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업계 "우리 물량이 북한에 직접 갔을 가능성 없다" 선 그어
북한에 경유 전달 유조선 '피 파이오니어'(P Pioneer, 5160t급) 부산 감천항에 6개월째 억류

한국 국적 유조선이 공해상에서 북한 유조선에 환적을 통해 국내산 경유(Diesel)를 지속적으로 공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국내 정유업계가 유엔과 미국의 대북(對北)제재 위반 등으로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을 받는 일이 일어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북한에 경유를 전달한 유조선 '피 파이오니어'(P Pioneer, 5160t급)는 작년 10월부터 현재까지 부산 감천항에 6개월째 억류돼 있습니다. 5일 펜앤드마이크(PenN)와 접촉한 국내 정유4사(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는 '피 파이오니어'와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유업계 "우리 물량이 북한에 직접 갔을 가능성 없다"

정유업계 관계자들은 "정유공장 수출 물량은 기본 단위가 50만 배럴이고 거의 대부분의 물량이 100만 배럴 이상 적재할 수 있는 유조선을 통해 유통되고 있다"며 "피 파이오니어는 3만 배럴(barrel) 정도를 적재할 수 있는 규모의 작은 유조선으로 정유공장에서 나오는 수출 물량을 취급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대북제재가 있는 한 국제시장에서 원유(crude oil)를 달러로 수입하는 국내 정유사가 북한과 거래를 할 가능성은 없다"며 "국제 교역 시스템의 틀 안에서 사업을 하는 국내 정유사들에겐 북한과의 거래는 리스크가 지나치게 큰 사업"이라고 부연했습니다.

'피 파이오니어'가 지난 2017년부터 부산 감천항에 억류돼기 직전까지 북한에 준 물량은 4320t으로 확인된 상태입니다. 정유업계에서는 t을 배럴로 환산하기 위해서는 t에 7.5를 곱하면 된다고 설명합니다. 그 기준으로 할 때 4320t은 3만2400배럴입니다.

정유업계는 "만약에 국내 경유가 북한으로 갔다면 그것은 정유사와는 무관한 물량일 것"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들은 "국내 유통 목적으로 판매한 경유 물량을 일부 대리점에서 외국계 석유수출입업체로 팔고 그 물량이 북한에 넘어갔을 가능성이 있지만 판매 후 물량에 대한 책임은 정유사에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PenN 단독입수 '피 파이오니어' 2017년부터 현재까지 이동경로

2017년부터 최근까지 '피 파이오니어'의 이동경로를 파악한 결과, 인천, 부산, 울산, 여수 등을 모두 거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여수에는 GS칼텍스, 인천에는 SK이노베이션 정유 공장이 있습니다.  울산에는 SK이노베이션, S-OIL 등이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고 주요 항만에는 유통 대리점의 저유소도 있습니다. 여러 정유사들이 생산한 국내산 석유제품이 다양한 이동경로를 통해 북한으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주)다온로지스틱스와 SK와의 관계

2000년에 건조된 '피 파이오니어'의 소유자와 운항자는 ㈜다온로지스틱스(대표 김제룡, 박건웅)입니다. (주)다온로지스틱스는 2004년에 설립됐고 2016년 기업명을 '페트라무역'에서 변경했습니다. 현재 강남구 논현로에 본사가 위치해 있고 2018년 기준 매출액은 약 180억 원, 영업이익은 약 32억 원이었습니다. 영업이익이 일반 제조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큰 회사입니다.

(주)다온로지스틱스의 공동대표인 박건웅 씨는 SK B&T의 사장까지 지낸 인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SK 관계자는 박건웅 씨에 대해서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해상에 오랜시간 나가있는 선박에 경유와 벙커C유를 공급하는 해상 주유소업을 하는 SK B&T는 SK해운의 자회사입니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