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출신 박영소, 환경공단 감사 1차공모 서류탈락 후 업무연관성 없는 '그린에너지개발' 사장 돼
박영소 1차 공모 탈락 뒤 환경부, 청와대에 '반성문' 내고 질책받아...인사이동도
검찰, 환경부에서 박영소에 환경부 산하 두 기관 중 "골라서 가라" 했다는 진술 확보

지난해 7월 환경부 산하기관인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 1차 공모에서 점수 미달로 서류 탈락한 뒤, 그린에너지개발 사장이 된 한겨레신문 출신 박영소 씨. (사진 = 그린에너지개발주식회사 페이지 캡처)
지난해 7월 환경부 산하기관인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 1차 공모에서 점수 미달로 서류 탈락한 뒤, 그린에너지개발 사장이 된 한겨레신문 출신 박영소 씨. (사진 = 그린에너지개발주식회사 페이지 캡처)

지난해 7월 진행된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 공모에서 청와대 내정자라는 소문이 돌던 한겨레신문 출신 박영소 씨가 점수 미달로 서류 탈락한 뒤, 환경부가 또 다른 산하기관 자리 두 곳을 마련한 뒤 그에게 “골라서 가라”고 했다는 진술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가 환경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 산하기관 인사에 불법 개입해 ‘친한 사람’만을 앉히려 했다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최근 이같은 진술을 확보했다. 박 씨는 당시 1차 공모에서 서류탈락했는데, 환경부는 이후 ‘그린에너지개발’ 사장과 환경부 관련 조합 이사장 자리 두 가지를 박 씨에게 제시했다는 것이다. 그린에너지개발은 환경부 산하기관인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출자한 회사다. 박 씨는 지난해 10월 그린에너지개발 사장 자리에 앉았다.

환경부는 박 씨가 탈락한 뒤 청와대에 ‘반성문’을 제출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검찰은 신미숙 청와대 인사수석실 균형인사비서관이 박 씨 탈락 이후, 안병옥 당시 환경부 차관을 청와대로 불러 질책했다는 정황도 파악했다. 상임감사 1차 공모 한 달 뒤인 지난해 8월 안 전 차관은 경질됐고, 환경부 내 인사 업무를 담당하던 김모 운영지원과장은 4대강 조사·평가단 팀장으로 갔다. 이후에도 환경부는이 일이 있은 뒤 환경부는 그린에너지개발 사장과 환경부 관련 조합 이사장 자리 두 곳을 제시하며 박씨에게 고르라고 했고, 박씨는 지난해 10월 그린에너지개발 사장에 임명됐다는 것이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하는 김용남 자유한국당 전 의원(좌), 청와대 지시를 따랐다는 의혹을 받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가운데), 의혹 등을 부인하는 발언을 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우).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하는 김용남 자유한국당 전 의원(좌), 청와대 지시를 따랐다는 의혹을 받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가운데), 의혹 등을 부인하는 발언을 한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우).

검찰은 지난해 12월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 폭로 이후 진행된 자유한국당 고발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면서, 청와대와 환경부가 밀접히 연관돼 있다는 진술과 문건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청와대가 환경부 내 다른 산하기관과 다른 부처 인사에까지 개입했다고 보고,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현행법상 정부 부처 산하기관 공모 절차에 청와대나 관련 부처가 개입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아, 이같은 내용이 ‘채용 비리’라는 것이다.

다만 검찰은 청와대가 박 씨에게 특혜를 준 이유에 대해서는 확인 중이다. 박 씨는 한겨레신문에서 최고인사책임자(CHO) 자리를 맡고, 한겨레교육문화센터 등에서 ‘언론사 면접 실전워크’ ‘자소서 특강’ 등의 강의를 하기도 했다. 폐기물 자원화 등의 자원순환 업무를 맡는 그린에너지개발 사장 자리와는 업무 연관성이 거의 없는 셈이다. 박 씨도 검찰 조사에 출석해 “환경부에서 왜 그런 자리를 제안했는지 자세한 내막은 모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가 진행되면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가보훈처 등 다른 부처에서도 ‘문재인 정부 관료들이 전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들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내용의 폭로가 이어졌다. 검찰은 현 정권 추천 인사들이 산하기관 임원 상당수에 앉은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청와대와 환경부 사이의 연결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지난달 26일 기각되면서, 수사가 잠시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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