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욱 칼럼] 新전대협 대자보에 대한 경찰 수사, 법치주의 막장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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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19.04.08 10:00:16
  • 최종수정 2019.04.08 10:00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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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욱 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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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학가를 중심으로 새로운 학생단체의 활동이 눈부시다. 新전대협이 그것. 과거 80년대 반미친북 전체주의 성향의 학생 운동권 단체 ‘전국대학생협의회’의 약칭을 그대로 땄지만, 성향은 정반대다. 新전대협이 그동안 게재한 ‘왕’ 시리즈 대자보와 최근 경찰이 탄압하는 ‘김정은 서신’ 대자보의 내용을 보면, 자유주의와 反전체주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한글만 알면’ 알 수 있다.

그런데 갑자기 新전대협에 대한 기사가 넘쳐나기 시작했다. 대자보의 내용을 가지고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CCTV를 분석하고 지문감식 등을 해서 대자보를 붙인 사람을 알아내고 ‘특정지역’ 경찰서에서는 출석 요구까지 했다고 한다.

이게 얼마나 엉터리인지 법적으로 풀어보자.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수사기관은 범죄의 단서가 포착되면 반드시 수사를 하게 되어 있다. 즉 수사기관에게 재량을 부여하지 않는다. 수사기관이 수사여부를 자의적으로 판단함으로 인해 억울한 범죄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게 함과 동시에 헌법질서를 범죄로부터 의무적으로 유지하기 위함이다. 이것은 한편 ‘사적복수’가 금지되고 ‘국가소추’가 원칙이 된 문명국가에서는 논리 필연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수사가 의무라고 해서 어떤 사건이든 수사기관이 모두 개입할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범죄의 단서가 없거나 위법성이 없다는 것이 명백함에도 수사를 빙자해서 공권력이 개입하는 것은 그 공권력이 범죄가 된다. 수사란 공권력은 가장 강력하기 때문에 가장 위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수사가 의무라는 것은 범죄피해를 당한 피해자의 입장에서, 그리고 헌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관점일 뿐, 수사기관에게 기관자체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이에 종사하는 공무원들에게는 더 엄격한 법이 적용되고(예를 들어 수사기관의 위법행위는 형법상 가중 처벌된다) 일반인들에게도 사사로이 이러한 공권력을 부추기면 안 된다는 의미에서 무고죄도 엄하게 처벌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新전대협에 대한 대자보 수사를 이 관점에서 좀 더 세밀하게 풀어보자.

경찰은 명예훼손과 모욕죄, 사문서 위조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문제시하고 있는 ‘김정은 서신’대자보를 보면 특정인이라고는 김정은과 문재인 대통령밖에 없다. 지금 시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권력에 대한 확신(?)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확고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명예훼손이나 모욕이 되려면 그 자체의 표현에 명예를 침해하거나 비하적인 표현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대자보에는 표현 자체에도 그러한 부분이 없다.

더욱이 공적 영역에서의 인물에 대해서는 그 비판이 거의 무제한에 가깝다는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대법원의 판례다. 광우병 난동, 세월호 사건 당시 수많은 거짓말, 그 밖에 좌파전체주의자들의 수많은 거짓말에 대해서 우리 법원은 편집증에 가까울 정도로 모두 무죄를 선고해 왔다.

한편, 모욕죄는 친고죄라 고소가 있어야 처벌이 가능한데, 일선 실무에서는 고소가 없으면 수사를 하지 않는다. 즉 고소 없이는 기소와 처벌을 못하기 때문에 수사를 한다는 것은 공권력 남용 이전에 행정력 낭비이기 때문이다. 이런 실무를 볼 때 김정은 혹은 문재인 대통령이 고소를 했단 말인가? 설마 그랬을 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만일 고소 없이 윗선의 지시에 의해 그랬다면 이건 더 큰 문제다.

사문서위조도 얼척없는(어처구니없는) 얘기다. 형법상 문서란, 문자 등 가독성 부호로 ‘사람의 의사 또는 관념’을 표시해야하고 어느 정도 사회적 신용을 그 문서가 담보해야 문서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위에서도 언급했듯, 한글을 알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라면 이 대자보가 김정은의 의사와 관념을 담았다고는 도저히 볼 수 없을 것이다. 만일 정말로 이러한 개념조차 없이 수사를 한다면 담당자의 공무원 시험 통과과정을 오히려 수사해야할 단서로 본다.

가장 백미는 국가보안법 적용 검토다.

이 부분에서 나는 이 나라의 공권력이 헌법수호보다는 파시즘의 수하로 갈 수도 있다는 의심을 해본다. 지독한 비극은 희극이라 했던가. 오늘에 와서 나치즘과 파시즘은 그 악랄함과 더불어 처연한 블랙코미디 같은 이미지로 남아있는데(유니폼을 입고 광장에서 대중을 선동하는 그 장면은 얼마나 웃긴 것인가), 新전대협의 대자보에 국가보안법을 검토해 보겠다는 얘기가 딱 그짝이다.

법조문을 한번 올려본다. 이 법조문 하나가 어떠한 논평보다 간명하다.


제1조(목적 등) ①이 법은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을 규제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함을 목적으로 한다.

②이 법을 해석적용함에 있어서는 제 1항의 목적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하며, 이를 확대해석하거나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일이 있어서는 아니된다. <신설 1991.5.31>


이제 마무리를 해보자.

新전대협에 대한 수사는 이헌령 비헌령(耳懸鈴 鼻懸鈴)을 아무리 해도 결국 이 대자보의 내용에 대한 정치적 입장을 가지고 탄압하는 것이다. 그럼 우리는 탄압하는 세력의 그 정치적 입장을 물어볼 수밖에 없다.

전체주의를 반대하고 권력에 대한 비판을 풍자로 얘기하는 것조차 용납 못하고 되지도 않는 법리를 들먹거리면서 이 나라의 법치주의를 막장으로 몰고 가는 당신들의 정체는 무엇인가. 자유우파인가 좌파독재인가.

답은 나와 있다.

황성욱 객원 칼럼니스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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