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주-양보엔 침략-도발뿐...과거정부 잘못 반복 안해"
오토웜비어 유족·北인권단체대표 탈북민 지성호 초청
"관타나모 수용소 유지…테러리스트들답게 처우"
지난 1년 대폭감세와 기업투자 유치 등 경제성과 과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1시간 넘는 시간을 할애해 집권 중 첫 연두교서를 발표했다.(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1시간 넘는 시간을 할애해 집권 중 첫 연두교서를 발표했다.(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연두교서에서 북한의 핵 위협이 머지않아 미국 본토에 이를 수 있음을 공개 인정했다. 또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집착의 본질이 반(反)자유적 인권탄압과 맞닿아 있다며, 북한 정권의 '역린'인 인권유린을 의제로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30일(현지시간) 미국 CNN·CNBC 등 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 의회에서 1시간28분49초간 발표한 연두교서에서 "북한의 무모한 핵미사일 추구가 우리의 본토를 조만간 위협할 수 있다"면서 "(그동안) 우리는 이런 일을 막기 위해 (대북제재 등) 최대한의 압박 캠페인을 벌였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안주와 양보(complacency and concessions)는 침략과 도발을 유발할 뿐이란 점을 우리는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배웠다"며 "우리를 위험에 빠뜨렸던 과거 정부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뒤이어 화제는 표면적인 북핵 위협에서 북한 정권의 인권유린 참상으로 옮겨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두교서 발표에 북한에 1년 이상 억류됐다가 지난해 혼수상태로 고국에 송환된 뒤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를 초청했으며 그의 죽음은 북한 정권의 타락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언급했다.

그는 "오토 웜비어는 버지니아 대학에 재학 중인 성실한 학생이었다"며 "그는 아시아에 공부하러 가던 길에 북한을 여행했다. 결론적으로 이 멋진 청년은 체포됐고, 기소됐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독재정권은 웜비어에서 15년 노동형을 부과했다"며 "끔찍하게 부상한 몸으로 지난해 6월 미국으로 돌아온 그는 수일 뒤 숨졌다"고 덧붙였다. 웜비어의 부모를 호명해 일으켜 세워 "당신들은 (북한이) 세계를 위협하는 것에 대한 강력한 증인"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가할 수 있는 핵 위협의 본질을 이해하려면 북한 정권의 타락한 성격만 봐도 된다"며 "그 어떤 정권도 북한처럼 더 완전하고 잔인하게 자국민을 탄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 체제의 불길한 본성(ominous nature) 목격한 또 한 명의 목격자가 이 자리에 있다. 그의 이름은 지성호"라고 소개했다. 지성호씨는 탈북민으로, 북한인권 청년단체 '나우(NAUH)'의 대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1996년 북한에서 살던 굶주린 소년이었다. 어느날 음식을 얻기 위해 기차 화물차에서 석탄을 훔치려다 기차에 치어 신체가 절단됐다" 며 "수차례에 걸쳐 다리 수술 견뎌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성호는 목발을 짚고 중국을 거쳐 동남아시아로 탈출해 자유를 찾았고, 그의 가족 대부분도 그 뒤를 따랐다. 아버지는 탈북 과정에 잡혀서 고문받다가 죽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성호는 지금 서울에 살면서 다른 탈북민들을 구출하고, 대북 방송을 하고 있다"면서 "북한 정권이 가장 두려워하는게 뭔지 아는가. 바로 진실"이라고 역설했다. 또한 "지성호의 이야기는 모든 인간의 자유 갈구를 말해주고 있다. 250년 전 (자유지선주의를 기치로) 미국이란 특별한 국가가 탄생하게 된 것도 (그)같은 자유에 대한 갈구였다"고 강조했다.

탈북민 출신으로 북한인권 청년단체 '나우(NAUH)'의 대표를 맡고 있는 지성호씨가 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두교서 발표 당시 2층 방청석 앞줄에 앉아있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호명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목발을 들어보이며 박수에 화답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탈북민 출신으로 북한인권 청년단체 '나우(NAUH)'의 대표를 맡고 있는 지성호씨가 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두교서 발표 당시 2층 방청석 앞줄에 앉아있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호명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목발을 들어보이며 박수에 화답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지씨는 이날 2층 방청석 앞줄에 앉아있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호명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목발을 들어보이며 결의에 찬 표정으로 박수에 화답하기도 했다.

지씨는 16세 때 열차 사고로 왼쪽 팔과 다리를 잃었지만, 2006년 4월 목발을 짚고 한국에 오기 위해 두만강을 헤엄쳤다. 그는 실패할 경우 자결까지 염두에 두고 독약을 몸에 지니고 다니며 탈북에 임했다. 중국에서 라오스 국경을 목발에 의지해 1만km를 걸어 2006년 11월 한국 땅을 밟았다.

그는 2016년 8월 자유아시아방송(RFA)와의 인터뷰에서 "직접 가서 호소했던 어느 나라든 북한 동포를 외면하려 하지 않았고 그들의 고통에 함께 울어주려고 했다. 도울 수 있는 방법도 함께 찾아봐 줬다"며 "마지막 장정은 통일이 됐을 때 북한땅에 가서 북한주민들에게 자유민주주의를 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발표에서, 전임 오바마 행정부가 폐쇄를 지시했던 쿠바 관타나모 미군기지 내 수용소를 유지할 것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관타나모 수용소는 미국이 테러 용의자들을 수감하고 가차 없는 심문을 벌인 장소로, 트럼프 대통령은 "테러리스트는 단순한 범죄자가 법을 어긴 적의 전투원"이라며 "해외에서 사로잡았다면 이들은 테러리스트들이 응당 받아야 할 처우를 받아야 한다"는 명분을 밝혔다.

이밖에 자신의 경제정책에 관해 "세제안 덕분에 애플이 3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고, 조금 전 엑손모빌 역시 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성과를 과시했다. 또한 45년만의 최저수준을 기록한 실업률,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증시 등을 내세워 지난 1년간 자신의 치적을 거침없이 자랑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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