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對北제재 위반 혐의로 韓선박 억류된 첫 사례...北석탄 밀반입 이어 불법환적 사실까지 드러나
외교부, 2일 밤 "국내 D해운사 7800톤급 P선박, 작년 10월 부산 항구서 억류" 보도 후 뒤늦게 시인
"공해상에서 北선박에 정제유 건넸다, 제재위반" 美 첩보가 결정적 적발 단서

한국의 해운사가 운용하는 유류 운반선 1척이 공해상에서 몰래 북한 선박에 정유제품을 옮겨 실은 혐의로 한국 선박으로서는 처음 적발돼 부산에 억류 중인 사실이 2일 밤 밝혀졌다. 대북(對北) 유류 반출은 국내법에 준하는 효력을 갖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결의안에 저촉된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약 반년 전인 지난해 10월부터 해당 선박을 억류 중이었음에도 공개하지 않았다가 2일 밤 언론 보도가 나온 뒤에야 뒤늦게 시인해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외교부는 2일 밤 국내 D사가 운항 중인 7800톤급 P선박이 지난 2017년 하반기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에 정유를 내다 팔면서 불법환적한 혐의로 현재 부산의 한 항구에 억류돼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의 이같은 발표는 이날 저녁 종합편성채널 채널A에서 문제의 선박이 부산항에 억류중이라고 보도한 뒤 뒤늦게 공식확인한 것이다. 

사진=채널A 보도화면 캡처

2000년 건조된 P선박은 원유 적재용량이 7850여톤이며 길이는 110m, 폭은 19m다. P선박은 지난해 10월부터 억류됐으며,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에 옮겨 실은 정유제품의 양과 판매 대가로 뭘 받았는지 등에 대해서는 조사가 진행 중이다.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2397호 9항은 결의상 금지활동에 관여한 것으로 믿을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경우 회원국 항구에 입항한 해당 선박을 나포·검색·동결(억류)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의 한 관계자는 "관계기관 요청에 의해서 출항은 금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재무부 불법 환적 의심 명단에 한국 선박이 이름을 올린 적은 있지만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결의 위반 혐의로 한국 선박이 억류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 정부는 1년 전 미국 측으로부터 "문제의 선박이 공해상에서 북한 배와 접선해 상당량의 정제유를 건넸다"는 첩보를 넘겨받고 주시하다가 지난해 10월 이 선박이 부산 감천항에 들어오자 억류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박 검색을 하면서 항적기록 등을 살핀 결과 미국으로부터 전달받은 첩보 내용과 일치한 것으로 드러났고 외교부와 관세청은 현재 검색을 마치고 지금은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 

혐의가 확정될 경우 유엔 안보리의 제재대상 선박으로 등재될 가능성이 높으며, 한국 선박의 첫 대북 제재 위반인 만큼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P선박의 안보리 결의 위반이 확인되면, 외교부는 선사와 운용사에 대한 구체적인 처리 방안을 유엔 제재위원회와 협의하게 된다. 충분한 재발방지조치가 이뤄졌다고 제재위가 인정하면, 억류된 지 6개월 이후부터 재운항이 가능하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설명했다. 

사진=채널A 보도화면 캡처

북한은 연간 200만배럴의 정유제품을 수입해왔지만, 유엔 제재 강화로 인해 지금은 50만배럴까지만 수입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공해상에서 다른 배로부터 불법 정제유를 넘겨받는 환적 행위에 대해 각국이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선박 대(對) 선박 간의 불법 환적을 통한 북한의 석탄 수출과 유류 밀반입 등은 미 정부가 대북제재 이행 감시와 관련해 최근 가장 주목하는 분야다. 최근 미국 해안경비대(USCG) 소속 버솔프 경비함(WMSL-750·4500t급)이 해상에서 이뤄지는 북한의 불법환적 등 제재 회피 행위를 막기 위한 국제공조 차원에서 한국과 일본에 기항한 바 있다.

또 안보리 대북제재위는 지난달 12일 공개한 전문가패널 연례보고서에서 "북한의 불법적인 '선박 대 선박' 환적이 정교해지고 그 범위와 규모도 확대됐다"면서 "석유제품의 불법 환적이 지난해 크게 늘었다"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부터 한국 선박 또는 법인이 유엔 안보리 결의에 저촉되는 행위에 연루, 적발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한국 수입업자들이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상 금수품목인 북한산 석탄을 국내에 반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내 3개 법인이 2017년 4월부터 그해 10월까지 국내 반입한 북한산 석탄과 선철의 규모는 3만5038t이고, 금액은 66억원 상당이라고 관세청이 지난해 8월초 발표한 바 있다.

당시 한국 수입업자들이 북한산 물품의 중개무역을 주선하면서 수수료 형식으로 북한산 석탄을 받아 한국으로 반입했으며, 그 과정에서 러시아에서의 환적 방식으로 석탄의 원산지를 속인 혐의가 확인됐다.

또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지난달 21일(미 현지시간) 북한의 불법 해상운송 관련 주의보를 발표하면서 대북 불법환적 관여 의심 선박 명단에 한국 루니스(LUNIS)호를 포함했다. 하지만 루니스호 선사 에이스마린 관계자는 지난해 9∼10월 대북 거래가 의심된다는 이유로 한국 정부의 조사를 받았으나 이미 무혐의 판단을 받은 사례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외에도 정치권에서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 북한석탄이 도합 1만4840톤(시가 23억원 상당)이나 올해 추가 반입됐다고 밝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제재 준수·이행 의지가 도마 위에 오른다는 지적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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