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家 3세로의 경영권 승계 어려움 겪을 듯...60%에 달하는 상속세
3남매 자금여력 충분치 않아...주식으로 납부하면 경영권 흔들려
2대주주인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스튜어드십 가동하는 국민연금도 변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갑작스럽게 타계하며 대한항공 경영전선이 위협받고 있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경영권 승계가 유력하지만 지주사인 한진칼 보유 지분율이 낮은데다 안팎에 조 사장을 지원할 우군이 없다는 점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9일 대한항공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지분 29.96%를 보유한 한진칼이다. 한진그룹은 대한항공 지분을 보유한 지주사 한진칼이 계열사를 거느리는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조 사장이 경영권을 승계하려면 그룹 지배구조의 열쇠인 한진칼 지분을 충분히 확보하고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 사내이사를 지켜야 가능하다.

문제는 조 사장의 한진칼 보유 지분이 턱없이 낮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준 한진칼 최대주주는 지분 17.84%를 보유한 고 조양호 회장이다. 조 사장의 지분율은 2.34%에 불과하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 지분율은 각각 2.31%, 2.3%다. 고 조 회장 지분을 제외한 조 사장 우호지분은 11% 수준에 그친다.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려면 지분을 상속받아야 한다. 한진칼 주가는 9일 기준 3만600원 수준을 오갔다. 이를 감안한 고 조 회장의 보유 지분가치는 3170억원가량이다.

상속세율은 상속액이 3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50%로 책정된다. 여기에 최대주주의 주식을 상속받을 때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주식 평가 시 시가의 20∼30%를 할증하게 돼 있다.

한진칼은 조 회장 지분이 50% 미만이어서 20% 할증 대상이 된다. 이것까지 고려하면 경영권 승계 시 부담해야 하는 세율은 6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단순 계산할 경우 지분을 상속받으려면 1900억원 정도의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구광모 LG 회장처럼 자회사 지분 매각 등으로 상속세를 마련하는 방안이 있지만 조원태 사장 상황이 좋지가 않다. 주력계열사인 대한항공 등을 포함해 팔만한 자회사 지분이 마땅히 없어서다.

한진家 3남매의 자금 여력은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진칼의 주력 회사 대한항공은 과거 기내 면세점을 별도 오너회사로 설립해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은 적이 있는데, 기내 면세점을 별도회사로 뒀던 것은 돌려 말하면 그만큼 조원태 사장과 조현아, 조현민씨 자금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진행된 작업이었다.

상속 지분의 60%를 내놓는 방법이 있지만 이 경우 그룹을 장악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오너 일가 중 주력 계열사 사내이사를 맡고 있는 사람은 조 사장이 유일하다는 점도 리스크다. 한진칼 보유 지분이 워낙 낮아 경영권 위협에 취약한데 안에도 우군이 없다. 지난해 대한항공 사내이사에 선임된 조 사장은 임기만료시 주주들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숙제도 안고 있다.

또 하나 문제는 한진칼에 '2대주주'가 있다는 점이다. 강성부 펀드(KCGI)는 최근 한진칼 주식을 추가로 장내매수해 804만2835주(13.47%)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KCGI는 3월 말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이나 감사 선임 등 지배구조 개편에 도전했다가 실패했는데, 조 회장 별세로 다시 한번 기회를 잡게 됐다. KCGI는 계속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장 내년 정기주총에서는 조원태 사장 사내이사 재선임안이 상정된다. 자칫 잘못하면 이사진이 모조리 물갈이되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주총에서는 한진칼에 맞섰던 국민연금( 6.87%)이 다음에는 한진의 손을 들어줄지 여부도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영권 위협과 여론 비판에 직면한 오너 일가가 상속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상속세금은 5년 동안 분할납부가 가능한데 오너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한진칼과 한진의 배당을 증액할 여지가 있다”면서도 ”다만 여론 공격에 지쳐 아예 상속을 포기하고 사주 일가는 임원만 유지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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