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협, 북한 어투 따라하며 文 국정파탄 꼬집어...메신저 비판 및 매도, 20대 男 탄압하라는 '3대 전술 강령' 언급도
전남경찰청, 文비판 대자보에 '국보법 위반' 의심된다며 폴리스라인 설치하고 지문 감식까지 하며 수사 나서
경찰 '수사' 소식에도 "이제 우리와 같은 남조선 적화세력을 막을 국가보안법 따위는 없다" 풍자
김진태 "대자보 써붙였다고 이젠 대학생들 잡아갈 판...5공 시절에도 이런 일 없어"
전대협 측 "진보 표방 언론사에서 풍자와 해학 언급해와...그에 동의해 풍자 의미로 대자보 부착 진행한 것"

전대협이 지난달 28일부터 전국 대학에 붙이고 있는 대자보 전문. (사진 = 전대협 페이스북 캡처)

자유우파 성향의 20대 대학생들이 만든 신흥조직인 ‘전대협’에서 전국 대학과 관공서 등에 ‘김정은 서신’이라는 풍자성 대자보를 붙이고 있다. 경찰은 대자보 내용이 국가보안법을 위반하지 않는다면서도 추가 조사에 나선다는 입장이라, 대학가를 중심으로 표현의 자유가 공격받고 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ㅇㅇ왕 문재인‘ 시리즈 내놨던 우파 전대협, 북한 선전매체 어투로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비판

전대협은 지난달 29일부터 전국 대학과 대법원, 국회의사당 등 관공서에 대자보를 붙이고 나섰다. 전대협이 붙인 대자보는 북한 김정은이 ‘남조선 학생들에게 보내는 서신’ 이라는 제목이다. 이 대자보에는 북한 선전매체들의 어투와 문체 등을 차용한 듯한 내용의 글이 적혀 있다. 

전대협은 지난해 말에도 ‘ㅇㅇ왕 문재인’ 시리즈로 이목을 끌기도 했다. 풍자를 통해 현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 20대 남성 중심으로 호응을 얻는다는 평가도 받아왔다. 2017년 결성된 자유우파 전대협은 1987년 결성된 친북(親北) 대학생 단체 ‘전대협'과는 정치적 지향이 반대다. 단체 이름부터 '좌파 전대협'에 대한 풍자와 냉소의 의미를 담고 있다.

대자보 주요 내용으로는 “남조선 인민의 어버이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기적의 소득주도성장정책으로 더러운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추악한 이윤추구행위를 박살내어 사농공상의 법도를 세우셨고“ “최저임금을 높여 고된 노동에 신음하는 청년들을 영원히 쉬게 해주시었고” “적폐일베자한당 무리가 미세먼지를 핑계로 대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때도 차량통제와 각종 규제를 통해 남조선의 먼지가 서풍을 거슬러 대국에 피해를 끼치지 못하도록 막아 대국의 환심을 사고 중한관계를 바로잡으시어 중화의 질서를 회복하시었고” 등의 풍자성 내용이 적혔다.

또 “남조선 학생들은 경건한 자세로 (김정은의) 칙서를 받들라”며 ▲메시지를 비판할 수 없다면 메신저를 비판하라. 우리의 혁명을 비판하는 자가 있다면 무조건 자유한국당 알바, 일베충으로 매도하라 ▲아름다운 용어를 사용하고 상대를 무조건 막말, 적폐, 친일, 보수꼴통, 전쟁광으로 몰아라 ▲20대 남성들을 모조리 탄압하고 그들의 모든 권리를 빼앗아라는 등의 ‘3대 전술 강령’까지 언급했다.

전대협은 “이로써(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파탄으로) 북조선 군대가 명령만 떨어지면 언제든 이 땅에 침투하여 국가 중요시설을 장악할 수 있도록 모든 준비가 끝난 것”이라며 “이제 적폐무리들이 제아무리 개나발을 불고 깨춤을 춰도 남조선의 혁명의 시계를 조금도 늦출 수 없게 되었다”고도 덧붙였다.

전남지방경찰청, 국가보안법 위반했다며 수사 나섰다가 이후 "모욕, 명예훼손 판단 예정"

일부 지역 경찰들은 국가보안법 적용까지 검토했다고 한다. 전남지방경찰청은 지난달 31일 “이날 오전 8시 48분쯤 전남 목포의 한 대학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명의의 대자보가 부착된 것을 시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현장에 출동한 전남 경찰은 ‘국가보안법 위반’이 의심된다며 대자보 주변에 폴리스라인까지 설치하고, 지문 감식과 CCTV 분석에까지 나섰다.

수사에 나섰다던 전남경찰청 관계자는 “과거 사례를 검토한 결과 국가보안법에 저촉되는 이적표현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추가 조사를 통해 모욕죄나 명예훼손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대협 측은 전남경찰청의 이와 같은 ‘수사 위협’에 아랑곳않는 모습이다. 이날 전대협 페이스북에는 언론 보도를 소개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단체는 “국가보안법을 운운하는데, 이럴 줄 알고 우리가 미리 국정원을 처단하고 팔다리를 다 잘라놓은 것”이라며 “이제 우리와 같은 남조선 적화세력을 막을 국가보안법 따위는 없습니다. 얼마 전 위인맞이환영단 동지들 또한 아무 문제 없이 넘어갔었죠 ^^”라며 경찰의 편파적인 수사를 꼬집었다. 또 “자꾸 우리를 보고 보수단체 보수단체 하는데 기분이 나쁘네요”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대학 대자보까지 수사하겠다는 정부에 비판 커져...정치권서도 "의견 다르면 다 적폐" 비판

대자보를 읽었다는 대학생 김모 군(23)은 ”현 정부 인사들을 비판하는 행보는 다 혐의를 적용하더니, 이제 대학 대자보에까지 간섭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나”라며 ”(전남경찰청이) 김정은에 대한 모욕죄인지를 검토한다는 것인가. 광화문에서 김정은 만세 하는 건 괜찮고, 북한 따라하며 대통령 비판하는 건 왜 수사 대상인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나온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1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에서 “대자보를 써붙였다고 이젠 대학생들을 잡아갈 판이다. 의견이 다르면 다 적폐다“라며 “5공 시절에도 대자보를 붙였다는 이유만으로 잡아가는 일은 없었다. 문 대통령도 대선 전에는 ‘대통령이 된다면 납득할 수 없는 비판도 참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새 마음이 변한 건가. 오늘이 만우절이니 농담으로 한 말이 잘못 전해졌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대협은 오는 6일 혜화역 2번 출구 인근인 마로니에 공원 앞 인도에서 ‘제2회 문재인 퇴진 촛불문화제 이건 나라냐‘를 열 계획이다. 이 단체는 지난달 1일에도 ‘촛불혁명시민운동본부‘를 세우고 문재인 정부 퇴진을 요구하는 1차 촛불집회를 연 바 있다.

전대협 관계자는 1일 통화에서 ”진보를 표방하고 있는 언론사에서 전 정부나 전전 정부를 비난할 때 풍자와 해학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른 좌파 인사들도) 풍자 등이 국민들이 사회적 이슈나 정치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며 ”우리도 거기에 동의를 해서 풍자의 의미로 만우절에 맞춰 대자보 부착을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 정부는 촛불 국민들의 염원을 담았다고 하지 않나. 그러면 우리가 태극기 국민이 아니라 촛불 국민이 돼야 말을 듣겠다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말이라고 본다. 그래서 태극기 대신 촛불을 드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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