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판사 검찰 진술서에 "사법 파동 대책회의 때 큰 충돌"밝혀

김명수 대법원장 [연합뉴스 제공]
김명수 대법원장 [연합뉴스 제공]

이른바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이 지난달 25일부터 시작된 가운데, 검찰이 100명 넘는 판사에게 받은 관련 진술 조서(調書) 중 일부에서 전·현직 대법원장이 서로에게 안 좋은 감정을 갖게 된 사건을 언급한 진술이 나온 것으로 조선일보가 2일 보도했다.

앞서 이 사안을 조사했던 대법원 특별조사단은 지난해 6월 "사법행정권 남용은 있었지만 형사적으로 문제 삼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으나, 김명수 대법원장이 이를 뒤집고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하면서 결국 양 전 대법원장은 구속 기소까지 됐다.

사상 초유 전직 대법원장 구속의 배경에는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은 결정적 사건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문에 따르면 판사들은 2003년 8월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가 그 계기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는 기수·서열에 따라 대법관 후보를 제청하는 관행에 대해 일부 판사가 반발하자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양 전 대법원장은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김 대법원장은 수원지법 부장판사였는데 '법관 대표'로 뽑혀 회의에 들어갔다.

신문에 따르면 일부 판사는 검찰 조사에서 "그 자리에서 김 대법원장이 '대법관 인사를 왜 이렇게 하느냐'면서 양 전 대법원장을 신랄하게 비판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양 전 대법원장은 주변에 "(김 대법원장이) 앞에서는 형님, 형님 하더니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서운함을 나타냈다고 전해진다.

두 사람의 갈등은 양 전 대법원장은 2011년 9월 대법원장이 된 이후에도 계속됐다. 그해 10월 김 대법원장은 좌파 성향 판사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를 만들었다.

신문은 양 전 대법원장이 이끄는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와 김 대법원장이 이끄는 국제인권법연구회는 2015년부터 충돌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해 8월 이 연구회 소모임인 '인사모'(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는 양 전 대법원장의 역점 사업인 상고법원 설치를 반대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행정처는 이 연구회를 설립 취지(국제 인권)와 상관없는 활동을 하며 예산 지원을 받는 '요주의 단체'로 간주됐다.

신문은 이후 행정처가 인권법 일부 판사의 동향을 파악했다는 내용 등이 포함된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이 터진 것은 이런 갈등이 폭발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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