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강원도 7사단 입대해 베트남戰 파병되기도...병장 만기제대 후 대한항공 입사
2004년부터는 한국방위산업진흥회 회장 돼...2011년부터 7사단 방문해 위문금 전달
한진그룹, 별세 소식 전하며 "趙, '수송보국' 일념 하나로 대한항공을 글로벌 선도항공사로 이끄는데 모든 것 바쳐"

 

7사단 복무 시절의 조양호 회장. (사진 = 한진그룹 제공)
7사단 복무 시절의 조양호 회장. (사진 = 한진그룹 제공)

폐질환으로 별세한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재벌가 아들이었지만 미국 유학 중 귀국해 수색대대 병장으로 만기제대했고 베트남전에도 참전하는 등 투철한 안보관과 애국심을 가진 경영인이었다.  

9일 한진그룹 관계자들에 따르면 조 회장은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다가 화천 육군 7사단에서 전역했는데, 이후로도 7사단을 자주 찾아 위문금을 전달하는 등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다.

조 회장은 1949년 3월 8일 인천에서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와 김정일 여사 사이 4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경복고에 입학한 뒤 ‘선진 지식을 익히라’는 부친의 뜻에 따라 유학을 갔고, 미국 매사추세츠 쿠싱아카데미(기숙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군 입대를 위해 1970년 귀국 후 강원도 7사단 수색대에 배치돼, 베트남 전쟁에도 파병되기도 했다.

베트남 꾸이년에 파견된 십자성 부대에 11개월 동안 근무한 조 회장은, 다시 비무장지대로 돌아와 1973년 병장으로 만기 제대했다. 대한항공에 입사한 것은 1년이 지난 1974년이다.

수색대에 입대한 조 회장은 군에서 안보관과 애국심을 체득했다고 한다. 그의 안보관 발현은 한국방위산업진흥회 회장으로 선임된 데서 나온다. 조 회장은 2004년부터 한국방위산업진흥회 회장으로 선임돼,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육성 발전을 이끌었다.

2011년부터는 전역한 7사단을 찾아 위문금과 체력단련 기구 등을 증정하기도 했다. 조 회장은 2011년 9월 1일 자신이 전역한 7사단을 찾아 장병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증정 당시 그는 “40년전 이 곳에서 나도 철책 근무를 했다. 무기 체계의 성능 못지 않게, 굳건한 정신 자세와 사기가 승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라며 “방산업계는 더 나은 무기체계를 개발해 정예강군 건설에 기여하는 동반자로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방위산업진흥회 회장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할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한진그룹 측은 8일 조 회장의 별세 소식을 전하면서 “조 회장은 1974년 대한항공에 몸 담은 이래로 반세기 동안 ‘수송보국(輸送報國)’ 일념 하나로 대한항공을 글로벌 선도항공사로 이끄는데 모든 것을 바쳤다”며 “대한민국 항공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비전을 제시하고,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위상을 제고하는 등 국제 항공업계에서 명망을 높이며 사실상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선구자 역할을 해왔다”고 자평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그룹 관계자는 “조 회장이 폐질환이 있어 미국에서 치료를 받던 중, 대한항공 주총 결과 이후 사내이사직 박탈에 대한 충격과 스트레스 등으로 병세가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지에서 조 회장을 한국으로 모셔오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고 했다. 그의 별세에, 지난달 27일 국민연금이 그의 대한항공 경영권을 박탈한 소식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었다. 이에 문재인 정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와 관련해 ‘연금 사회주의’라는 비판을 이어온 자유우파 인사들도 잇달아 ‘문재인 정권이 기업가 살해를 벌인 것’이라고 평했다.

안보관과 애국심을 갖고, 국가와 군에 기여해온 조 회장의 별세는 재계에도 충격을 줬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사망 소식이 전해진 날 “(조 회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을 역임하시는 등 국가적 행사에도 공로가 많았고, 경영계 리더로서 모범을 보여왔다”며 “경영계는 고인의 기업가 정신과 경영철학, 국가 경제발전을 위한 헌신을 기려나갈 것”이라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도 같은날 “조양호 회장은 지난 45년간 변화와 혁신을 통해 황무지에 불과하던 항공물류산업을 일으켜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놓았다”는 논평을 냈다.

조 회장에 대한 장례 절차는 현재 진행 중이다. 그의 시신이 미국에 있어, 국내로 운구하려면 행정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조 회장에 대한 장례 절차가 내주 중에는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빈소는 서울 서소문 대한항공빌딩이나 한진그룹 계열 인하대 병원 장례식장, 신촌 세브란스 병원 등이 검토되고 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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