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김정은에 건넨 문서에 이 같은 직설적 요구 담겨"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직접 비핵화 정의내린 건 처음…"회담결렬 단서될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베트남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에게 북한의 핵무기와 핵폭탄 연료를 미국으로 넘기라는 요구를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자체 입수한 서류에 근거해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에게 건넨 문서에 이 같은 직설적 요구가 담겨있었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열린 정상회담 자리에서 김정은에게 미국의 입장을 담은 문서를 한글과 영어 두 가지 버전으로 건넸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김정은에게 자신이 의미하는 비핵화의 정의를 분명하게 밝힌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는 볼튼 보좌관이 오랫동안 주장해온 ‘리비아식 비핵화 모델’로 북한은 계속해서 이를 거부해왔다”며 “분석가들은 김정은이 이를 모욕적이며 도발적으로 보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미국의 입장을 담은 이른바 '빅딜 문서'를 건넸다는 사실은 이달 초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통해서도 공개된 바 있다.

볼턴 보좌관은 지난 3일 미 폭스뉴스 등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원하는 비핵화 요구사항과 그 반대급부를 제시한 '빅딜 문서'를 김정은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볼턴 보좌관은 이 문서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빅딜, 즉 비핵화를 계속 요구했다. 핵과 생화학 무기, 탄도미사일을 포기하는 결정을 하라고 했다"며 "하나는 한글, 하나는 영어로 된 문서 2개를 건넸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의 핵무기와 핵연료까지 모두 미국으로 넘기라는(transfer) 요구를 했다는 사실까지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볼턴 보좌관은 지난해 5월 언론 인터뷰에서도 북한 비핵화와 관련, "모든 핵무기를 제거하는 것, 핵무기를 폐기해 테네시 주의 오크리지로 가져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내 대표적인 대북 매차인 존 볼튼 보좌관이 주창해온 일명 ‘리비아식’ 해법은 먼저 핵을 폐기한 후 이를 완전히 검증한 후에 수교와 경제지원 등의 보상을 제공하는 ‘선 핵폐기, 후 보상’ 방식이다. 볼튼은 북한이 모든 핵무기를 미국에 전달하는 이 아이디어를 지난 2004년에 처음으로 제시했다.

소식통은 “이 문서는 북한에 분명하고 간결한 미국이 의미하는 ‘FFVD(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가능한 비핵화)’의 의미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이 입수한 영문 문서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의 핵 인프라시설과 생화학무기 프로그램 및 이와 관계된 이중 용도 능력 즉 탄도 미사일, 발사대, 관련 시설들의 완전한 해체(full dismantling North Korea’s nuclear infrastructure, chemical and biological warfare program and related dual-use capabilities; and ballistic missiles, launchers and associated facilities)”를 요구했다.

또한 평양의 핵무기와 핵연료의 전달 외에도 미국은 4가지 핵심 사항을 요구했다.

즉 미국은 북한에 ▲북핵 프로그램의 포괄적 신고와 미국과 전 세계 사찰달의 완전한 접근에 대한 허용 ▲모든 관련 활동과 새로운 시설 건설의 중단 ▲모든 핵 인프라시설의 제거 ▲모든 핵 프로그램 과학자들과 술자들의 상업적 활동으로의 전환을 요구했다.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열렸던 미북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북핵 프로그램의 포기에 대한 대가로 미국이 제공할 경제적 제재완화의 범위에 합의하지 못해 결렬됐다. 북한은 회담 결렬 후 볼튼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강도같은’ 요구를 했으며 미국과 앞으로 대화를 중단하고 미사일과 핵실험 유예를 중단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업무오찬이 돌연 무산된 이유에 대해 지금껏 미국과 북한 모두 이렇다 할 설명을 내놓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건넨 문서 내용이 그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앞서 지난해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전에도 볼튼 보좌관이 줄기차게 리비아식 북한 비핵화를 주장함에 따라 회담이 취소될 뻔했다. 리비아의 지도자 무아마르 가다피는 미국과 비핵화 협정을 맺은 지 7년 후에 반군에 의해 처참하게 살해당했다. 지난해 북한의 관리들은 볼튼의 계획이 ‘터무니없이 불합리하다’며 가다피가 맞은 ‘끔찍한 최후’를 지적했다.

북한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취소하겠다고 협박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그는 ‘리비아식 모델’을 추구하지 않으며 김정은을 보호할 수 있는 합의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은 북한을 통치할 것이고 그의 국가는 매우 부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스팀슨 센터의 제니 타운은 로이터통신에 “이 문서는 그리 놀라운 것이 아니다”며 “이는 볼튼이 처음부터 원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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