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구시보 "해협 중간선은 '심리선'일뿐 여지껏 인정한 적 없어"
"전투기 중간선 침범 '정례화'는 미국과 대만 태도에 달려 있어"

중국 전투기 젠-11[연합뉴스 제공]
중국 전투기 젠-11[연합뉴스 제공]

중국의 젠(殲-J)-11 전투기 2대가 대만 해협 중간선(臺海中線) 상공을 침범해 대만 전투기가 긴급 발진해 대치하는 상황이 빚어졌다고 대만 언론들이 보도했다.

1일 연합보와 빈과일보는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푸젠(福建)성 푸저우(福州)시의 이쉬(義序) 공군기지에서 이륙한 중국 공군 젠-11 전투기 4대가 전날 오전 11시께(현지시간) 펑후(澎湖)섬 부근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 대만 공군은 초계 비행 중이던 경국호(IDF) 2대를 긴급히 파견해 대응토록 했다고 보도했다.

4대의 젠-11 전투기 중 2대는 경국호의 경고 통신을 듣고 돌아갔으나, 나머지 2대는 이에 불응해 10여분 동안 대만 상공에서 대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들은 대만 자이(嘉義) 공군기지에서 F-16 4대가 추가로 발진해 대응했으며, 당시 젠-11 전투기와 대만 본섬과의 거리는 약 100해리(약 185㎞)였다고 보도했다.

대만 군 당국은 펑후 지역의 톈궁(天弓) 미사일 부대와 지상부대에 긴급준비태세를 지시하고, 대만 본섬의 톈궁과 패트리엇 미사일 부대에는 긴급준비태세 상향 조정 명령을 내렸다고 대만 언론은 전했다.

이와 관련해 대만 국방부는 전날 오후 8시 20분께 보도자료를 통해 중국 전투기의 상공 침범 사실을 밝히고, 중국 공군의 도발 행위를 규탄했다.

황충옌(黃重諺) 총통부 대변인은 "중국의 이러한 행동은 국제적 책임의 결여와 지역 안전에 대한 고의적인 도발"이라고 비난했다.

황 대변인은 이어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국가안전회의(NSC)의 보고를 받고 대만군에게 국가의 안보를 확보할 수 있도록 각종 전투태세 임무를 차질없이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대만의 중국담당부서인 대만 대륙위원회도 중국 전투기의 상공 침범 행위는 올해 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대만과의 통일' 발언 이후 대만 정계와 군에 대한 공세 강화로 통일을 강요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중국 전투기가 나타난 대만해협 부근 펑후섬[연합뉴스 제공]
중국 전투기가 나타난 대만해협 부근 펑후섬[연합뉴스 제공]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아직까지 별다른 반응을 내비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31일 오후 11시 54분께 사설을 통해 대만 정부와 국방부의 격앙된 반응을 조롱했다.

환구시보는 “소위 해협중선(海峽中線)은 일종의 심리선일뿐, 대륙은 여지껏 선을 인정한 적이 없다”며 “쌍방 육해공군이 과거 선을 넘지 않은 묵계를 만든 적은 있지만, 이러한 묵계는 양안관계의 정치적 기초가 변하지 않을 때 유지된다”고 주장했다.

신문의 이러한 지적은 미국 해군 함정이 지난해 7월과 10월, 11월 대만해협을 통과한 이후 올해 들어서도 1월 24일과 2월 25일, 3월 24일 3차례에 걸쳐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등 '항행의 자유' 작전을 매달 정례화 하는 것에 대한 불만인 것으로 분석된다.

환구시보는 “미국이 ‘대만여행법’을 통과시킨 이후, 미국과 대만이 서로 끊임없이 ‘살라미 전술’방식으로 양안 문제에 접근 중”이라며 “특히 미국 군함이 올해 3차례 대만해협을 통과한 것 등에 대해 대륙은 반응을 내놓지 않을 수가 없다. 워싱턴은 대륙을 향한 자신의 군사적 위협력을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대륙 전투기가 선을 넘은 것이 정례화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만과 미국 측의 태도에 달려 있다”며 “미국과 대만이 깨달아야 할 것은, 대만해협 문제의 궁극적 주도권은 대륙 측에 있지 미국이나 선거운동 게임에 능한 민진당에 있지 않다”고 경고했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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