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 외교1차관-스페인 외교차관 양국 첫 전략대화 시종 구겨진 태극기 방치
"체코슬로바키아" "발칸국가" 오기, '말레이 정상회담서 인니 인사말' 논란에 더해
구겨진 태극기 외교中이던 청사 내부, 강경화는 직원들에 "프로페셔널리즘" 강조

문재인 정권 외교부의 '외교 참사'가 줄을 잇고 있다. 이번에는 타국과의 공식 대화에서 우리나라의 국기(國旗)를 구겨진 채로 내걸었다.

4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17층 양자회의실에서는 조현 외교부 제1차관과 페르난도 발렌수엘라 스페인 외교차관 간 첫 한-스페인 전략대화가 열렸다. 2020년 양국 수교 70주년을 앞두고 두 나라의 우호협력관계 증진을 위해 마련된 대화였다.

복수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의전용 태극기가 구겨진 채로 행사가 진행됐다. 의전용 태극기는 약 160cm 정도로 대형이며, 이날 행사에 사용된 태극기는 약 10cm 정도 너비로 접어서 보관을 했던 탓인지 사선으로 구김이 선명했다.

조현 외교부 제1차관과 페르난도 발렌수엘라 스페인 외교차관이 4월4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제1차 한-스페인 전략대화에서 악수하고 있다. 바로 옆 의전용 태극기가 많이 구겨져 있다.(사진=연합뉴스)

회담에 앞서 두 차관이 반가운 얼굴로 악수를 나눴으나 취재진의 시선은 바로 옆에 세워진 의전용 태극기에 쏠렸다. 정부의 공식 행사에 쓸 수 없을 만큼 구겨져 있던 탓이다. 행사 직전 태극기 상태를 눈치챈 외교부 남성 직원 2명이 급히 손으로 구김을 펴보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는 후문이다.

조현 1차관은 구겨진 태극기 옆에 서서 발렌수엘라 스페인 외교차관을 맞았다. 상대국인 스페인의 국기는 구김없이 잘 보관된 상태여서, 그나마 상대국을 향한 외교 결례 논란은 피했다.  

구겨진 의전용 태극기가 공식 외교현장에서 방치된 데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고 했다. 그러나 기자들이 "태극기는 세탁을 해도 안 되고 보관을 소중히 해야하는 게 상식 아니냐"고 묻자 이 당국자는 "총리 훈령에서 세탁은 할 수 있게 돼있다"고 변명했다.

총리 훈령 433호가 "국기가 훼손된 때에는 방치하거나 다른 용도에 사용해서는 안 되며 깨끗하게 소각해야 한다. 때가 묻거나 구겨진 경우에는 국기의 원형이 손상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를 세탁하거나 다려서 다시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는 점을 든 것이나, '보관을 소중히 하라'는 지적에 논점 일탈로 대응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중앙일보에 따르면 대한민국국기홍보중앙회 이래원 회장은 "몰상식한 일이 벌어졌다"며 "이렇게 해이한 정신 상태로 어떻게 나라 일을 한다는 것인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해를 할 수가 없다"고 개탄했다.   

4월4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제1차 한-스페인 전략대화 행사의 의전용 태극기가 많이 구겨져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런 외교부의 실수가 최근 대외적으로 감출 수 없는 선에서 반복되고 있다. 외교부는 지난달 19일 '발틱(Baltic) 국가'인 라트비아·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를 '발칸(Balkan) 국가'로 잘못 쓴 영문 보도자료를 내, 라트비아 주한 대사관 쪽 항의를 받고 수정했다. 

'발틱 국가'는 북유럽 발트해 일대 국가들을 일컫는 말로, 크로아티아와 루마니아 등 발칸반도(흑해·에게해·지중해·아드리아해·크레타해로 둘러싸인 반도) 쪽 국가를 지칭하는 '발칸 국가'와 다르다.

앞서 지난달 열린 한-말레이시아 정상회담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네시아 인사말을 써 역시 상대국에 대한 '외교 결례' 논란이 됐다. 야권에서는 한국을 방문한 외국 정상이 일본 인사인 "곤니찌와"와 같은 인사를 건넨 격이라고 문 대통령을 성토했다.

외교부는 또 지난해 말 문 대통령의 체코 방문 당시 공식 영문 트위터 계정에 '체코'를 '체코슬로바키아'로 잘못 썼다. 체코슬로바키아는 1918년 유럽 중부에 위치한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합병됐다가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에 의해 점령, 1948년 해방되고 사회주의공화국으로 존속했다가 1993년 다시 체코와 슬로바키아 두 공화국으로 갈라지기 전까지의 옛 나라를 가리킨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일련의 외교 결례 사례에 대한 지적을 받고 "외교부로서는 참 아픈 실수"라고 시인하고, 이틀 뒤(22일) 간부 회의에서 "프로페셔널리즘, 즉 직업의식이 모자라서 생기는 일에 대해서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지만 개선이 없는 셈이다.

강경화 장관은 이날도 외교부 직원 간담회에서 "현재까지의 혁신 노력들이 빈틈없는 업무성과와 책임의식과 전문성을 아우른 프로페셔널리즘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최근 발생한 실수들에 대해 외교 업무의 특성상 한치의 실수도 용납될 수 없다"고 근무 기강을 강조했지만, 같은 시각 같은 건물 회의장에 놓인 것은 구겨진 태극기였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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