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칼럼] 한국군이 망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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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19.04.02 10:09:33
  • 최종수정 2019.04.03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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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 망가지는 가장 큰 원인은 '정치'
유약해진 병사들과 군기강 붕괴, '월급쟁이'로 전락한 軍간부들...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軍에 대한 변질된 문민통제
김태우 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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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이 망가지고 있다. 위아래 할 것 없이 전 계층에서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돈이 없거나 장비나 물자가 부족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우선은 시대의 변천과 군 문화의 변화가 가져오는 이런저런 문제들이 우리 군을 그렇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그런 문화 속에서 군기가 해이해지고 간부들이 평범한 월급쟁이가 되어버리면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한국군이 망가지는 가장 큰 원인은 정치에 있다. 정치인들이 군대를 정치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중에 정치권력에 아부하는 군인들이 이에 가세하고 있으며, 그들이 합작하여 만들어 내는 이상한(?) 제도들이 군대를 병들게 하고 있다. 북한군이라는 상대가 있는 분단 상황이 해소되지도 않았는데 이래도 되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이런 식으로 대한민국의 군대가 거덜이 난다면, 후일 역사는 이를 ‘인재(人災) 중의 인재’로 기록할 것이다. 1950년 6·25 전쟁이 터지기 직전 한국군 수뇌부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인민군이 남침하면 곧 바로 반격하여 평양에서 점심을 먹고 신의주에서 저녁을 먹게 될 것이다.”

병사들의 유약화(柔弱化)와 군기강 해이

근년 들어 병사들의 봉급이 크게 오르고 복지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당연히 좋은 일이다. 가난했던 시절 한국군의 병사들은 사회와 두절된 상태에서 형편없는 식사를 했고 가혹행위나 인권침해를 당해도 하소연할 곳이 없는 군대생활을 했다. 편지 말고는 마땅한 연락방법이 없었던 시절 아들을 군대에 보낸 어머니들은 첫 휴가를 나올 때까지 아무런 소식도 들을 수 없어 애간장을 태워야 했다. 그랬던 한국군의 병사들이 수십만 원의 월급을 받으면서 원하는 때에 휴가를 갈 수 있게 되었고 외출·외박도 비교적 자유로워졌다. 지금은 일과 후 휴대폰 사용이나 평일 근무시간 이후 개인용무 외출도 가능해졌고, 일과 후 병사들을 게임방으로 실어나르는 군용버스가 운용되고 있다.

하지만 군내 복지향상 및 인권 신장과 함께 찾아온 현상은 병사들의 유약화와 군기강의 붕괴이다. 훈련 중 발생하는 사고를 이유로 강훈이 사라지고 있으며, 수류탄 투척 훈련을 제대로 받아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제대하는 병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부모들이 병사들의 신변 문제에 과도하게 간섭하면서 지휘관들이 강한 병사들을 양성하기는 것이 힘들어지고 있고,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외동 아들들이 많아지는 사회 추세도 이런 현상에 가세하고 있다. 현역으로 입대했다가 ‘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아 전역하는 병사가 매년 6,000여 명에 이른다. 군기강이 이완되면서 개인적인 이유에 의한 탈영, 총기 난사, 자살, 성추행, 구타 등의 실망스러운 사건들이 많아지고 있고, 상관에게 반말을 하여 군법회의에 회부되는 일도 생기고 있다. 무장 탈영병이 동료들을 사살한 2014년 6월 강원도 고성군 육군 제22사단의 ‘임병장 사건,’ 선임병들의 집단 구타로 후임병이 숨진 2014년 8월 연천 육군 제28사단의 ‘윤일병 사건’ 등이 그런 사례다. 병사들의 복지향상과 인권개선은 매우 바람직하지만 군의 기강을 확립하고 전투력을 유지하는 것은 이와는 별개의 일이다. 그럼에도 기강 이완과 유약화 현상은 한국군의 2/3를 점하는 병사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군은 ‘영혼 없는 군대’로 전락하고 있는 중이다.

‘행정화’된 군 간부들로는 ‘싸워 이기는 군대’ 못 만들어

병영내 복지개선과 인권신장과 함께 병사들이 유약화되고 군기강 해이 현상이 늘어난 것처럼, 경제성장 및 민주화의 진전과 함께 군 간부들이 ‘평범한 월급쟁이’로 변해가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다. 오늘날 한국군의 1/3을 점하는 장교 및 부사관들은 이런저런 이유들로 위축되어 있다. 병영내 사건 사고에 대한 상관 또는 지휘관 문책, 훈련 사고로 인한 지휘관 징계, 부하 여군에 대한 성추행 사건, 무기획득 및 방위사업 관련 부정부패 사건 등 각가지 일들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일들로 군간부들 사이에는 ‘몸조심’ 현상이 확산되었고, 지나친 몸조심은 곧바로 군의 전투력 저하로 나타난다. 당연히 훈련의 강도는 약해지고 간부들은 무탈한 군대생활과 진급에 안주하게 되며, ‘안보의 간성’이라는 사명감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다.

이 과정에서 간부들의 소신과 신념을 키워주어야 할 정부가 ‘정치적 파장’을 지나치게 우려하거나 ‘정치적 이익’에 민감하여 과도하게 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구보, 사격, 수류탄 투척 등 훈련 중에 발생한 안전사고를 이유로 최고위 지휘관에게까지 과도한 책임을 물음으로써 고위 간부들의 ‘몸조심’ 현상을 부추긴 측면이 있고, 군내 부정부패를 일소하겠다면서 ‘대어(大漁) 잡이’에 나서 억울한 군인들을 양산하기도 했다. 이런 일에는 늘 반군(反軍) 사상을 가진 시민단체들이 ‘바람잡이’로 등장했고, 이들은 군 일각에서 벌어진 일로 군 전체를 매도하는 욕할을 담당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부정부패로 몰릴 위험성이 있는 사업에 종사하는 간부들은 자신의 임기 중에 필요한 결정을 내리지 않으려 한다. 이런 움직임은 눈에는 잘 띄지 않지만 방위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필요한 무기획득 사업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물론 국가로부터 받는 월급과 연금으로 살아야 하는 군 간부들이 ‘무탈한 군대생활과 진급’에 연연하여 인사권자에게 아부하고 무사안일에 빠지는 것에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만연하면 군대는 또 하나의 행정조직이 되어버리고, 그런 군대에서는 인간관계와 아부에 유능한 군인들이 진급을 잘 하지만 직언으로 나라에 충성하고 용맹와 지략으로 나라를 지킬 유능한 군인들으로 뒷전으로 밀려나게 되어 있다. “이순신 제독이 지금 한국군에 복무했다면 위관급에서 전역당했을 것”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의미하는 바는 결코 간단하지 않다. 당연히 행정화된 군대는 ‘싸워 이기는 군대’가 될 수 없으며, 이런 군대에게는 국방비 규모, 첨단 군사장비, 우수한 군사기술 등이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못한다.

‘정치’에 의한 군대 붕괴 경계해야

병사들의 유약화, 간부들의 행정공무원화, 군기강 해이 등이 한국군대의 붕괴를 초래하는 주요 원인들임에 틀림이 없지만, 그럼에도 한국군을 가장 심하게 망가뜨리는 원인은 정치에 있다. 즉, 선거로 선출된 민간정부에 의한 군에 대한 문민통제는 지난날 민주화가 정착시켜준 소중한 전통이지만, 정권을 장악한 정치세력이 안보의 공익성보다 자신들의 이념성을 내세우고 지나치게 군사문제에 개입함으로써 군이 군답게 행동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병사들의 유약화와 군기강 해이에 더하여 설상가상의 치명타를 가하고있는 것이 복무기간 단축이다. 병 복무기간은 과거 노무현 정부시 18개월(육군기준)로 줄었다가 이명박 정부에 와서 다시 21개월로 늘었는데, 특정 정권들이 복무기간 단축을 ‘젊은 표심’을 사기 위한 ‘선심성·선전성 정책’으로 악용했다는 평가가 불가피하다.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국방개혁 2.0’을 통해 다시 ‘18개월 공약’을 내세운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복무기간 단축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한결같이 내세우는 것은 “군사력은 양이 아니고 질이다”와 “복무기간이 짧아져도 정예화·첨단화를 통해 보완할 수 있다”라는 ‘누구나 알고 있는’ 교과서적 논리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들이 안보를 속속들이 알지 못하는 일반인들의 고개를 끄득이게 할 수 있고 선거에서 젊은이들의 표심을 살 수는 있지만 안보현실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전개된다. 복무기간이 단축되는 것과 병사들의 유약화 및 군기강 해이를 예방하는 별개의 일이며, 정예화와 첨단화란 막대한 재정이 필요한 문제인데다 정해진 상한선이 없는 막연한 개념이다. 즉 “얼마나 정예화·첨단화를 해야 충분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명확한 답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가운데 누구나 쉽게 주장할 수 있는 후렴구일 뿐이다.

북한군 병사들이 8~10년을 복무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신력과 군기강이 흐릿해지고 있는 중에 전쟁을 제대로 배우기도 전에 제대해야 하는 우리 병사들이 전문성과 숙련도에서도 북한군에 크게 뒤지는데 무슨 수로 ‘싸워 이기는 군대’를 만들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그런데도 일부 정치인들은 ‘복무기간 단축’ 주장을 넘어 ‘무전복무(無錢服務)’에 따른 국민 위화감이 조성될 수 있는 모병제의 조기도입까지 주장하는 무책임한 만용을 내보이고 있다.

정부 또는 집권세력의 정치적 이념이 과도한 개입을 초래한 사례는 이 말고도 많다. 이들의 눈치를 보느라고 군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집요하게 방해했던 세력들에 대한 구상권 청구를 철회할 수밖에 없었고, 병영 내에서 주적개념과 안보교육도 자취를 감추고 있다. 2018년 11월 육군 27사단의 사례나 2019년 2월 해군 제2함대의 사례에서 보듯, 정부조직이 아닌 인권관련 시민단체가 장병들의 인권을 개선한다면서 군부대를 드나들며 장병들을 조사하는 일도 있었다. 군사논리대로라면 이들의 군부대 출입은 당연히 금지되어야 했지만, 진급을 위해서라도 권력실세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지휘관들은 이들 단체들의 요구를 거부할 수가 없다. 그래서 계급과 직위가 높을수록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고 안보 소신을 펼치기 못한다는 것이 정설(?)이 되어 버렸다. 지난 3월에는 국방장관이 국회에서 예비역 장성들이 9.19 군사분야합의에 반대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을 받고 “잘못된 지식과 이념 때문”이라고 했고 서해에서 발생한 북한의 무력도발들을 ‘남북 간에 발생한 불미스러운 충돌’로 발언하는 일이 있었다. 이 발언으로 예비역 장성들의 단체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이 국방장관의 사과와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야당이 해임건의안을 내기도 했다.

자고로 문민통제란 군이 헌법이 정한 국토수호 임무를 충실히 수행함에 있어 일탈이 없도록 통제하는 것이다. 즉, 군이 안보정론을 준수하면서 국방임무를 수행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군 본연의 군사논리와 임무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보호하는 것도 문민통제의 일부인 것이다. 정부는 남북화해를 도모하기 위해 ‘평화’를 화두로 삼아 정치를 할 수 있지만 그럴수록 군은 안보논리에 의거하여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하며, 그것이 정부를 보완하는 길이고, 국민을 지키는 일이다. 바꾸어 말해, 군이 덩달아 ‘평화’ 화두 속으로 뛰어드는 것은 나라를 위험하게 만들기가 십상이다. 그래서 군 수뇌부가 북한 정권의 심기를 살피면서 정치인들과 같은 목소리를 내기 위해 안달하는 모습을 보면서 허탈해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그렇게 할수록 나라와 국민을 지켜야 하는 군은 망가진다.

대북(對北) 정치에 멍드는 한국군

“안보는 최악의 경우에 미리 대비하는 것이다,” “안보정책은 상대의 약속이나 선언이 아닌 상대의 실질적 능력에 근거하여 수립된다,” “안보에는 연습이 없다” 등은 만고불변의 안보 진리들이다. ‘안보딜레마(Security Dilemma)’라는 진리도 있다. 경제에서는 실책으로 상대국에게 기만을 당하더라도 만회할 기회가 있지만 안보에서는 한번의 실패가 망국(亡國)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런 기회가 없다는 뜻이다. 이런 진리들을 통털어 안보정론(安保正論)이라고 부른다. 대북정책에도 정론이 있다. 동족간 화해협력을 위해 북한과이 대화·협력을 모색하는 언제나 필요하지만, 그럴수록 우리의 정체성과 안보는 확실히 지켜야 하는 법이다. 즉 안보란 남북화해를 위해 희생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남북화해와 안보는 동행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북한의 핵폐기 여부와 무관하게 남북협력을 서두르면서 스스로의 안보역량을 약화시키고 있는 문재인 정부는 안보정론과 대북정책 정론을 거스르고 있는 것이며. 그것이 한국군의 붕괴에 기여하는 정도는 메가톤급이다.

예를 들어, ‘9·19 남북 군사분야합의’로 전방지역에서의 연대급 이상의 훈련이 중단되고 북한군의 동향을 살펴온 대북 감시정찰 비행이 크게 제약된 것은 유사시 한국군의 신속대응 능력을 크게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장병들의 피로 지켜온 북방한계선(NLL)을 형해화시키면서 서해 도서의 군사적 고립화와 수도권 측방의 전략적 취약성을 초래할 수 있는 서해 적대행위금지수역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이런 합의들은 공자(攻者)와 방자(防者)의 차이점을 외면했다는 점에서 공정하지도 않고 한국군에게만 불리할 뿐이다. 공자인 북한에게는 항공정찰이나 감시초소들이 없어도 무방하지만 방자인 한국의 눈과 귀를 가리는 것은 군비통제 원칙에도 맞지 않는 위험한 일이다.

한미 연합훈련 중단은 남북 정부의 한반도 평화쇼와 트럼프 대통령의 상업주의적 동맹정책 간의 합작이 가져온 결과이지만, 이것이 한국군에 미치는 영향도 메가톤급이다. 사람의 육체가 살아 움직이기 위해 혈액순환이 필요하듯 군대가 유사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임전태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훈련이 필요하다. 북한이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한 것도 아니고 ‘착한 나라’로 변했다는 증거도 없는 상태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것이 곧 안보정론이다. 동맹도 연합훈련이 지속되어야 동맹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으며, 그것이 동맹정책의 존론인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3대 연합훈련인 키리졸브 훈련, 독수리 훈련,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 등은 중단되었고, 대규모 연합 상륙훈련인 쌍용훈련도 폐지되었다. 맥스선더, 비질런트 에이스 등의 공군 훈련도 폐지가 유력하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한국군은 미군의 전쟁수행 능력을 배울 기회가 상실됨은 물론 한반도 유사시 미군 증원 여부도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피가 흐르지 않는 육체가 죽듯 연합훈련이 없으면 동맹도 고사(枯死)하고 말 것이다. 훈련을 하지 않는 군대는 무위도식 오합지졸이 되고 만다.

남베트남 패망을 잊었는가

1959년 쿠바 혁명이 일어났을때 버티스타 정부군의 병력은 십만 명이었지만 카스트로의 공산군은 고작 5천 명이었다. 그러나, 이 내전에서 카스트로군은 완승을 거두고 쿠바는 공산화되었다. 베트남에서도 그랬다. 미국은 베트남에서 철군하면서 1973년 1월 27일 파리평화협정을 체결했다. 휴전 엄수를 보장하기 위해 미국, 남북 베트남, 남베트남임시혁명정부(베트콩) 등 4대 교전당사자, 안보리 상임이사국 4개국, 휴전감시위원국 4개국 등 무려 12개국이 서명했다. 휴전감시위원단 250명이 하노이와 사이공에 체류했고, 북베트남 고문단 150명도 사이공에 머물렀다. 미국은 북베트남에 40억 달러의 원조를 제공했다. 미국은 남베트남과 별도의 방위조약을 체결하여 북베트남이 평화협정을 파기하면 즉각 해공군을 투입하여 북폭을 통해 남베트남군을 지원하기로 약속했고, 전투기와 전차를 포함한 막대한 군사장비를 남베트남군에 넘겨주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었다.

파리평화협정 이후 남베트남은 혼란과 분열의 도가니였다. 수만 명의 공산당원과 공산첩자들이 남베트남의 정부와 군대, 시민단체, 종교단체, 언론 등에서 암약하면서 평화주의자, 인도주의자, 민족주의자 등으로 활동했다. 평화무드 속에서 혼란이 이어졌고 연일 반미데모와 반정부 데모가 벌어졌다. 군대도 그랬다. 조국수호 의지나 충성심과는 거리가 먼 부정부패와 일탈이 난무하는 ‘개판’ 군대였다. 남베트남의 분열과 혼란은 북베트남의 평화협정 파기를 초래했고, 1975년초 북베트남군 18개 사단이 일제히 17도 선을 월선하여 남침을 재개했다. 남베트남군은 북베트남군에 비해 병력, 장비, 물자, 재원 등에서 압도적으로 우세했지만, 막상 전쟁이 재개되자 미군이 넘겨준 장비들을 버려둔 채 도주했다. 조종사들이 도주하고 없어 미군이 남긴 전투기들은 이륙조차 하지 못했다. 북베트남군은 남침 개시 56일 만인 1975년 4월 30일 미국제 패턴(Patton) 전차를 타고 사이공 시내로 진주했고 남베트남은 지도에서 사라졌다. 미군은 오지 않았고 북폭도 없었다. 이후 처형·숙청 바람이 불면서 600만 명이 희생되었다. 영혼이 빠져나간 남베트남 군대에게 병력, 장비, 재원 등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지금 한국군이 그 시절 남베트남 군대를 닮아가고 있다는 데도 대다수 국민의 관심은 경제에 집중되어 있다. 얼마나 더 방관할 것인가. 우리가 정말 이것밖에 되지 않는 국민인가.

김태우 객원 칼럼니스트(전 통일일연구원장, 전 국방선진화위원회 소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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