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서울시가 창덕궁 앞 돈화문로에 고목 30그루를 이달 안으로 제거할 것이라고 합니다. 조선의 왕이 다니던 돈화문로에 일본이 나무를 심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다소 황당한 명분으로 멀쩡한 나무를 제거한다고 하는데요. 현장에 윤희성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서울시가 다소 황당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이번달 안으로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에 서 있는 멀쩡한 가로수 30그루를 잘라낼 것이라고 합니다. 서울시가 밝힌 이유는 창덕궁이 제대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8일 서울시 역사도심재생과 관계자는 "과거 일본이 조선의 왕이 다니던 창덕궁 앞 거리에 나무를 심은 것으로 추정되기에 역사 회복을 위해 창덕궁부터 돈화문로 이어지는 200m 구간 30그루 가량의 나무를 이달 안으로 제거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이 관계자는 "돈화문로에 조선 왕이 걷는 길을 복원하는데 총 50억 원의 시비를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펜앤드마이크(PenN) 김용삼 역사전문 대기자는 "정확한 근거도 없이 일본이 나무를 심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과거 김영삼 정부에서 총독부 건물을 철거하던 논리와 비슷하다"며 "30년 정도 된 나무들을 일본이 심었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일본이 심은 나무 때문에 민족의 정기가 바로서지 않는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곳을 오가는 시민들과 주변 상인들의 반발도 만만치는 않습니다. 30년간 이곳에서 상가를 운영하면서 출퇴근길에 돈화문로를 이용한 상인 정원광 씨는 "일 없는 공무원들이 돈 쓸 핑계를 만들고 있는 것"이라면서 "21세기에 왜 조선을 찾고 왕을 찾는지 공무원들의 핑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3월 중으로 30그루 가량의 가로수를 제거할 예정이었던 서울시는 제거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시민들의 민원으로 해당 사업을 4월 중순 이후로 한 달 정도 늦춘 상황입니다. 반일감정을 명분으로 서울시 예산을 낭비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