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두 국방부 장관(연합뉴스)
정경두 국방부 장관(연합뉴스)

국방부가 ‘북한에 대한 주적(主敵) 개념을 유지해야 한다’는 한국정치학회의 용역보고서를 받고도 장병들의 정신교육 교재에서 주적 관련 표현과 내용을 대거 삭제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조선일보가 8일 보도했다. 군이 북한과의 군사합의 등 교류 협력을 추진해온 청와대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전문 보고서를 묵살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선일보의 이날 보도에 따르면 국방부는 지난 2017년 ‘정신전력교육 기본 교재’ 제작을 위한 용역보고서를 한국정치학회에 발주했다. 당시 국방부는 “중립성 있게 보고서를 작성해 달라”는 주문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학회 소속 교수팀은 7개월 작업 끝에 작년 상반기에 보고서를 제출했다.

자유한국당 백승주 의원이 7일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이 보고서는 “우리에게 핵심적이고 직접적인 적은 북한 정권과 북한군”이라며 “북한의 대남 적화 기도를 지원·동조하는 세력도 적으로 규정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북한의 최종 목표는 강성 국가 건설로 체제를 유지하고 한반도 적화 통일을 구현하는 것”이라며 “민족 정서를 자는 정치 구호를 내세우고 ‘주한 미군 철수’ ‘평화협정 체결’ 등을 끈질기게 구사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보고서를 받은 지 1년만인 지난 3월 ‘북한=주적’이라는 내용을 삭제한 정신전력 교재를 제작해 일선 부대에 배포했다. 교재에는 “대한민국의 주권, 국토, 국민, 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적으로 간주한다. 남북 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남북은 새 안보 환경을 조성했다”고 써 있다.

국방부는 “전문가 감수와 대내외 의견 수렵 과정을 거쳐 최종안을 확정했다”며 “장병 교육은 안보 환경 변화를 반영해 북 위협뿐 아니라 초국가적, 비군사적 위협까지 포괄하는 개념을 담았다”고 했다. 그러나 백승주 의원은 “중립성을 위해 용역보고서를 받아놓고도 청와대와 북한 눈치를 보느라 코드에 맞는 부분만 취사선택했다”고 지적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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