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2일 ‘한국국적 선박 1척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억류 중’ 확인
피 파이오니어호 소유자는 다온로지스틱스, 강남 논현로 위치
또다른 선박 루니스호, 2017년 이후 총 27차례 정유제품 약16만톤 싣고 나가
文정부, 지난해 ‘확실한 증거 확보 못했다’며 루니스호 출항 보류조치 해제

사상 처음으로 대북제재 위반으로 억류된 한국 국적 피 파이오니오호
사상 처음으로 대북제재 위반으로 억류된 한국 국적 피 파이오니오호

한국 국적 선박들이 공해상에서 불법 환적을 통해 북한 선박에 정제유를 공급한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우리나라가 전 세계 대북제재 공조 체제에 구멍을 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한 관련 업체들 및 은행들에 대한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에 대한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

지난 2일 외교부 당국자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결의를 위반한 혐의로 지난해 10월부터 한국 국적 선박 1척의 출항을 보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선박은 2000년에 건조된 5160톤급 유조선 ‘피 파이오니어(P Pioneer)’호다. 부산 감천항에 약 6개월째 억류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제해사기구가 부여한 식별번호는 9213222다. 해양수산부는 2016년 7월 1일 해당 선박을 중점관리 대상선박(고위험선박)으로 분류했다.

선박의 소유자와 운항자는 ㈜다온로지스틱스(대표 김제룡, 박건웅)이다. 2004년에 설립됐으며 2016년 기업명을 페트라무역에서 다온 로지스틱스로 변경했다. 현재 강남구 논현로에 위치하고 있다. 2018년 기준 매출액은 약 180억원, 영업이익은 약 32억의 중소기업이다. 이 회사가 보유 중인 또 다른 유조선인 ‘피 챈스(P Chance)’호도 2019년 1월 1일 기준 해양수산부가 지정한 중점관리 대상선박(고위험선박)으로 ‘예의주시’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 파이오니어호는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에 ‘선박 대 선박’ 방식으로 4320톤에 달하는 경유를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3일 해경 등 관계기관에 따르면 이 선박은 2017년 9월 10일부터 같은 달 24일까지 동중국해 공해상에서 북한 유조선인 금운산호와 유선호에 각각 1820톤과 2500톤 등 경유 4320톤을 환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선박은 관계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공해상에서 경유를 건넸고 이를 위해 입출항 신고도 허위로 한 것으로 밝혀졌다.

해운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석유는 석탄과 달리 호스를 이용해 공해상에서 손쉽게 선박 간 환적을 할 수 있다. 또한 값싼 러시아산 기름을 직접 북한에 내다 팔면 통상 거래의 두 배의 이윤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97호에 따르면 북한은 정유제품 수입 한도는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된다. 또한 ‘금지 활동이 의심되는 선박은 회원국이 의무적으로 해당 선박을 나포·검색·억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이 앞서 지난달 21일 북한선박과 불법 환적 행위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밝힌 한국 국적 선박 루니스호가 대량의 석유를 싣고 출항한 뒤 중국 인근 공해 상에 머물다 귀항하는 등 불법환적을 의심케 하는 항해 기록이 확인됐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3일 보도했다.

VOA는 선박의 위치 정보를 보여주는 ‘마린 트래픽’을 통해 루니스호의 지난 1년간 항해 기록을 살펴본 결과, 이 선박이 국내 항구에서 출발해 공해에 머물다 목적지로 기재한 항구에 입항하지 않고 돌아온 것으로 보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밖에도 유기준 의원실은 이날 루니스호가 2017년 이후 우리나라에서 총 27차례에 걸쳐 정유 제품 165,400톤을 싣고 나간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루니스호는 지난해 4월 이후 우리나라에서 정유 제품을 싣고 출항할 때마다 차항지를 싱가포르와 베트남, 또는 해상 구역(Ocean District)라고 신고했으나 마린 트래픽 자료에 따르면 같은 기간 동안 싱가포르나 베트남에 기항한 적이 한 번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루니스호가 북한의 정제유 불법환적에 연루된 정황을 포착해 지난해 9월 26일 여수항에 입항한 루니스호에 출항 보류 조치를 내리고 조사를 했다. 그러나 당시 문재인 정부는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고, 해양수산부도 출항 보류 조치를 해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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