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연합훈련 대신 美 독자훈련 강화

포항 상공 비행하는 美 오스프리
포항 상공 비행하는 美 오스프리

미국 하와이 태평양해병부대(MFP)가 3월초부터 최신형 수직이착륙기 등 미 해병대 소속 항공기 14대를 동원해 한반도 인근에서 대북 특수부대 침투훈련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규모 한미 연합 해병대 훈련인 쌍룡훈련이 실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군이 하와이에서 전력을 전개해 단독으로 한국에서 이 같은 훈련을 한 것은 이례적이다.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준비 동향 등 북한의 도발에 강력 대응하겠다는 경고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태평양해병부대 루이 크라파로타 사령관은 해병대 창설 70주년 국제심포지엄을 앞두고 1일 미리 공개된 발표문에서 “한국 해병 및 해군과 함께 훈련하기 위해 한국에 올 때마다 그들의 준비태세가 향상되는 것을 지켜봤다”며 “4대의 MV-22 오스프리 수직이착륙기, 4대의 CH-53헬기, 4대의 신형 코브라 헬기(AH-1Z 바이퍼 공격 헬기), 2대의 신형 휴이 헬기(UH-1Y 수송헬기) 등 14대의 항공기를 하와이에서 한국으로 전개했다”고 밝혔다. 미 해병대 수뇌부가 훈련에 참가한 항공기 종류와 숫자까지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전문가들은 이는 대북경고의 의미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를 향한 메시지 성격도 강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번 훈련이 사실상 대북 특수부대 침투용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오스프리 수직이착륙기는 20여명의 병력을 태우고 1600여km를 비행할 수 있어 상륙작전용 외에 특수부대 침투용으로 활용된다. CH-53 대형 헬기는 30여명의 중무장 병력을 수속할 수 있다. 이번에 전개된 미 해병대 항공기들은 2대 중대 이상의 병력을 태우고 AH-1Z 바이퍼 공격헬기의 엄호를 받으며 유사시 대북 상륙 또는 침투 작전을 펼 수 있다.

미군은 이번 훈련을 4월에도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크라파로타 사령관은 미 F-35B 스텔스 수직이착륙 전투기가 우리 대형 상륙함(LPH)인 독도함과 마라도함에 착륙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신인균 자주국방 대표는 이번 훈련이 김정은 참수나 체포, 북핵 수거 등을 위한 현지지형 적응훈련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신 대표는 미국이 북핵 협상 중 이런 훈련을 진행함으로써 북한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했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이번 훈련이 북한 지도부를 타깃으로 한 훈련일 수 있다며 강력한 대북 경고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 군이 훈련에 동참하지 않은 이유는 ‘북한 눈치 보기’ 때문일 것으로 해석했다.

김 전 원장은 “북한이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에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재건 움직임 등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듯하다”며 “이번 해병대 훈련은 공중침투 훈련으로 북한의 지도부를 향한 작전일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 정부는 북한이 노여워할 일을 일체 거부하고 있고 특히 한미간 연합훈련까지 취소했기 때문에 북한의 눈치를 보면서 훈련에 본격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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