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결과 따라 文정권과 '황교안 한국당'에 모두 큰 영향...내년 총선 바로미터 될 수도
與野 각당 지도부 막판 표심단속중…한국 통영고성·정의 창원성산 1석씩 건져야 '본전'
창원서는 "대권놀음…이겨야 노회찬 정신" vs "전례없는 야합정치" 접전, 민중당 변수
2석 석권 노리는 한국 지도부, 통영/창원 상주 선거운동 마지막날…창원서 피날레 유세
통영고성만 후보 낸 與, 선거 전날 이해찬 직접 선거구 행차하기도…정의당 측면지원
한국 0~2석 확보 따라 탄핵 굴레 극복여부-文정권 심판론 등 총선 민심 예측도 좌우돼

3일 치러지는 4.3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경남 통영시·고성군과 창원시 성산구 등 경남 2곳에서만 치러지는 미니선거이지만, 단순히 국회의원 의석 2석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선거로 평가된다. 이번 선거로 드러날 부산·울산·경남(PK) 민심의 향방은 집권 3년차를 맞는 문재인 정권과, 황교안 대표가 이끄는 제1야당 자유한국당 모두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 한국당이 이른바 '탄핵 프레임'이란 굴레를 벗고 여권(與圈)을 상대로 선전할지, 여당이 2017년 대선 승리에 2018년 지방선거 압승에 이은 '반전 없는' 승리를 계속해서 거둘지 관심을 모은다. 여야 모두 지역적 기반을 두고 있는 영남권 선거 결과가 내년 총선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만만치 않은 파급력이 예상된다. 

지난달 29일부터 이틀 간 실시된 사전투표 참여율(14.37%)이 역대 재·보선 가운데 가장 높게 집계되면서 각 당은 막판 표 단속에 집중하고 있다. 각당 지도부는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2일까지도 경남 현장에서 뛰었으며, 후보들은 모두 '지역 경제를 살릴 적임자'를 자처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왼쪽부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
왼쪽부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사진=연합뉴스)

창원성산 지역은 창원국가산업단지 입주기업체 종사자들이 많아 좌파·노동운동 성향이 강한 곳으로, 노회찬 전 정의당 원내대표가 지난해 숨지기 전까지의 정의당 지역구였다. 다만 창원은 탈(脫)원자력발전 직격탄을 맞은 두산중공업과 협력사들이 밀집한 곳이며 지역경제 침체가 심화되고 있어, 야권에선 탈원전-소득주도성장 공략으로 반전을 꾀하고 있다.

이 지역에선 좌파 여당과 군소야당의 이른바 '더불어정의당' 후보단일화가 이뤄져 제1야당을 압박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상 두자리수 안팎의 지지율을 얻은 민중당 측 손석형 후보가 강력한 노조 지지세를 기반으로 완주 의지를 피력해 변수가 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지지세를 합한 여영국 정의당 후보를 강기윤 한국당 후보가 추격 중인 것으로 판세가 읽힌다.

한국당은 앞서 1일 창원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문재인 정부의 실정(失政)을 전면 부각했다. 이 자리에서 황교안 대표는 "이번 보궐선거는 이 정권의 폭정을 심판하는 선거인 동시에 창원과 통영·고성의 경제를 살리는, 경제살리기 선거"라고 했다.

황교안 대표는 당일 유세현장에서도 "창원 경제도 무너지고, 두산중공업도 문을 닫을 지경"이라며 "탈(脫)원전 정책을 막아내고,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지 않도록 강기윤 후보와 한국당이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보궐선거를 통해 이 정부의 폭정, 실정을 막아내야 된다"고 강조했다.

강기윤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관심사인) 개성공단이 아니라 창원공단이 문제"라며 "경제도 엉망이고, 야합정치 여당과 야당이 가져가는 것은 정당사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2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출 자료를 토대로 여영국 후보를 '전과 7범'이라고 지칭하며 "민주화 운동과 관련된 것은 사실상 없다. 폭력 전과나 상해죄, 손괴죄 이런 게 많다"며 "노동쟁의를 하더라도 법률을 지켜야 한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각 정당 대표들이 지난 3월31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일대에서 4·3 국회의원 보궐선거 창원성산에 출마한 후보, 단일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위 사진부터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각 정당 대표들이 지난 3월31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일대에서 4·3 국회의원 보궐선거 창원성산에 출마한 후보, 단일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위 사진부터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민주당은 집권여당으로서 힘 있는 정책을 펴 나가겠다고 밝히는 등, 앞서 창원·성산 본선후보자격을 양보해 준 정의당을 측면 지원했다. 이미 후보단일화와 함께 창원성산 공동선거대책본부를 정의당과 꾸린 바도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2일 오전 고위당정협의에 참석해 "특히 고성하고 통영은 고용위기지역이고 산업위기지역인데, 1년간 (지정된) 날짜가 조만간 종료가 되기 때문에 연장을 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황교안 대표가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점에 착안해 '대권놀음'을 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앞서 1일 창원 반송시장 집중 유세에서 "대권놀음 때문에 창원 도정을 내팽개친 홍준표 도지사를 겪어보셨죠? 아주 그 1년 동안 경남도민, 창원 시민들 분통 터지지 않았습니까?"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정미 대표는 지난 주말 있었던 경남FC 축구장 유세 사건을 거론하며 "이 사건으로 이제 창원성산 보궐선거 성격이 분명하게 규정됐다. 민폐 정당이냐, 민생 정당이냐 둘 중 하나를 판가름하는 선거"라고 공세를 펴는 한편 황 대표의 국무총리 시절 의전을 문제 삼기도 했다.

여영국 후보는 "정의당-더불어민주당 단일후보로서 제가 반드시 당선돼서 '김경수(민주당 소속 경남도지사) 도정'이 성공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겠다"고 민주당과 지지층에 '러브콜'을 보냈다. 

하지만 여 후보와 이 대표부터가 공식 선거운동 기간을 20일 가까이 앞선 지난달 2일, LG세이커스 홈구장인 창원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에 농구 경기 도중 찾아 '5번 여영국'이라고 적힌 머리띠를 하고 찍은 영상과 사진을 홍보하고, 이 대표가 응원단과 함께 춤을 춘 사례도 있어 '사전선거운동' 위법을 저질렀다는 의혹에 휘말린 상황이다.

지난 3월2일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예비후보 등록자 신분이던 여영국 현 경남 창원시 성산구 국회의원 후보가 LG세이커스 홈구장인 창원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에 농구 경기 도중 찾아 '5번 여영국'이라고 적힌 머리띠를 하고 찍은 영상과 사진을 홍보하고, 이 대표가 응원단과 함께 춤을 춘 사례로 지목되는 사진들.(사진 출처=유튜브 '이정미 TV', 여영국 후보 페이스북)

통영 고성의 경우 역대 보수정당 지지세가 두터워 정점식 한국당 후보가 강세를 띤 가운데, 양문석 민주당 후보와 '문재인 정권-한국당 심판론'을 내건 박청정 대한애국당 후보가 추격전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당은 지난 주말 60여명의 의원이 통영·고성을 찾아 게릴라식 유세를 했고, 한국당은 황 대표 등 지도부가 창원성산과 함께 이 지역구에서 상주하며 대규모 유세를 펼쳤다.

2일에도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고위당정 참석 후, 오후부터 양문석 후보 지원유세에 나선다. 홍영표 원내대표 등이 보여 온 유세 방식이 그랬듯, 집권여당의 장점인 지역구 예산지원 등을 카드로 선보였다. 이 대표는 통영고성 지원유세 직후 창원성산으로 넘어가 여 단일후보 지원 유세도 벌였다. 정의당은 막판 유세에서 '노회찬 정신'을 강조하며 반(反)한국당 명분을 재차 강조했다.

황 대표는 2일 오전 6시 창원팔용농산물 도매시장 아침인사를 시작으로 밤 11시까지 오전에는 통영·고성, 오후 창원성산 순으로, 문재인 정권 심판론을 무기로 정 후보와 강 후보의 선거유세를 지원햇다. 피날레 유세는 강 후보와 함께 벌이기로 한 만큼, 여 단일후보와 접전이 예상되는 창원성산에 최종 역량을 집중한 것. 창원 성산은 바른미래당에서도 손학규 대표가 선거구에 상주하며 대대적으로 이재환 후보 지원유세를 벌여온 곳이다. 2일 오후 5시 장미공원 앞 이재환 후보 지원유세 등을 실시하며 손학규 대표는 "진보·보수가 나뉘어 싸우는 정치는 걷어내야 한다"면서 '일하는 정치'를 강조했다.

자료사진=연합뉴스

대구·경북(TK)과 함께 역대 보수정당 지지세가 높은 편이었던 PK는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압승으로 귀결되면서 좌우 지지세 반전이 이뤄졌다는 해석이 나온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가 전국 최상위권을 달리는 등 민심이 격변하고 있다.

선거 결과에 따라 각 당의 이해득실은 달라진다. 현재 판세대로 한국당이 통영·고성에서, 정의당이 창원성산에서 승리할 경우 두 당은 기존 지역구를 지키게 돼 '선방'한 격이 된다. 

반면 민주당에는 여당임에도 창원성산에 후보를 정의당에 양보하고, 통영·고성을 내주게 돼 사실상 '빈손'에 머무르는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 총선 준비 차원에서도 여당이 공천을 할 경우 정의당과 공조를 1년 만에 깨뜨렸다는 비판을, 공천을 못 할 경우 여당으로서 존재감이 약하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

한국당은 2석을 모두 가져갈 경우 115석으로 의석이 늘어난다. 이럴 경우 반문(反문재인) 정서와 한국당발(發) 정권심판론이 민심이라는 점이 확인돼, 민주당(현 128석)에는 여전한 수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한층 치명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반면 통영·고성에서 민주당이, 창원성산에서 정의당이 의석을 거머쥘 경우 한국당 황 대표 체제가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 황 대표가 유력 대권후보로 부상한 가운데 정계 입문, 한국당 대표직으로 직행한 뒤 치른 첫 선거에서 패배하는 격이기 때문이다. '탄핵 프레임'에 의한 공격 대상이었다는 점에서, 보선에 완패한다면 당내에서 책임론이 대두되는 게 불가피하고 우파 야권의 정치적 열세가 더욱 만성화할 수 있다.

한편 4.3 보궐선거 투표는 3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진행된다. 이번 보궐선거는 국회의원 선거구 2곳(창원성산, 통영·고성)과 기초의원 선거구 3곳(전북 전주시 라, 경북 문경시 나·라)에서 치러진다. 이르면 오후 10시쯤 투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이며 당선자 확정 여부는 자정쯤 발표될 예정이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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