상황이 반전돼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현 대전지방경찰청장) 선거 개입 수사가 본격화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경찰이 김 전 시장 측근 비리와 관련해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3건의 사건 중 1건에 대해서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6명을 불구속 기소해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김 전 시장 측근 인사 3명이 연루된 나머지 2건은 모두 '혐의없음' 처분했다. 황운하 청장이 경찰 내 '수사권 독립론' 주창자로 문재인 정권과 '코드'를 같이 하고 있다는 점에서, 검찰의 이례적 울산경찰청 압수수색이 검·경 수사권 갈등의 또다른 한 축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왼쪽부터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현 대전지방경찰청장)과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울산경찰의 전방위적 측근 수사로 재선 도전이 좌절된 김기현 전 울산광역시장(자유한국당 소속).(사진=연합뉴스)

김기현 전 시장 비서실장(박모씨) 등 측근 3인과 김 전 시장 동생에 대해 경찰이 수사를 개시한 지 1년여 만인 지난달부터, 검찰은 잇따라 무혐의 결정을 내리면서 김 전 시장 동생을 수사한 경찰관 A씨를 수사 대상으로 지목하고 강제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9일 A씨가 근무하는 울산경찰청의 112상황실과 이전 근무지인 지능범죄수사대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컴퓨터 파일과 서류 등을 확보해 갔다. 또 A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승용차도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김 전 시장 비서실장의 형인 B씨를 2015년 3월 등 두차례 찾아가 특정 건설업자가 아파트 사업을 수주하도록 힘써달라고 협박·청탁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해당 건설업자가 김 전 시장의 동생과 맺었다가 파기된 부동산 컨설팅 계약에 대한 수사까지 맡았다가 지난해 3월 B씨로부터 고소당해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그동안 선거개입 피해자임을 호소해 온 김기현 전 시장과 소속당인 한국당 등에서는 황운하 청장 등 '김기현 죽이기' 식 수사를 벌인 경찰 일각을 "정치경찰"이라고 성토하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김 전 시장은 10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한국당 울산시당 6.13 진상조사단 기자회견을 열고 "부도덕하고 잔인한 문재인 정권의 하수인 황운하가 민주주의의 생명과도 같은 선거 공정성을 철저히 유린한 '황운하 권력형 공작수사 게이트'의 진상을, 검찰이 철저히 수사해 조속히 밝혀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는 "어제 검찰은 제 아우의 변호사법 위반 피의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했다"며 "작년 지방선거에 임박한 시점에 황운하를 비롯한 울산의 일부 정치경찰들이 마치 제 아우가 무슨 죄라도 지은 양 허위날조된 사실을 마구 유포시켰고, 일부 언론은 마치 정치경찰과 '작당'이라도 한 듯 허위날조된 피의사실을 아무런 여과장치도 없이 보도하면서 퍼날랐다. 아우의 실물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도 하지 않고 전국적으로 방송했다"고 토로했다.

또한 "심지어 구속영장까지 청구(신청)하면서 중죄인으로 만들었다. 특히 송철호 당시 시장후보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후보들은 이 허위사실을 근거로 노골적으로 네거티브 선거를 벌였다"며 "그러더니 선거를 다 마친 후 이제 와서 무혐의라고 한다. 이렇게 해도 되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나아가 "이토록 잔인하고 음흉한 권력형 공작수사 작태로 인해 저는 억울한 낙선의 고배를 마셨고, 아우는 심적인 고통으로 인해 정신과 치료를 계속 받고 있는 실정"이라며 "황운하와 일부 정치경찰은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이 경찰의 명예를 더렵혔다. 시민들을 속여서 선거결과를 도둑질했다"고 성토했다.

김기현 전 울산광역시장(가운데) 등 자유한국당 울산시당 소속 인사들이 4월10일 오전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 전 시장은 "황운하는 당초의 수사팀장을 수사팀에서 갑자기 배제시키고, 사기죄로 구속기소된 건설업자와 유착관계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수사관을 이 사건 수사팀장으로 임명했다"며 "황운하, 건설업자, 그리고 수사관 3인이 어떤 밀실 거래를 하고 역할 분담을 했는지, 또 이 과정에 여당측 인사가 개입한 것인지, 송철호 당시 후보는 어떻게 얼마나 개입돼 있는지 여부를 반드시 밝혀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황 청장의 즉각 파면도 주장했다. 그는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수사대상자가 범죄수사를 하는 경찰의 고위간부로 재직하고 있어선 안된다"며 "대전경찰청장이 아닌 피의자 황운하로 검찰 조사를 받아야 공정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저와 제 주변인물에 대한 황운하를 비롯한 울산경찰의 수사가 계속되고 있는 시점에 송철호 당시 후보는 수차례 황운하와 부적절한 만남을 한 사실도 있었다"며 "이제 검찰의 무혐의 결정이 발표된 이 시점에, 네거티브를 계속해 당선된 송철호 현 시장은 이 사건에 대한 입장이 어떠한지 시민들에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앞서 전날(9일) 한국당 울산시당도 논평을 내고 "김기현 죽이기 공작·기획 수사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황 청장은 아직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달 김 전 시장 비서실장 박씨가 불기소 처분됐을 때 황 청장은 "검찰의 무혐의 결정은 오히려 진실을 왜곡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불인정한 바 있다. 울산경찰청도 "정당한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수사했고, 증거관계에 근거해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며 검찰 결정을 수긍하지 않았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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