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으로부터 문 정권의 ‘예스 맨’이라는 비판받아
작년 평양 고위급회담서 북측에 굴욕적인 태도 견지해 ‘리선권의 따까리’라는 조롱
최근 문 정권과 다른 '엇박자 행보' 하다 전격 경질

조명균 전 통일부장관(연합뉴스)
조명균 전 통일부장관(연합뉴스)

조명균 전 통일부장관은 8일 직원들에게 보내는 한 장의 편지만 남기고 장관실을 떠났다.

문재인 정권의 대북정책을 전담해온 조 전 장관은 북한이 주장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앞세워 남북경협 추진해 야당으로부터 문 정권의 ‘예스 맨’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는 작년 평양 고위급회담에서 북측에 시종일관 굴욕적인 태도를 견지해 ‘리선권의 따까리’라는 조롱도 받았다. 특히 조 전 장관 아래 통일부는 ‘북한 눈치 보기’ 때문에 탈북민 출신 기자를 남북 고위급회담 공동취재단에서 배제하고 탈북민 단체들에 대한 지원을 대폭 삭감하거나 활동을 통제해 국제사회로부터 강한 비난을 받았다.

조 전 장관은 이날 전임 장관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별도의 이임 행사 없이 물러나면서 A4 한 장 분량의 자필 편지를 남겼다. 그는 이 편지에서 “1년 9개월여의 통일부 장관직을 마치고 물러간다”며 “통일부 직원 한분 한분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드린다”고 했다.

이어 “즐거운 직장 분위기를 만들고 소통하는 장관이 되겠다고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고, 인사와 조직 관리, 정부 내 통일부 위상도 직원 여러분의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며 “미안한 마음이 더 크다”고 했다. 청와대와 외교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통일부의 존재감이 떨어졌다는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조 전 장관은 “저는 이 자리에 오기 전 평범한 시민과 가족으로 돌아간다”며 “마음으로 늘 여러분과 함께하며, 여러분과 남북관계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김연철 신임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안을 재가했다. 2017년 7월 제39대 통일부 장관에 취임한 조 전 장관은 별도의 행사를 하지 않고 이날 퇴임했다. 조 전 장관은 지난 2017년 7월부터 1년 9개월에 걸쳐 장관직을 수행하며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과 3차례 남북 정상회담과 2차례 미북 정상회담을 모두 거쳤다.

조 전 장관은 남북협의 과정에서 북측에 굴욕적일 정도로 낮은 태도를 견지해 장관으로서 부적절하게 처신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 10월 평양 고위급회담에서 조 장관이 3분 지각하자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단장부터 앞장서야지 말이야”라며 “시계가 주인 닮아 관념이 없다”고 핀잔한 것은 잘 알려진 일화다. 당시 한국당은 “조 장관은 북한 리선권 앞에서는 무조건 분부대로 열심히 하겠다는 태도로 읊조리며 급기가 탈북자 출신 조선일보 기자의 방북을 출발 한 시간 앞두고 방북단에서 뺏다”며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북한 리선권의 ‘따까리’인가”라고 꼬집기도 했다.

또한 조 전 장관 아래 통일부는 작년 10월 탈북민 출신 조선일보 기자의 판문점 남북 고위급 회담 취재를 막아 국제언론인협회(IPI)로부터 ‘언론 자유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자 탈북민에 대한 차별행위’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달에는 미국에서 열리는 북한 인권 행사에 참가하는 국내 탈북민 단체들에 4.27 판문점 선언 등 남북 합의를 비판하지 않는 조건으로 항공료 지원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져 파문이 일었다.

그러나 올해 초 조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 고위 당국자로서는 처음으로 북한이 주장하는 ‘비핵화’ 개념이 우리와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해 정부와 달라진 입장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달 20일에는 “현 정부의 북한 인권 정책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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