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말 3개 코스 '전면 개방'서 '단계 개방' 선회…고성 코스만 우선 시범운영키로
파주-철원 코스는 민간인 DMZ 진입까지 허용하는데 대북 통보도 유엔사 협의도 부재
금강산관광객 총격 피살 과거 잊었나…언론서 지적 잇따르자 발표직전 '단계개방' 선회

문재인 정부가 '9.19 남북군사합의' 이행을 명목으로 비무장지대(DMZ) 일부가 포함된 'DMZ 평화둘레길'(가칭) 3개 코스를 이달 말부터 단계적으로 개방하기로 했다. 이른바 평화둘레길은 민간인 관광객이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상존하는 DMZ에 진입해 시범철수 GP(감시초소) 혹은 비(非)상주 GP를 방문하는 관광코스다. 정부는 당초 3개 코스를 '전면 개방'하려다가 북한은커녕 유엔군사령부와의 협의 부재가 드러나 안전 무(無)대책 논란이 확산될 조짐이 일자 '단계 개방'으로 선회했다.

자료사진=국방부, 행정안전부 등

국방부와 통일부·행정안전부 등 5개 부처는 3일 오전 합동 브리핑을 통해 통일전망대에서 시작해 해안 철책을 따라 금강산전망대까지 방문하는 고성(동부) 코스를 4월 말부터 시범 운영한다고 밝혔다. DMZ 내 철책선 통문을 넘어선 GP 지역까지 일반 국민에게 개방되는 것은 남북 분단 이후 처음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DMZ 평화둘레길 체험은 평화와 안보 현주소를 생생하고 특별하게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DMZ 평화둘레길 조성 및 개방은 문재인 대통령이 3·1절 100주년 기념사에서 "이제 곧 비무장지대는 국민의 것이 될 것이며 이는 우리 국민의 자유롭고 안전한 북한 여행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힌 데 따른 후속조치로 풀이된다. 정부는 둘레길 조성과 CCTV를 비롯한 안전시설 설치 등을 위해 총 43억 원의 남북협력기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정부는 ▲통일전망대에서 출발해 금강산전망대를 견학하고 복귀하는 '동부전선 코스'(고성 코스) ▲경기도 파주 임진각에서 출발해 도라전망대를 경유해 시범철수 파주GP까지 방문하는 '서부전선 코스'(파주 코스) ▲강원도 철원 백마고지 전적비에서 출발해 DMZ 내 화살머리고지까지 방문하는 '중부전선 코스'(철원 코스)를 4월말 전면 개방하려 했으나, 고성 코스만 먼저 시범 운영키로 했다.

동부전선은 DMZ 남방한계선(철책) 부근까지만 접근하는 관광코스이지만, 서부전선과 중부전선은 DMZ 안으로 진입하는 코스여서 보다 확고한 안전대책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현재 대북(對北) 통보를 하지 않았고, 물론 유엔사와도 방문객 안전 관련 협의를 마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관광객 안전 등에 대한 우려가 대두됐다.

그래픽=연합뉴스

3개 코스 전면 개방 예고를 두고 언론 등에서 '무리한 조치'이자 과거 금강산관광객 총격 피살을 겪고도 확고한 국민 안전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비판론이 제기되자, 정부는 동부전선을 제외한 2개 코스의 시범 운영을 이날 '막판 연기'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고성 코스를 먼저 운영하고, 철원·파주 코스는 유엔사 등과 협의를 거쳐 향후 시범 운영 결과를 평가한 뒤 상설 운영 시기를 최종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언론에 "군은 경계작전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방문객의 견학이 가능토록 조치했다"고 주장하며, "DMZ 내 방문객 출입 및 안전조치 등을 위해 국방부와 유엔사 간 협의를 조만간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늦어도 올해 5~6월 중 파주와 철원지역도 개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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